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은퇴식…태능서 마지막 활주
-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떠올라
- 서른에 은퇴, 후배들에 양보하고 싶어
- 경륜선수로 새출발…언젠가 올림픽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모태범 (스피드스케이팅 메달리스트)
여러분,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때요. 이 목소리 혹시 기억하십니까?
"축하드려요. / 모태범이라고 합니다. / 어제가 마침 생일이었는데 생일 날 금메달까지 선물로 받은 소감이 어떻습니까? / 최고의 진짜 생일선물인 것 같아요, 여지껏. / 당연하죠. 태극기 들고 춤추는 세리머니 오늘 조간신문 1면에 일면에 쫙 난 거 아세요? / 그런가요? 몰라서요, 한국 신문을 보지 못해서. (웃음)"
여러분, 이 목소리.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간판스타, 모태범 선수 목소리입니다. 금메달 따고 바로 다음 날 저랑 인터뷰 했었어요. 그 모태범 선수가 빙판을 떠난답니다. 어젯밤에 태릉 스케이트장에서 현역 은퇴식 치르면서 마지막 활주를 했는데요. 특별한 건 인생2막을 위해서 새로 도전하기로 한 일이 바로 사이클 선수랍니다. 아니, 가장 잘하는 스케이트를 떠나서 사이클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모태범 선수 직접 만나보죠. 모태범 선수 안녕하세요?
◆ 모태범> 안녕하세요. 전 국가대표 모태범이라고 합니다.
◇ 김현정> (웃음) 이제 오늘부로 전 국가대표 된 거예요?
◆ 모태범> 그렇죠. (웃음) 하루 사이에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모태범으로 찾아뵙습니다.
(사진=모태범 SNS)
◇ 김현정> 느낌이 어때요? 지금 전직이라고 소개하면서?
◆ 모태범> 사실 어색해요. 많이 어색하고 어제 이후로 은퇴고 했고 이제는... 마음이 시원섭섭한 것도 있네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은퇴식 하면서 얼음판 위에서 활주를 했어요, 마지막 활주. 그 기분은 어땠어요?
◆ 모태범> 어떻게 보면 마지막으로 얼음판 위에서 활주를 했는데, 눈물이 나올 뻔했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참았어요, 꽉 참았어요?
◆ 모태범> 그냥 좀 시원하더라고요, 저는 마음이.
◇ 김현정> 그 한 바퀴를 돌면서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쭉 지나갔을 것 같은데. 제일 떠오르는 순간, 언제가 제일 기억나던가요?
◆ 모태범> 저한테 기억 남는 순간은 2010년, 저를 모태범이라는 선수를 많은 분들께서 관심 가져주시고 알아주신 대회가 벤쿠버 동계올림픽이었잖아요, 2010년. 제 생일날 또 메달을 얻게 됐었고요.
◇ 김현정> 맞아요. 이거 기억나세요? 앞에 들려드린 인터뷰가 금메달 따고 바로 나온 인터뷰예요.
◆ 모태범> 그러니까요. 너무 풋풋하네요, 풋풋함이 느껴지네요, 목소리에서.
◇ 김현정> 8년 전이니까 지금 한 스물둘? 스물하나, 스물둘 그때죠?
◆ 모태범> 네, 그러니까요. 목소리도 어리네요, 목소리가.
◇ 김현정> (웃음) 그때가 누가 뭐라고 해도 제일 기억나죠?
◆ 모태범> 그럼요. 그때가 제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 김현정> 맞아요. 8년 전인데 저는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요. 그때 금메달, 얼마나 값진 금메달이었어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그걸 따고 나서 정말 온 국가가 축제였습니다. 모두가 모태범을 잡아라, 모태범 인터뷰 해라. 다 달려들었는데 모태범 선수가 뉴스쇼랑 하겠다 해서 나왔던 거예요.
◆ 모태범> 그랬나요? (웃음) 진짜 영광입니다.
◇ 김현정> 그런 모태범 선수가 여러분, 은퇴를 한다는 거예요, 은퇴를. 아니, 아직 서른밖에 안 됐는데 왜 벌써 은퇴해요?
◆ 모태범> 사실 이 걸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어요. 이번에 올림픽이 끝나고 난 이후에 한 일주일 정도 정말 깊게 저 혼자 생각을 하다가 이제는 이 스케이트 말고 다른 거를 도전해 보고 싶다라고 문득 들더라고요.
◇ 김현정> 왜 문득 그 생각이 왜?
◆ 모태범> 후배들도 잘해 주고 있고 제가 스케이트를 잘함으로써 누군가 후배는 저를 이기지 못하면 해외 훈련을 나갈 수 있는 자격을 못 갖게 되잖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후배들한테 이제는 좀 내 자리를 양보해 주고 싶다.
◆ 모태범> 네, 양보하고 싶더라고요.
◇ 김현정> 그런 생각. 그러면 어차피 정상도 맛봤던 선수고. 이제는 이런 경쟁의 세계가 지긋지긋할 법도 한데요. 지도자의 길을 갈 수도 있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이 은퇴 후에 지도자의 길을 가서 후배들 양성할 수 있는 건데 그 길이 아니라 사이클 선수로, 사이클 새내기로 재도전, 이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요?
◆ 모태범> 아직까지는 제가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렇게 할 수 있는 부분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리고 아직까지는 이런 경쟁을 하고 배우고 그런 게 사실 좋아요. 좋아서 이런 도전을 하게 됐죠.
◇ 김현정> 아직까지도. 너무 새롭네요, 사이클이라면.
◆ 모태범> 이게 저희가 스케이트 선수가 아실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병행을 해요. 스케이트는 훈련하고 하계나, 동계 때도 마찬가지로 야외에서 사이클 훈련을 많이 하거든요.
◇ 김현정> 그 이유는 허벅지 힘, 다리 힘 키우느라고?
◆ 모태범> 네. 이 스케이트 종목이랑 사이클이라는 운동이랑 쓰는 근육이 저희가 똑같아요. 그래서 해 보니 재밌더라고요, 또.
◇ 김현정> 그래요. 그래서 사이클하고는 이미 친숙한데 이제는 그 사이클을 취미가 아니라 혹은 훈련용이 아니라 정식 선수로 도전한다는 거잖아요?
◆ 모태범> 네, 그럼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이 은퇴 후, 사이클 선수로 새 출발한다. (사진=모태범 SNS)
◇ 김현정> 정확히는 경륜이 되는 거죠, 경륜.
◆ 모태범> 네. 정확히는 사이클이 아니고 경륜을 준비하는 사람이 된 거죠. 1년 정도는 합숙 생활을 하면서 거기서 학교 졸업을 해야지만 경륜 선수의 자격이 주어지거든요.
◇ 김현정> 그러면 이제 학교부터 입학을 하는 거예요, 합숙 생활?
◆ 모태범> 그렇죠. 1년 정도는 백수입니다. (웃음)
◇ 김현정> 아니, 스피드 스케이팅의 메달, 금메달리스트 모태범 선수가 경륜의... 말하자면 새내기가 돼서 합숙훈련부터, 학교부터 들어간다? 그러면 아예 정말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데 각오가 돼 있습니까?
◆ 모태범> 뭔가 도전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미 저는 준비가 됐습니다.
◇ 김현정> 서른에 바닥부터 시작하는 아주 기초부터 시작하는 거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 눈부시다 생각하고요. 경륜이 이게 올림픽에도 있어요, 종목이?
◆ 모태범> 경륜 종목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나간 적이 없다고 그러시더라고요.
◇ 김현정> 진출은 아직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거예요, 본선에. 그러면 그 하계올림픽 진출이 목표가 되는 겁니까?
◆ 모태범> 크게 보면 그런 게 목표이긴 한데 일단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학교를 들어가서 졸업을 해야 되는 상황이잖아요. 너무 앞서 가는 게 아닌가 해서. (웃음)
◇ 김현정> 당장의 꿈은 아니겠지만 이제는 동계올림픽이 아니라 하계올림픽에서 언젠가는 모태범 선수 볼 수 있기를 바라고요.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으니까요.
◆ 모태범> 네, 알겠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거기서 내친 김에 메달 따고 나서 우리 다시 한 번 인터뷰 하죠.
◆ 모태범> 진출까지만 하시죠. (웃음)
◇ 김현정> 그렇게 하죠. 올림픽 진출 확정되면 우리 인터뷰 하는 겁니다.
◆ 모태범> 무조건 하겠습니다.
◇ 김현정> 무조건. 지금까지 고생했고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하겠습니다.
◆ 모태범>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어제 은퇴식을 했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 모태범 선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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