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KOREA' 피켓과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들이 공동입장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코리아'를 앞세운 남북 공동 입장과 북한 선수단의 대회 참가,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 출전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승화시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개회식에서 만나 주고받은 악수를 두고 외신들은 "역사적인 악수"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올림픽을 통해 조성된 화해 무드는 27일 전세계가 극찬한 역사적인 2018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중요한 발판이 됐다.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될 때마다 늘 스포츠가 곁에 있었다. 남과 북의 스포츠 교류는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하는 도구이자 평화를 상징하는 결과물로 작용했다.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스포츠을 통한 평화와 화합의 다짐은 빠지지 않았다.
두 정상이 합의한 공동선언문에는 "안으로는 6.15를 비롯하여 남과 북에 다같이 의의가 있는 날들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 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여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밖으로는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2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올림픽 사상 첫 남북 단일팀으로서 올림픽 기간 내내 전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제 아시안게임 사상 첫 남북 단일팀 구성도 초읽기에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8년은 지난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 남북 스포츠 교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과거에도 스포츠는 남북 화합의 상징과 다름없었다. 지난 1990년 10월 남북고위급회담이 시작되면서 남북의 화해 분위기를 널리 알리는 남북통일축구대회가 개최됐다. 분단 이후 한반도에서 열린 첫 남북 대결이었다.
역사적인 첫 경기는 무려 15만명에 이르는 관중이 몰려든 가운데 평양에서 개최됐다. 2차전은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개최됐다. 북한은 1차전에서 2-1로, 한국은 2차전에서 1-0으로 각각 승리해 남북은 사이좋게 1승씩 나눠가졌다.
이후 남북 스포츠 교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1991년 3월 일본에서 개최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 단일팀이 참가했다. 현정화와 리분희 등 남북 선수들이 연출한 감동의 스토리는 훗날 영화 '코리아'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남북 탁구 단일팀이 처음으로 사용한 한반도기는 같은해 5월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도 사용됐다. 남북은 포르투갈에서 개최된 대회에 단일팀을 파견해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남북 스포츠 교류는 1990년대 말부터 보다 다양하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전개됐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농구 남북 대결이 펼쳐졌다. 북한의 235cm 장신 센터 리명훈을 '국보급 센터' 서장훈이 수비하고 있다 (사진=KBL)
1999년 9월 평양에서 정주영 체육관 기공 기념행사로 남북 농구 친선전이 열렸다. 남자팀 현대와 기아, 여자팀 현대산업개발이 평양을 방문했다.
그해 12월에는 서울에서 남북통일농구대회가 개최됐다. 남북은 혼합팀을 구성해 경기를 펼쳤다. 승패를 초월해 스포츠를 통한 우정을 나눴다. 당시 한국에서는 농구대잔치 세대가 범국민적인 인기를 누렸고 235cm의 장신 센터 리명훈이 버티는 북한에서도 농구는 인기 스포츠였다.
남북통일농구대회는 4년 뒤인 2003년 평양에서 한 차례 더 개최된 바 있다.
2000년에는 역사적인 첫 남북 공동입장이 성사됐다. 남북 선수단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회식에서 '코리아'라는 하나된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나란히 아리랑이 울려퍼지는 올림픽 주경기장을 밟았다.
당시 한국 여자농구의 간판 정은순과 북한 유도 스타 박정철이 나란히 공동기수를 맡았다.
이후 남북 공동입장은 국제 종합대회에서 자주 연출됐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그리고 같은해 대구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도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기를 들고 나란히 입장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5년 마카오 동아시안게임,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도하 아시안게임,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 공동입장이 이뤄졌다. 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남북 선수단의 하나된 모습은 2018년 평창에서 재현됐다.
27일 발표된 남북 공동선언문을 계기로 오는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될지 관심이 쏠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남북 화해 무드에 발맞춰 대한체육회를 통해 각 종목 경기 단체의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구성 의향을 파악했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2월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관동대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별리그 3차전 일본 경기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당시 경기 단체와 선수단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기에 일찌감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것이다.
조사 결과 농구를 비롯한 6개 종목 경기 단체가 남북 단일팀 구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남북 스포츠 교류의 상징과도 같은 종목이었던 농구가 가장 적극적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 관계자는 "방열 회장을 비롯해 협회는 남북 단일팀 구성에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단일팀 구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제농구연맹(FIBA)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동의를 구하고 경쟁국들의 반응도 살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부 종목의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기 위해서는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단체 OCA의 협조가 필요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볼 수 있었다.
대다수 종목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을 진행하고 있거나 앞두고 있어 한국 선수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인 준비 역시 철저히 뒷받침돼야 한다.
한편,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을 발판삼아 오는 8월말 경남 창원에서 개최되는 제52회 세계사격선수권 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국제사격연맹은 지난 3월말 북한에 대회 초청장을 발송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올레가리오 바스케스 라냐 회장은 지난 주 국내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북한이 대회에 참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조직위원회 역시 대회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