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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대통령 개헌안, 흐지부지 끝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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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아랍에미리트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당초 예고했던 대로 26일 개헌안을 발의했다.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헌안의 국회 송부와 관보 게재를 전자결재로 승인한 것이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1980년 간선제 5공화국 헌법 개정안 발의 이후 38년 만이다.

이로써 헌법 개정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앞으로 60일 이내에 가부(可否)를 의결하거나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대체하는 새로운 여야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

개헌 저지선(98석)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가진 자유한국당이 '사회주의 개헌', '민주당의 장기집권 음모'라고 비판하며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등 극력 반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당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자체가 심의절차를 무시한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터여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는 여야의 대타협이 없는 한 불가능하다.

또 정부는 6월 지방선거 이전까지 국회가 개헌 합의안을 도출한다면 수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총리 선출 방식 등에 대한 여야의 첨예한 입장차이가 좁혀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즉, 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의 동시 실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칫하다간 개헌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 속에 파열음만 커지게 된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돼 휴지조각이 될 경우 극심한 국론분열과 여야갈등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이는 자칫하다간 촛불 혁명 이후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개헌 논의의 동력마저 상실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은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개헌안 발의를 강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고, 여야 정치권은 개헌 논의를 내팽개친 무책임을 심판받는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6월 지방선거에서의 동시 개헌투표는 지난해 대선 때 모든 정당의 후보들이 국민 앞에 다짐한 공약이었다.

그런데 1년이 넘도록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개헌안 표결에 참여하면 소속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이나 협상 테이블 하나 마련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이나 염치없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두고 여야 정치권이 가타부타 말할 계제가 아닌 셈이다.

김외숙 법제처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입법차장실을 방문해 진정구 차장에게 '대통령 문재인' 명의의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국회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에 이르렀음을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진정성이 흐지부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에서 국민의 삶을 규정하는 헌법을 개정하는 작업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주도하는 게 바람직스럽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로 헌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도 크게 형성됐다.

따라서 여야는 즉각 정략적 접근자세를 벗어나 1987년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헌 논의에 진정성을 가지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올해를 넘기지 않는다는 굳은 약속이 이뤄진다면 정부안과 각 당 안의 논의 시한을 굳이 지방선거 전으로 못 박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야를 떠나 헌법기관인 국회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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