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북한산 그림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한국사진공동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기념촬영을 위해 평화의 집 1층 로비의 대형 산 그림 앞에 섰다. 사진을 찍기 직전 김 위원장이 그림에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문 대통령에게 물었다. "이건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겁니까?"
이 그림은 민정기(69) 화백이 2007년에 제작한 산수화 '북한산'이다. 청와대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선택한 그림 중에 하나이다.
'북한산'이라는 이름 자체에 더해 서울을 대표하는 명산으로 북측의 최고 지도자를 초대한다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산의 역동적인 산세가 영롱한 느낌의 푸른 물감으로 세세하게 표현됐고, 산 주변으로 노란 빛이 새어 나와 희망적인 느낌을 주는 산수화이다.
김 위원장이 기법을 묻자 문 대통령은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민정기 화백은 1980년대 '현실과 발언'의 동인이자 대표적인 민중 화가이다.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던 '이발소 그림'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독자성 복원을 시도하기도 했다.
80년대 후반부터는 한반도 풍경 및 역사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인문학적 고찰과 민중 사관이 녹아있는 산수 풍경과 산수화지도를 그려 왔다. 민 화백은 특히 임진강 일대를 그리는 등 분단의 현실을 상기시키는 작품도 여럿 선보여왔다.
민 화백은 2016년 개인전을 열 당시 인터뷰에서 "개성으로 부르는 개경에서 현재 서울인 남경으로 오는 길의 절반은 우리가 걸을 수 없는 길이다. 분단의 현실이 풍경화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며 작품관을 내비쳤다.
기념촬영 후 오전 9시48분 회담장에 입장해서는 또다른 미술 작품이 화제가 됐다.
문 대통령이 환담장 뒷 벽에 걸려있는 김중만 작가의 '천 년의 동행, 그 시작'이라는 작품을 먼저 소개했다.
이 작품은 세종대왕기념관이 소장한 '여초 김응현의 훈민정음'을 김중만 작가가 재해석한 사진이다. 김 작가는 문재인 대통령 성(姓)의 'ㅁ'을 푸른색으로, 김정은 위원장 성의 'ㄱ'을 붉은색으로 강조해 두 정상이 서로 통하기를 소망하는 뜻을 작품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작품은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의 글씨를 작업한 것"이라며 "여기에 보면 '서로 사맛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고, 글자에 'ㅁ'이 들어가 있다. '맹가노니'는 '만들다'라는 뜻이다. 거기에 'ㄱ'을 특별하게 표시했다. '사맛디'는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고, 'ㅁ'은 문재인의 ㅁ이고, '맹가노니'의 'ㄱ'은 김 위원장의 ㄱ이다"라고 세세하게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습니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