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으로 지난 2007년 고향을 떠난 경기도 평택 대추리 주민들이 3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추리 지명 유지’ 와 ‘생계대책으로 상업용지 공급’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서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11년 전 경기 평택 미군기지 확장사업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이 정부가 협약을 지키지 않았다며 '대추리'라는 마을 이름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대추리 주민 20여명과 평택평화센터 등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된 주민들이 살고 있는 행정구역 이름을 '대추리'로 바꿔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했다.
평택평화센터 강미 센터장은 "미군기지 이전이 시급하다고 해서 피눈물을 삼키며 논밭을 버리고 떠나왔다"며 "그러면서도 유일하게 소망한 것이 대추리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명 논란은 지난 2007년 2월 주민 이주를 결정지었던 정부와 평택시, 주민 대표 간의 합의문에서 비롯됐다. 주민들은 당시 '대추리'라는 지명을 보장받고 상업용지를 각 8평씩 지급받는 조건으로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런데 합의문 중 '해당 지역 거주민의 동의 등 행정구역 변경에 관한 규정에 따른 절차와 요건 구비 시 승인한다'는 조건이 대추리 주민들의 발목을 잡았다.
이주지 '노와리'에 원래 살던 주민 대부분이 2012년 우편투표에서 반대의사를 밝힌 까닭에, 평택시가 명칭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추리 이장'으로 불리는 신종원(58)씨는 "어디서 살든 대추리를 만들어주겠다 해서, 그리고 구속된 전 이장과 많은 연행자를 석방해준다 해서 고향을 떠나겠다고 약속했었다"며 "약속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명을 꼭 바꿔내겠다며 지난해 평택시장을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