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북측에서도 가수라고 하나요?" (가수 이선희)3일 오후 북한 평양시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에는 웃음과 눈물이 가득했다. 1만2천여 명의 관객들은 남측과 북측 가수들이 공연을 마칠 때마다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북한 관객들 앞에 선 우리 가수들의 심경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16년 만에 다시 북한에서 공연을 한 가수 이선희와 최진희는 반가운 심경을 드러냈고, 부모님의 고향이 북녘인 가수 강산에는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가하면 윤도현 밴드의 보컬 윤도현은 특유의 재치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남북 합동공연에서 오간 가수 및 진행자의 발언들을 정리해봤다.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엣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이 펼쳐졌다. 가수 이선희(오른쪽)와 북측 가수 김옥주가 'J에게'를 함께 열창하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이선희와 최진희, 16년 만에 다시 온 北이선희는 이날 북측 가수 김옥주와 함께 자신의 유명곡 'J에게'를 열창했다. 이선희의 맑은 목소리와 김옥주의 트로트 창법이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뤘다.
다정하게 눈을 맞추며 노래를 부른 후, 이선희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선희는 "여러분, 북측에서도 가수라고 하나요?"라고 물었고, 이에 김옥주가 마이크에 입을 대지 않고 "네"라고 답하자 "마이크 써주세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친밀한 두 사람의 모습을 목격한 북한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서 이선희는 "(김)옥주 씨를 처음 만났는데 목소리 듣고 감동했습니다. 눈빛이나 모습에서 따뜻한 배려가 느껴져서 감사한 마음으로 불러 드렸는데, 오늘 와주신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었나요?"라고 김옥주에 대한 칭찬을 건넸다.
마지막으로 그는 "노래한지 이제 35년이 돼 가는데요, 노래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16년 전에 평양에서 노래를 불렀던 게 소중한 추억 중 가장 크고요. 이 추억은 또 다른 것으로 간직될 겁니다"라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밝혔다.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엣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이 펼쳐졌다. 가수 최진희가 열창하고 있는 모습.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마찬가지로 16년 만에 북한에 온 최진희는 자신의 대표곡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를 선보였다.
최진희는 "정말 많이, 그 동안 오고 싶었습니다. 진짜, 진짜 오고 싶었습니다. 16년이라는 세월이 너무 길었어요. 자주 보고 싶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합니다. 여러분들 자주 초대를 해주실 거죠?"라고 벅찬 공연 소감과 함께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북한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그러자 최진희는 울컥한 목소리로 "또 다시 평양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다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라고 약속을 건넸다.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엣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이 펼쳐졌다. 가수 강산에가 공연 중 돌아가신 이북 출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울먹이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강산에, 부모님 생각에 흘린 눈물가수 강산에는 '라구요' 노래를 부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라구요'는 그가 북녘 고향을 그리워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굉장히 감격스럽습니다.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 아버지도 생각나고요. 방금 들려드린 노래가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노래였는데 데뷔곡이었습니다"라며 "뜻하지 않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게 됐고요. 뭉클합니다. 가슴 벅찬 이 자리. 왔을 때부터 많은 분들이…"라고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강산에는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해주셔서 누르고 있었는데 한번 터지면 잘 안 멈추더라고요"라며 손으로 애써 눈물을 닦은 후, 다음 곡인 '넌 할 수 있어'를 열창했다.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엣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이 펼쳐졌다. 윤도현 밴드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윤도현, 삼지연 관현악단 향한 '콜라보' 제안
윤도현 밴드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통일에의 염원을 담은 곡 '1178'로 에너지 넘치면서도 쾌활한 무대를 만들었다.
첫 곡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끝난 이후 마이크를 잡은 윤도현은 북한말로 자신을 '놀새떼'(날라리라는 뜻의 북한말)라고 칭하며 관객들과의 벽을 허물었다.
이선희, 최진희처럼 16년 만에 평양 땅을 밟은 윤도현은 "남쪽에서 온 놀새떼 YB, 다시 한 번 인사드립니다"라면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삼지연 관현악단 정말 훌륭하더라고요. YB랑 삼지연 관현악단이 합동 공연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를 돌면서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한 바람을 드러냈다.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엣 열린 남북예술인의 연합무대 '우리는 하나' 공연이 펼쳐졌다. 가수 서현과 '조선중앙TV' 방송원 최효성이 진행을 맡아 보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 서현, 몸살도 이겨낸 열창소녀시대 출신 가수 서현은 이날 '조선중앙TV' 방송원 최효성과 사회를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진행했다. 공연 초반에는 남한 예술단 단독공연에서도 불렀던 북한 가요 '푸른 버드나무'를 부르며 가수로서의 능력을 뽐내기도 했다.
최효성은 서현의 '푸른 버드나무' 무대 전에 "제가 알기로 서현 가수가 우리 노래 '푸른 버드나무'를 잘 불러서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라고 운을 띄웠다.
몸살 감기에 걸린 것으로 알려진 서현은 이에 "목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환호해주셔서 제가 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평양 시민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열심히 불러보겠습니다. 곡을 부르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있는데 열심히 불러보겠습니다"라고 답해 관객으로부터 환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