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잡음있었지만 관계 조금도 훼손안돼"…UAE와 관계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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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협정 논란 종지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바탕으로 다방면 협력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

 

아랍에미리트(UAE)를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특히 지난해 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UAE 특사 방문을 전후해 불거졌던 양국간 군사협정 문제는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 文 "두 나라 사이 조금도 훼손 안 돼"…군사협정 논란 종지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모하메드 왕세제와 정상회담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특사 파견과 관련해 지난번에 잡음이 있었지만 두 나라 사이는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오히려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과 UAE의 국방협력 분야에 대한 공감을 얻게 됐고, 국방 협력을 더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지난해 12월 임 비서실장의 UAE 특사 방문을 전후해 제기된 양국간 비밀 군사 양해각서(MOU) 체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까지 청와대는 UAE 측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 실장 파견 배경을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체결된 군사협정이 원인이 됐다는 게 정설로 굳어졌다.

특히 이전 정부 국방부가 UAE 유사시 자동으로 한국군이 개입하는 군사협정을 국회 비준 없이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현 정권간에 거센 책임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시간을 두고 UAE측과 수정·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국간 비공개 군사협정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날 "두 나라 사이가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고 선언함으로써 그간 실무선에서 조율되어온 양국 군사협정 관련 불협화음이 이번 기회에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향후 양국 관계를 지속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있어 어려움이 생길 경우 임 실장과 칼둔 행정청장이 함께 해결한다는데도 합의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한국과 UAE간 국방·원전분야 뿐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을 전면적으로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하면서 이를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 시종일관 화기애애…상대문화 존중하는 낮은 행보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제와의 확대정상회담 초반에 "기회가 되면 베두인 문화도 직접 체험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모하메드 왕세제가 "문 대통령께서 한 번쯤 사막에 나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한 것으로 들었다. UAE를 이해하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생각한다. 무척 기뻤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기다렸다는 듯이 베두인 문화를 언급한 것이다.

베두인(Bedouin)은 '사막의 거주민'이라는 의미의 아랍어 바다위(badawiyy)에서 유래한 말로, 아라비안 반도와 중동 지역에서 씨족 사회를 형성하며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UAE는 현재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됐지만, 불과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사막에서 유목생활을 했다.

즉 '베두인'은 화려한 고층 건물로 대변되는 현재의 아부다비, 두바이와 별도로 UAE의 정신적 바탕을 이루는 문화를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베두인 문화도 체험하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체험 차원이 아닌 UAE의 정신문화를 존경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날 아부다비에 도착하자 마자 첫 일정으로 자이드 초대 UAE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UAE 전몰장병 추념비를 찾아 희생 장병의 넋을 기리기도 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께서 UAE에 도착하자마자 추념비를 방문한 것에 큰 감동을 받았다. 저뿐만 아니라 UAE 국민 모두가 환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깊은 감사를 건넸다.

이처럼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 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당초 15분으로 예정됐던 확대정상회담과 단독정상회담이 1시간을 훌쩍 넘긴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담 시간이 늘어난 데서 알 수 있듯이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단독회담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회담 결과에 대단히 만족해하면서 영어로 '엑설런트'(Excellent·탁월한)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모하메드 왕세제는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과 별도로 문 대통령을 26일 대통령궁 사저로 초청했다.

왕정국가인 UAE는 아주 특별한 손님만 개인 공간인 사저로 초청하는데, 문 대통령의 사저 초청을 당초 예정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왕세제님이 특별히 대통령궁 사저에 초청해주셔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친교행사를 갖게 됐다"며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저도 왕세제님을 한국으로 초청했다"고 말했다.

◇ 사우디 원전 공동진출 구두 약속, 농업분야 기술 이전

양국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원전 공동수출과 농업기술 이전 등 구체적인 협력 사안으로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뒤 에미레이트 팰리스 1층에서 열린 주요 각료들과의 접견에서도 양국간 우호협력 분야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각료 접견 자리에는 칼둔 행정청장과 술탄 알 자베르 UAE 국무장관 겸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 사장 등 5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제와의 오찬을 언급하며 "한국과 UAE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 수주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풍부한 오일머니로 현재 중동 내 부국이지만, 석유에서 원자력으로 에너지전환 정책을 펴면서 국토 곳곳에 원전을 지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프랑스 등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는데 한국의 UAE 원전 수출을 토대로 이웃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전 수주에 동참하자고 공식 선언한 셈이다.

이와함께 모하메드 왕세제는 "UAE가 농업 생산 증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한국 농업기술이 앞서가고 있으니 협력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문 대통령은 소개했다.

국토의 90% 이상이 사막인 UAE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농업분야를 확대하려고 하지만 사막기후 특성상 적은 수분으로 농작물을 재배하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특히 한국에는 온실로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수분 증발을 막고, 적은 수분으로 농업 생산량을 늘리는 기술이 있으니 그런 부분에서 많은 전달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농업 분야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 지금은 온실이 비닐 정도가 아니고 유리와 같은 패널을 통해서 아주 견고하게 건설을 할 수 있다"며 "심지어는 축구장 몇 배에 달하는 그런 거대한 온실도 만들 수가 있다. 그런 기술을 활용하면 사막지대 곳곳에도 대규모 농업지를 조성할 수 있으니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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