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F 규제 푼다? 文정부 '수거대란 해법'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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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는 지자체 손에… 환경전문가들 “SRF 규제 완화는 '적폐' 정책 회귀”

 

'쓰레기 수거 대란'을 조기에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서둘러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자칫 수거 대란을 부른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 10일 '수거 정상화를 위한 총력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환경부 김은경 장관은 5일 제도 개선책을 담은 '수도권 재활용 쓰레기 문제 대응방안'을 직접 브리핑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낙연 총리에게 "제도개선보다 수거에 집중하라"고 지적당했다.

결국 브리핑 예고 5시간 만에 제도 개선 방안 발표를 철회하고 부랴부랴 현장 수거에 집중한 총력대응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방안 내용은 크게 나눠 3가지로,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거를 정상화하고 △사정이 어려운 재활용업계 업체를 지원하고 △분리배출이 잘 되도록 대국민홍보에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 쓰레기 많을수록 돈 버는 수거시장… 지자체 나서서 해결해야

이번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수거 문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중앙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거의 다 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수거 정상화를 위해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호흡을 맞추겠다는 내용을 첫머리에 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김현경 활동가는 "관련 법에 따라 지자체가 폐기물 처리 권한을 갖는데, 수거 대란에도 지자체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별 반응이 없었다"며 "정책을 만드는 환경부와 집행하는 지자체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20여년 동안 대형 아파트 단지는 민간 수거업체가 계약을 맺고 재활용 쓰레기를 처리해왔다.

지자체는 수거할 일거리가 줄고, 아파트 입주자는 쓰레기를 버리면서 돈도 벌고, 수거업체는 인구가 밀집된 아파트 단지에서 손쉽게 재활용품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 뒤에는 감춰진 그늘도 있었다.

녹색소비자연대 최재성 사무총장은 "현재 재활용 수거 시스템은 쓰레기 양이 많아져도 아무도 문제의식을 느낄 수 없고, 오히려 많을수록 이윤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정리했다.

최 사무총장은 "시민들도 세밀하게 분리하지 않고 마음 놓고 버려도 업체가 잘 가져가니 시민들의 분리수거 의식이나 쓰레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무뎌졌다"며 "하지만 수거업체는 쓰레기가 많을 수록 돈을 버는 구조여서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이 걷잡을 수 없게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자원순환시민센터 김추종 사무국장은 "민간업체는 수익성을 따지기 때문에 경기가 나빠지거나 재활용 관련 문제가 터지면 언제든 수거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 전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터지지 않아 위기 의식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환경부 등 중앙 정부 부처는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그칠 뿐, 실제로 쓰레기 수거 현장에 행정력을 투입할 수 주체는 결국 지자체다.

하지만 수거대란을 맞은 전국 8개 시도 가운데 수거대책을 수립한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절반 이상 지역이 수거 대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나머지 지역은 수거계획 수립을 마무리짓지도 못했다.

김 사무국장은 "일반 상품은 수요가 없으면 생산하지 않지만, 쓰레기는 재활용 수요가 없어도 계속 쏟아지기 때문에 소각·매립이라도 해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민간시설의 영향력을 흡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아파트도 단독주택처럼 재활용품까지 지자체가 수거해야 한다"며 "사후 처리 역시 민간 시장 비중이 지나치게 큰데, 공공처리소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SRF 처벌 완화, 미세먼지 정책과도 상충… 보수정권 '적폐' 실수 회귀 우려도

다만 정부 대책 가운데 재활용업체 지원책의 일환으로 고형연료(SRF)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서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재활용 쓰레기를 완벽하게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잔재물은 보통 태우거나 땅에 묻는다.

하지만 불에 태울 수 있는 잔재물을 따로 모아 세척·압축 등의 과정을 거치면 열병합발전소 등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SRF다.

주로 폐타이어에서 나온 폐합성고무나 섬유공장 또는 버려진 옷에서 나온 폐합성섬유가 주 원료이고,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 중에는 주료 폐비닐류를 선별해 SRF로 재활용한다.

하지만 SRF도 결국 폐기물 소각의 변종일 뿐, 폐기물을 태우면서 다이옥신 등 유독물질이나 미세먼지, 악취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대도시에서 주로 배출되는 쓰레기를 발전소가 세워진 지방농어촌에서 태우면서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고, 실제로 강원 원주나 전남 나주 등에서는 SRF 발전 도입에 반대하는 주민들로 인해 지역 내 정치적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로 참여정부 시절까지는 고형연료 사업이 힘을 받지 못했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고유가 등을 이유로 SRF 사업에 거액의 예산이 쏟아졌고, '나비효과'로 재활용업계의 부실화까지 불렀다.('수거 대란' 발단은 중국인가, 이명박근혜인가 참고)

정부는 이번 대응책에서 SRF에 대해 환경안전성 담보를 전제로 품질기준 위반시 행정처분을 경감하고, 검사주기 완화방안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SRF 관련 기준을 1회만 위반해도 1개월 영업정지를 내렸는데, 너무 가혹하다는 민원이 있어 경고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검사주기의 경우 SRF 외에도 다양한 검사를 하는데, 같은 날에 실시해 업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처벌 수위를 낮추는 것 자체가 사실상 SRF 규제의 전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SRF와 같은 폐기물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의 범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현행법상 SRF가 재생에너지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도 SRF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될 정도로, 수거대란 직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SRF 사업은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다.

더구나 지난달 말에도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연이어 내리고, 급기야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수도권 민간부문과 전국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는 마당에 SRF 규제 완화 조치는 이와 상충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SRF에 관한 규제를 다시 완화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다면 SRF 사업을 추진해 재활용업계의 부실화를 불러, 이번 수거대란의 '씨앗'을 심었던 보수정권의 '적폐' 정책을 다시 계승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정권 교체 이후 SRF 문제점을 인식하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당수 업체가 영업정지를 받았다"며 "정부로서는 이번 수거 대란으로 쌓여있는 재활용 잔재물을 서둘러 처리하고 싶으니 처벌 수위를 낮추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처벌 수위를 낮추면 자연스레 업체들이 관련 기준을 소홀히 여기지 않겠느냐"며 "일시적으로 처벌받은 업체를 사면하는 등 단기적 대응이 아니라 아예 처벌 기준 자체를 바꾸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잘못된 결정으로 후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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