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쓰라린 패배의 아픔을 겪었지만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우승팀을 먼저 축하하는 예우를 보였다.
현대캐피탈은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대한항공에 세트 스코어 0-3(22-25 17-25 20-25)로 패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 현대캐피탈은 풀세트 접전 끝에 1차전을 따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지만 이후 2~4차전을 내리 0-3으로 패하면서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경기를 마친 최태웅 감독은 패배의 아픔을 드러내기보다 먼저 우승팀을 축하했다. 그는 "대한항공의 첫 번째 우승을 축하한다. 박기원 감독님이 팀을 잘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1차전 승리 이후 2차전부터 특유의 움직임이 살아나지 않으면서 결국 고개를 떨궜다. 최 감독은 "오늘 경기는 경기력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 관리에 더 세밀하게 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대캐피탈은 최 감독 부임 이후 2015-2016시즌에 18연승의 신화를 쓰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OK저축은행에 덜미가 잡히면 통합우승에 실패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는 대한항공의 희생양이 됐다.
최 감독은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 후 통합 우승을 못했다. 나 자신이 조금 더 겸손해지고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뼈아팠다. 현대캐피탈은 주포 문성민이 발목 부상에 고전했고 센터 신영석도 무릎 통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특히 주전 세터 노재욱은 허리 디스크로 3차전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나서지 못했다. 노재욱은 곧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해줬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해준 것에 대한 자책이 가장 크다"며 선수들의 부상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선수들에 대한 감사함도 빼놓지 않았다. 최 감독은 "시즌 전에 우승 후보로 지명받지 못했지만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쳐 정규리그 우승을 이뤄냈다"며 "선수들 간의 신뢰가 쌓인 덕분이다. 좋은 팀 문화를 만들어준 선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시즌을 마감한 최 감독은 곧바로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외국인 선수 구상이 첫 행보다. 그는 "당장 내일부터 트라이아웃을 준비할 계획이다"라며 "올 시즌을 치르면서 좌우 쌍포로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각편대 구축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