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공존체제의 제도화…'남북연합' 초기 단계 구상군사분계선에서 남북미 3국 정상의 종전선언포스트 비핵화 이후 남-북-미가 서로 윈윈하는 경제공동체 건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1일 남북 정상회담추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행간을 분석하면 △남북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통한 점진적 통일 △남북미 3국이 참여하는 종전 및 평화선언 △비핵화에 따른 대북 경제 지원과 경제공동체 건설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 평화공존체제의 제도화…'남북연합' 초기 단계 구상문 대통령은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 통일은 평화가 정착되면 남북한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뤄질 일"이라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자신의 베를린 구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점진적 평화통일의 첫 단계인 '평화 공존 체제' 구축 복안이 담겨있는 메시지다.
통일을 바로 실현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이 안된다면 핵이나 군사적 위협을 최소화 시킨 상태에서 서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면서 위협하지 않고 공존하는 1국가 2체제인'남북연합'의 초기단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기존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기본 내용을 담아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자신의 대선 공약인 '남북기본협정'이나 '남북기본합의서'등의 체결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남북 양측 의회의 비준을 받아냄으로써 영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 정권이 바뀌더라도 '평화공존체제'를 계속 유지해나가겠다는 뜻이다.
합의 후 파기 → 군사적 긴장 고조 → 전쟁위험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남북 차원에서라도 끊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특히 '남북연합'등 평화공존체제의 제도화가 이뤄지면 남북한은 외부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인식됨에 따라 북한의 '체제 유지' 요구에도 부합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남북이 체제를 존중하면서 서로 위협하지 않고 공존하자는 취지의 연합단계 초기 수준을 얘기한 것"으로 본다며 "정상회담과 사무처, 대표회의를 두는 형태의 공동협의 기구를 만들어 70년 분단과 현안문제를 상시적으로 다룰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남북 의회의 비준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해 김창수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은 21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현재 정상회담준비위원회에서는 (남북기본협정체결이나 남북연합 구상 등) 이런 정도까지는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지는 않다"며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고 정상회담까지 한 달 남았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창수 보좌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하루만 하는 실무형 회담인데, 모든 문제를 다 다루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앞으로 정상회담이 여러차례 더 열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기본 합의와 기존 남북합의 내용을 포함해서 국회 비준 동의를 받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에 (평화공존체제 등에 대한)논의가 더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사진=자료사진)
◇ 군사분계선에서 남북미 3국 정상의 종전선언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남북, 북미회담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 한반도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북미 양자 회담에서 비핵화와 상호 불가침, 관계 정상화 등을 놓고 큰 틀의 빅딜이 이뤄질 경우 그 모멘텀을 계속 살려나가는 동시에 합의가 도중에 파기되는 불행을 막기 위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문 대통령 본인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 3자가 한자리에 모여 담판을 짓자는 뜻이다.
이는 "남북은 정전체제를 종식하기 위해 3자 또는 4자 정상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 선언을 추진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2007년 10.4 정상선언을 계승하는 차원도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장소에 따라서는 더욱 극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판문점 군사분계선 위에서 남과 북, 미국 정상이 손을 맞잡고 종전을 선언하고, 그래서 전세계에 한반도가 더 이상 분쟁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천명하는 극적인 장면이 단지 상상에만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아직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지는 않다'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전언으로 미뤄 일종의 '승부수'를 띄워 본 것일 수도 있지만 단순한 중매 역할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점을 각인시키면서 북미 정상간 더 적극적인 빅 딜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 포스트 비핵화 이후 남-북-미가 서로 윈윈하는 경제공동체 건설
이와함께 문 대통령은 이날 준비위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넘어'북미 또는 남북미간 경제협력'을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한 것을 전제로 단순한 대북 제재 해제에 그치지 않고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동안 강조해온 한반도 신경제지도나 남북경제공동체 구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은 남북 사이의 합의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미국의 보장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북미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며 북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실제로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까지는 수년이 넘게 걸릴 수 있는 어렵고도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을 보장해주는 조치와 병행해서 미국도 대북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함으로써 합의 이행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혀진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에는 어떤 이익이 있고, 미국의 이익은 무엇인지, 서로 어떻게 주고받게 되는 것인지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북미-남북미 경제협력이 북한 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메시지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서보혁 교수는 "비핵화로 북한에 제공해야 할 반대급부를 경제적으로 윈윈하는 방식으로 미국까지 끌어들여 3자 프로세스로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북한과 미국 양측 모두에 던지는 제안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홍민 실장은 "남북미 연쇄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계정상화가 확고하게 합의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컨소시엄 형태로 북한에 대규모 차관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가 추가된 것으로 본다"며 "과거 베트남 사례가 참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수 정책보좌관은 "남북미 3국 정상들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진취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설계를 해야 된다고 본다"며 "문 대통령이 3.1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경제공동체와 평화공동체, 최근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제시된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교량국가로서의 위상에 그 내용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