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순애보를 간직한 남편 우진 역을 맡은 소지섭. (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
손예진만큼이나 소지섭의 멜로를 기다린 이들도 많을 것이다. 소지섭 또한 그들의 팬들만큼은 아닐지라도 멜로에 목마른 상황이었다. 본격 아버지 연기에 망설였던 것도 잠시, 결국 그 설렘에 끌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선택했다.
사랑도, 사람도 40대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소지섭에게는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럼에도 결정하기까지는 어렵지만 한 번 결정한 건 '끝까지 해보려고 하는' 지구력이 지금의 소지섭을 만들었으리라.
소지섭과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상관관계는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생각을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다음은 소지섭과의 일문일답.
▶ 가족 안에서 아버지 역할을 이렇게 길게 해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실제 해보니 어떤 느낌이었나.- 처음에는 아버지 역할이 상상이 안돼서 거절했었다. 그렇지만 멜로를 할 기회가 별로 없지 않느냐. 그래서 선택을 하게 됐다. 아이랑 처음 촬영을 길게 해봤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기분 좋은 힘듦이었다. 많이 놀아주고 부대끼면서 '아빠'하고 안기는 게 기분이 좋더라. 앞으로는 아이 아버지 역할이 들어오면 고민은 안할 것 같다. (가족 이야기인데) 내가 어렸을 때 힘들게 자라서 이입이 된 부분도 있다. 아버지나 어머니, 누구 한 사람이 떠올랐다기 보다는 내가 자랐던 환경이 좋지 않아서 생각이 나더라.
▶ 장르가 '멜로'이고 실제로 설레는 사랑을 연기하다보니 20대 시절의 추억이나 본인의 애정관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사실 20대 시절로 돌아가는 건 말이 안 된다. (웃음) 경험해왔던 것을 녹이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나이가 꽤 있으니까 그런 기억이 분명히 있지 않나. 나는 누군가 만나기도 힘들고, 만나기로 해도 손 한 번 잡으려면 긴 시간이 걸렸었다. 그런 기억들이 떠오르더라. 이제 예쁘고 잘생기고 이런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나한테 좋으면 상대방이 제일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보통 생각하는 이상형을 만나지는 못하더라. 만인의 연인도 좋지만 공공재로는 남지 않을 생각이다. (웃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번 영화 촬영을 통해 얻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 아이와 사랑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만 있어도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감독님이 굉장히 낙천적이고 섬세하다. 아이와 여성에 대한 감성을 잘 알고 있더라. 실제 감독님 경험을 시나리오에 많이 녹여서 도움이 됐고, 행복해서 촬영이 안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현장이었다.
▶ 실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면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하다.- 나는 늘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고 노력한다고 신경을 쓰는데 상대방 입장에서 어떻게 느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지는 않는다.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다정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지 않은 것 같다. 앞에서 민망하니까 대놓고 잘해주지는 못하는데 섬세한 부분은 다 안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순애보를 간직한 남편 우진 역을 맡은 소지섭. (사진=피프티원케이 제공)
▶ 어쨌든 누구든지 꿈꿔보는 사랑의 형태가 있다. 본인이 지금 하고 싶은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 누군가 사랑하게 되면 최선을 다해서 그 사람만 생각하는 편이다. 머리로 계산하는 것보다는 가슴이 뛰는 사랑을 하고 싶다. 나이가 드니까 가슴이 머리와 같이 움직이더라.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만 있어도 좋은 건데 무언가를 바라는 것 같다. 자꾸 당기려고 하니까 싸움이 벌어지는 거 같다. 이제 그냥 누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사랑은 너무 아름다운데 그걸 유지하려면 많은 게 필요하다. 일방적인 희생만을 바랄 수는 없다.
▶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간 관계가 상당히 좁고 깊은 것 같다.- 긴 시간 동안 오래 옆에 있으면 서서히 다가가는데 그러기 전에 확 친한 척을 하면 내가 뒤로 거리를 둔다. 급하게 친해졌다가 멀어지는 분들도 많다. 나는 그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친해지기 힘든 편이다.
▶ 이제 후배 배우들과도 많이 작업을 하는 시기일텐데 어쩔 수 없는 세대 차이를 느낄 때도 있나. 나름대로 그들과 친해질 수 있는 비결 같은 것도 있는지.- 가끔 젊은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내 나이가 42살인데 세대 차이는 당연히 있다. 연기나 사랑에 대한 생각이나 시각 차도 상당하다. 사랑도 예전보다는 많이 빨라지지 않았나. 빨리 사랑했다가, 또 빨리 헤어지고….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지갑을 여는 것이 친해질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늦게 가서 지갑을 열고, 올 때는 빨리 돌아오고. 그게 가장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