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 구속 여부를 결정지을 영장실질심사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벌어질 법리 다툼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조세포탈·국고손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직권남용권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죄명이 아닌 실제 범죄혐의 개수로 따지면 20여 개에 달하고 영장 페이지만 A4용지 207쪽,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의견서는 1000 쪽이 넘는다.
특히 검찰은 관심을 끈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설립 과정부터 자금 조달,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물론 회사의 주요 수익을 누가 가져갔는지 등을 봤을 때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경영진이 분식회계를 통해 매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 조성한 비자금 350억원의 책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배경에는 중대한 범죄 혐의와 관련자들의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가능성, 관련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기초적인 사실관계까지 부인하는 데다, 특검 이래 대통령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있던 사람들이 최근까지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도 높다고 봤다"고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전직 대통령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검찰의 최종 판단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원칙대로 처리하자'는 문무일 검찰총장 결단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결정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문 총장은 퇴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법률가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이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입장자료를 통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로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오는 21일 열릴 전망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송경호 특수2부장과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직접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조목조목 설명하며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반면 국가정보원에서 '대북 공작' 명목으로 받은 10만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는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 내용과 법리에 문제가 있다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