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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억울한 10년 옥살이, 누구도 사과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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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촌오거리 살인'…진범은 2003년에 이미 자백했는데 검찰이 묵살"

- 2003년 진범 자백했는데…불구속 수사 지휘 내려와 풀려나
- 진범은 '이거 뭐지, 부인하라는 거 아닌가' 신호 받았을 것
- 그때 잡혔다면 누명 쓴 피해자도 바로 풀려났을 텐데…
- 만 15살 청소년에게 '가혹행위' 수사
- 황상만 반장의 재수사 결심 없었다면 오늘 결과도 없을 것
- 주변 일에 관심 갖고 용기있는 실천 해주셨으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3월 27일 (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준영 변호사

◇ 정관용> 영화 '재심'으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지난 2000년 발생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검찰은 당시에 인근 다방 커피배달원이었던 16살 최 모 씨를 범인으로 지목해서 10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죠. 하지만 10년 만기 출소 후에 재심을 해서 결국 무죄로 밝혀졌고요.

그 진범이 오늘 18년 만에 단죄를 받게 됐습니다. 징역 15년형으로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내려진 겁니다. 이 재심을 권유해서 결국 무죄판정을 이끌어낸 분이 박준영 변호사죠. 연결해 봅니다. 박 변호사 안녕하세요.

◆ 박준영>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먼저 축하드립니다.

◆ 박준영>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진범이 징역 15년 확정 소식 딱 듣고 첫 느낌이 어떠셨어요?

◆ 박준영> 이런 질문 오늘 많이 받았는데. 좀 다른 관점의 얘기를 드려보고자 합니다. 진범을 지목하면서 재심을 진행했던 사람이 저고 어찌 보면 진범이 유죄판결을 받은 데 있어서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가 저다 보니까 진범과의 어떤 이런 인연에 대한 부담감, 불편함이 꽤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진범을 약간 대변해 보고자 합니다, 실은.

무슨 얘기냐면 진범은 지금 비로소 나타난 게 아니라 2003년에 이미 제보에 의해서 잡혔고 그 당시에 잘못을 뉘우친다면서 자백을 다 했었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 검사가 불구속으로 지휘를 수사지휘를 하고 또 무혐의 처분을 하는 바람에 당시에 처벌받으려 했던 진범의 어떤 의사를 묵살한 게 그 당시 검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든 불이익을 지금 또 진범이 받고 있는 상황이죠, 실은요. 그리고 두 번째는 죄는 미워하더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강도살인죄 법정형은 무기징역을 충분히 선고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실은. 그런데도 불구하고 15년이 나온 이유는 그 당시에 아주 어린 나이였다는 거. 그리고.

◇ 정관용> 당시 19살이었죠?

◆ 박준영> 네, 맞습니다. 그리고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그런 부분이 감안돼서 징역 15년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모든 비난이 진범에게 가해지는 상황에서 그런 검사의 잘못된 행태와 진범의 어떤 범행 경위도 감안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 정관용> 2003년에 스스로 뉘우치고 죄를 받겠다고 했을 때 바로 잡혔어야 그나마 괜찮았던 거군요.

◆ 박준영> 맞습니다. 그때 바로잡혔으면 진범은 그때 처벌받았을 것이고 이미 출소를 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지금 억울한 옥살이 10년 했던 그 친구는 그때 풀려났을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요. 그때 검찰이, 경찰이 제 역할만 했더라면 아니,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사건 당시에 그 당시에 16살이었던 최 모 씨를 범인으로 몰아간 이유가 뭐예요?

◆ 박준영> 그 당시에 물론 의심을 할 이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근거는 없었던 거고요. 그 사람을 잡아다가 그냥 자백을 강요하면서 때리고 또 가혹행위를 하고 잠을 안 재우고. 그때 만 15살의 어린 청소년한테 가했던 아주 잔인한 수사였습니다.

박준영 변호사 (사진=시사자키)

 

◇ 정관용> 그리고 3년 복역하고 있는 사이에 2003년에 이 진범이 이게 포착이 됐지 않습니까?

◆ 박준영> 맞습니다.

◇ 정관용> 그건 어떻게 포착이 된 거예요?

◆ 박준영> 제보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진범과 진범을 챙겨줬던 친구가 이 범행 사실을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를 했었고. 그 사실을 들었던 주변 지인들이 제보를 했었던 겁니다.

◇ 정관용> 그 제보를 듣고 경찰이 다시 수사를 한 겁니까?

◆ 박준영> 예. 제보를 듣고 당초 수사를 했던 곳이 익산경찰서였는데 제보를 받고 수사를 했던 곳은 군산경찰서였습니다. 그 군산경찰서 황상만 반장이란 분이 제보에 기해서 진범과 진범을 숨겨졌던 친구에 대해서 수사를 했던 것이고. 자백을 받았었습니다, 그 당시에.

◇ 정관용> 그런데 그 자백까지 받은 것을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이용해서 이걸 하지 마라 이렇게 했다는 거죠?

◆ 박준영> 네, 그 당시에 구속수사를 했었어야 됩니다. 그러면 자백을 번복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사람 죽였다는 자백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불구속 수사 지휘가 내려오고 그래서 풀려나니까 진범 입장에서는 이거 뭐지, 부인하라는 거 아닌가라는 그런 신호를 받았겠죠, 그 당시에.

◇ 정관용> 그나저나 박준영 변호사는 이건 진범이 또 있고 이건 재심하면 무죄가 나온다 이런 판단은 처음에 어떻게 해서 갖고 시작하게 되셨어요?

◆ 박준영> 일단 이 사건 제가 수사기록은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였지만, 그 당시에. 처음 사건을 접할 때요. 그런데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진범에 대한 수사가 있었을 때 그때부터 계속 이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서 공론화가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언론의 공론화가 있는 사건이라는 부분이 어찌 보면 제가 이 사건을 대할 때 뭔가 억울한 사건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끔 한 힘이었습니다, 실은.

◇ 정관용> 그리고 현장에 가서 이것저것 조사하니까 확신이 가던가요.

◆ 박준영> 당사자를 만나보고 또 이제 기록을 열람하러 가서 관련자들을 보니까 이건 말이 안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 당시 수사했던 경찰, 검찰 또 최 모 씨한테 유죄라고 판정한 판사, 그런 분들 지금도 현직에 있나요.

◆ 박준영> 대부분은 변호사 하는 분들이 많고 또 경찰 같은 경우는 퇴직한 사람 많은데요. 경찰은 한 명 정도 현역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원래 2년 전에 재심 재판할 때는 2명이었는데요. 한 명이 재심법정에서 증언한 후에 자살을 해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한 명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고 검사 같은 경우에는 당시 수사검사는 변호사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진범을 풀어줄 때 관여했던 불구속 수사 지휘하고 또 무혐의 처분했던 검사는 현직에 있습니다.

◇ 정관용> 아직도?

◆ 박준영> 그리고 판사는 대부분 변호사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려 복역한 최모(31.사진 왼쪽)가 지난 2016년 11월 17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박준영 변호사(사진 가운데), 3년 뒤 진범으로 추정되는 30대를 검거했던 황상만 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사진 오른쪽)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임상훈 기자)

 

◇ 정관용> 그분들 가운데 누구 한 분이라도 이 억울한 옥살이 한 분한테 사과한 사람이 있나요?

◆ 박준영> 없습니다.

◇ 정관용> 한 명도?

◆ 박준영> 네.

◇ 정관용> 억울한 10년 옥살이는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은 받았죠?

◆ 박준영> 네, 8억 원을 조금 넘는 돈을 받았고요.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말씀 좀 드리고 싶은 게 뭐냐 하면 이 익산 사건에 대한 기사가 나가면 그 삼례 사건 판사였고 또 피해자들에게 사과까지 한 박범계 의원이 꼭 거론되거든요. 그런데 박범계 의원은 익산 사건이 아닌 삼례 사건이었고.

또 삼례 사건의 주심도 아닌 재판장도 아닌 배석판사였기 때문에 당사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는데 지난번 무죄판결 이후에 진심으로 사과를 했고 죄송하다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래서 그런 오해는 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그나저나 박준영 변호사 지난 2016년에 재심전문으로 억울한 사람들 일 도와주다 보니까 파산을 해서 무슨 모금도 하고 그랬었잖아요.

◆ 박준영>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때 저희랑 방송도 하고 그러셨는데 지금은 좀 형편이 나아지셨어요, 어때요?

◆ 박준영> 지금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강연도 많이 들어오고 있고요. 생활, 많이 폈습니다.

◇ 정관용> 다행이네요. 최근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에 맡았던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그거 지금 재심 추진하고 계시다고요.

◆ 박준영> 맞습니다. 지난해 재심 청구했고요. 올해 내로 재심 개시 결정 제시되면 다시 또 이렇게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실은.

◇ 정관용> 재심 결정이 될지 안 될지 아직은 모르는 단계입니까?

◆ 박준영> 재심 개시 결정은 무조건 나올 겁니다. 다만 그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이렇게 박준영 변호사처럼 의혈남아가 고군분투해서 해 나갈 일이 아니잖아요. 뭔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 박준영> 그런데 또 세상에는 제가 다 한 걸로 나오는데 그건 아니고요. 익산 사건 같은 경우는 군산경찰서 재수사 당시에 용기를 내서 재수사를 했던 황상만 반장의 재수사 결심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재심 무죄, 이번에 유죄판결은 절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은 도움이 있어야지 어떤 정의로운 결과를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자기 주변의 어떤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에 관심 가져주고 또 용기 있는 실천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의는 어차피 밝혀진다 이런 어떤 교훈을 얻게 되네요. 오늘 고맙습니다.

◆ 박준영> 감사합니다.

◇ 정관용> 박준영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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