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이 관여한 댓글 여론조작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박모(필명 '서유기')씨가 20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김경수 의원이 당시 경공모가 선플운동을 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선플운동을 할 거라고 알고 전송해준 것 같다"
드루킹 김모씨가 지난 16일 경찰의 구치소 조사에서 한 진술이다.
김 의원으로부터 기사 링크를 텔레그램으로 전송받은 김씨가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한 이유를 경찰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드루킹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댓글 여론조작을 했다는 걸 김 의원이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근거는 아직까지 공개된 경찰 수사 내용에는 없다.
앞서 지난 16일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공보를 맡고 있는 동안 (문재인) 후보에 관해 좋은 기사나 홍보하고 싶은 기사가 올라오는 경우 제 주위에 있는 분들한테 보낸적이 꽤 있었다"라며 "그렇게 보낸 기사가 '드루킹'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도 저는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2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 의원은 김씨에게 모두 14건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는데, 10건이 기사 링크다.
4개의 메시지 가운데는 1개의 기사 링크를 보내면서 "홍보해주세요"라는 단문을 보낸 게 포함됐다.
경찰은 김 의원이 홍보 요청과 함께 보낸 기사의 댓글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공감수 조작이 있었는지는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김씨에게 보낸 나머지 메시지 3개는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라는 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외신 간담회 일정, 문 당시 후보를 홍보하는 유튜브 동영상 링크다.
경찰은 일반론을 전제로 "자발적으로 기사 전송을 하고 선플을 다는데 사인(私人)들이 참여했다면 현재 법리검토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법리적 판단과 입장은 유보했다.
경찰은 그러면서도 "댓글 여론조작이 있었고, 김 의원이 연루됐는지는 수사 진행에 따라 필요하면 당연히 소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드루킹 김씨의 진술 신빙성이 강하게 의심되는 정황은 김 의원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김씨는 긴급체포된 뒤 경찰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테스트 목적으로, 딱 한 번 매크로 프로그램을 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구치소 조사에서는 "새 정부 들어서도 경제민주화가 진전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불만을 품어왔으며, 또 오사카 총영사 인사추천을 거절한 김 의원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어서 우발적으로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고 범행 동기에 대한 진술을 바꿨다.
한 번 뿐이라던 김씨의 진술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6건의 기사 댓글에 대한 추가 의심 사례가 발견되면서 신빙성이 더욱 흔들렸다.
오사카 총영사 자리 등 인사 청탁이 있었던 것도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진술만 있기 때문에 진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기사 댓글 분석을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김 의원과 김씨가 텔레그램이 아닌 '시그널'이라는 해외 메신저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지난 17일 추가 확인했다.
메시지가 오간 시기는 대선을 앞뒀던 지난해 1~3월 사이로 김씨가 보낸 메시지가 39건, 김 의원이 보낸 게 16건이다. 기사 링크 주소와 같은 흔적은 없었다.
경찰은 이 대화 내용에 대해 "수사과정에서 확인이 필요하다"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그널은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 정보수집 관행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썼던 메신저 앱으로, 보안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텔레그램이 아닌 또 다시 메신저를 사용한 이유, 그 대화내용에 대한 분석도 경찰이 수사력을 모으는 부분이다.
김 의원은 이날 경남도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찔끔찔끔 흘리면서 증폭시키는 방식의 수사는 맞지 않다"며 "제가 필요하면 불러서 조사하고 확인해 국민적 의혹을 가능한 한 빨리 털어내기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전에 발표한 경찰 내용을 제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제가 일일히 필요한 부분은 해명하고, 제가 아니라 당 대변인도 충분히 설명 가능한 과정을 통해 해명 드리겠다. 숨길 이유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