여야(與野)는 14일 파행 42일 만에 이른바 드루킹 특검수용과 지방선거 출마자 사직서 처리 등에 대한 절충점을 찾으면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요구한 특검을 수용하면서 오는 18일 추가경정예산안 동시처리를 얻어냈다. 천막농성과 단식투쟁 등 고강도 대여(對與) 투쟁을 벌여오던 자유한국당도 선(先)특검, 후(後) 추경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특검을 관철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향후 추경에 대한 예결위 심사와 특검임명 방식의 세부조건 등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안처리 시점과 수사대상에는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특검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두고 추가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를 놓고 여권 내에서는 특검 협상안이 야당에서 불거졌던 ‘대선 불복’ 프레임을 일단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중론이다. 당초 야당들은 특검안 명칭에 ‘김경수’ 등의 문구를 포함시키자고 주장했지만, 합의안에서는 드루킹의 불법행위에 국한시켰다.
그러나 협상 초기에 특검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지켜보자던 입장에서는 민주당도 한발 물러섰다. 한국당의 장외투쟁으로 인해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국정 운영의 책임이 더 큰 집권당으로서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특검에 대해 대다수 의원들이 그리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국회가 장기간 파행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통해 요구하던 특검을 얻어냈지만, 원래 주장하던 수준에서 후퇴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민주평화당 등이 사직서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에 단일대오를 형성하자, 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특검 요구는 정당하긴 했지만, 지방선거 출마자 사직서 처리가 무산될 경우 반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마당에 장외투쟁에만 매달리기도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이 많이 지치기도 해서 협상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특검 협상을 민주당 홍영표 신임 원내대표가 이끌었다는 점도 협상 타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는 홍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새로운 원내사령탑으로 오면서 실권을 쥐고 협상을 이끌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캐스팅보트를 쥔 민주평화당의 ‘한국GM 군산공장 관련 대책 추경안 포함’ 요구를 수용하면서 본회의 출석을 이끌어 내며 야당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