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의 배우 주지훈, 이성민, 황정민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기립박수를 받을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어떻게 리액션을 해야 할지 잘 몰랐거든요." (이성민)
"제가 생각한 느낌이 잘 전달될까 고민했는데, (외국 관객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황정민)
영화 '공작'의 주역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이 칸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12일(현지시간) 만난 세 배우는 전날 공식 상영 행사의 감동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이들은 모두 올해 칸영화제에 처음 참석했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캐고자 북한으로 잠입한 실존 안기부 첩보원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들은 연기 인생에서 이번 작품이 유독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황정민은 흑금성 역할을 맡아 평범한 사업가와 치밀한 스파이의 두 얼굴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속을 드러내지 않고 상대방을 대하되, 속내는 관객이 알도록 이중적인 연기를 해야 하다 보니 다들 힘들어했죠. 또 대사에서 오는 뉘앙스, 잠깐의 쉼조차도 긴장감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구강 액션' 영화라고 부르죠."
연기 베테랑인 황정민은 "1인 2역 자체가 부담이었다"면서 "분장이나 외모 변화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성격을 표현해야 하다 보니 연기 디테일을 더 살려야 했다"고 떠올렸다.
이성민은 북한의 외화벌이를 책임지는 북한 고위급 리명운 역을 맡아 흑금성과 극 중심축을 이룬다. 리명운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흑금성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리명운은 말은 직설적이지만, 굉장히 조심성 있는 캐릭터입니다. 극단적인 밀도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므로 정말 숨 쉴 곳이 없었죠. 특히 상대와 마음을 터놓는 것이 아니라 칼을 뒤에 감추고 대화해야 해서 표현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성민은 그러나 "어제 영화를 처음 본 뒤 큰 감명을 받았다"면서 "촬영 당시는 남북관계가 심각하게 얼어붙어 있었는데, 갑자기 급변하면서 우리 영화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돼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경색한 상황에서 이 영화가 개봉되면 민감할 거로 생각했는데, 현실이 극적 반전이 있어서 안심했다"고 말했다.
주지훈은 북경 주재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역을 맡아 극중 이성민과 대립각을 세운다.
"촬영 때 눈 한번 제대로 깜박 못했죠. 북한 사투리도 신경 써야 하고, 긴장을 유지해야 해서 액션도 없는데, 매일 집에 가면 지쳐서 나가떨어졌어요."
주지훈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이산가족"이라며 "이번 영화는 우리나라가 지닌 특수성을 생각해볼 수 있으면서도 결국 인간과 인간에 대한 휴머니즘이 담긴 영화"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