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극비리에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고 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에서 북한에 특사를 보낸 정황이 드러나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이제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거의 매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보 현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는 핵심 측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뜻이 맞는다'고 말하는 복심으로 통한다.
그런 그가 지난 부활절이 낀 주말(3월 31일과 4월 1일 간)에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7일(현지시간)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 직후 CNN과 뉴욕타임즈 등도 미국 관리들에게서 폼페이오 지명자의 방북을 확인했다고 일제히 보도를 쏟아냈다. 특히 CNN은 폼페이오 지명자가 방북 당시 백악관이나 국무부 관계자를 동행하지 않고, 정보 관계자만 데리고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추가 보도하기도 했다.
◇ "북미 정상회담 가시권 들어왔다"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양국의 외교장관들이 사전에 상대방 국가를 방문해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은 관례처럼 돼 있다. 이런 점에서 그간 북미 정상회담 준비 작업을 진두지휘 해온 폼페이오 CIA 국장이 국무장관 지명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면담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뉴욕타임즈는 이날 기사에서 폼페이오 지명자의 김정은 위원장 면담을 보도하면서 "한때 상상조차 불가능했던 북미 정상회담이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생생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극히 높은 수준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하고 있다"며 폼페이오 지명자의 방북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또 북미 정상회담의 시점을 '늦어도 6월 초', 장소는 미국이 아닌 5곳의 후보지를 놓고 검토 중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으면서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상당부분 진척 중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폼페이오 지명자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어느 수준까지 논의를 진행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정상회담의 시점과 장소가 확정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회담의 세부사항까지는 논의가 진척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 폼페이오, 김정은 만나 무슨 얘기 했나다만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는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 8일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측에서 직접 북한의 비핵화 논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폼페이오 지명자는 지난 12일 미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김정은 정권의 체제보장 방안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시 폼페이오 지명자는 "김정은은 종이 한 장(협정문) 그 이상을 원할 것"이라며 "그는 체제안정을 위한 보장 방안을 추구할 것이고, 때문에 북한은 비핵화라는 수십년간 누구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책무를 떠맡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따라 폼페이오 지명자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그가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논의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직접 확인했고, 김 위원장은 그 대신 체제 안전을 보장할 방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그 논의에 자신의 축복을 보낸다고 덕담까지 건넸다.
그는 "사람들이 한국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잘 모르는데,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들(남북)은 전쟁을 끝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며 "그 논의에는 나의 축복이 필요한데, 진정 축복을 보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속에는 미국의 지지가 없이는 종전 선언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실히 밝히면서, 자신이 한국전을 끝내는 논의를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휴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트럼프, 아베 총리 면전에서 북미 정상회담 급부상시켜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정보 채널로 물밑으로만 이뤄져 왔던 북미 접촉 상황을 아베 총리가 방문한 당일에 한꺼번에 수면 위로 부상시킨 부분이다. 아베 총리를 옆에 앉혀놓고서는 보란 듯이 북미 정상회담을 거의 기정사실로 확인했고, 남북 정상회담에는 '축복한다'는 멘트까지 날렸다.
이는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소외된 일본의 처지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현재 일본에서 사학 스캔들 등에 휘말려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궁지에 몰린 상태다. 또 남북, 북미, 북중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고 러시아에는 북한이 리용호 외무상을 보냈지만 일본은 일련의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소외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급한대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북자 문제나 중거리 미사일 도발 중단 약속 등 일본의 현안도 의제에 포함해 논의해 줄 것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아쉬운 상황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현안을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올려주는 대신, 무역 분야 등에서 일정 부분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동맹국 중 유일하게 철강관세 면제를 받지 못하고 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미국이 빠져나간 뒤 계속 재가입을 저울질만 하는 상황이라 일본이 내놓을 카드가 그리 많지 않다는데 아베 총리의 고민이 있다.
안팎의 도전에 직면한 아베 총리와 마주 앉아 노골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몸값 높이기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어떤 합의에 이를지,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