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말고 김태리가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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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리틀 포레스트' 혜원 역 김태리 ②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 역을 맡은 배우 김태리 (사진=황진환 기자)

 

김태리는 데뷔한 지 아직 2년이 되지 않은 신예다. 하지만 걸어온 길은 남다르다. 1500: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더니, 독립영화 '문영'에서는 카메라에 세상을 담는 말 없는 소녀로 변신했고, '리틀 포레스트'에서는 농촌에서 자급자족하는 혜원을, '1987'에서는 세상사에 뒤늦게 눈을 뜨는 대학생 연희 역을 차례로 소화했다.

국정농단 사태 때 광화문 광장에도 곧잘 나갔다는 그는, '연기'라는 본업뿐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도 관심을 놓지 않아 왔다. 지난 1일 JTBC '뉴스룸'에서 다시 한번 밝혔듯 그는 최근 각계에서 터져 나오는 '미투 운동'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현재의 '미투 운동'을 '기적'이라고 표현한 김태리는 "이런 운동들이 폭로와 사과가 반복되다 끝나는 게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김태리의 라운드 인터뷰에서도 사실 비슷한 질문이 나왔었다. 영화보다 자신이 두드러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그는 말을 아꼈지만, 분명히 말했다.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미투'라고.

(노컷 인터뷰 ①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귀농 꿈꿨다 금세 접은 사연)

일문일답 이어서.

▶ 엄마가 떠나간다는 설정은 원작과 같았다. 한국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정서인데 어땠나.

감독님이 (문)소리 선배님과 함께하기로 했던 가장 큰 이유가, 약간 이해할 수 없는 조금은 어리둥절한 부분이 있는 '엄마'를 밉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서였다고 들었다. 정말 딱인 것 같다. 저는 엄마의 마지막 편지가 어렴풋이 이해될 것 같았다. (웃음) 모두 각자의 삶이 있는 거니까. 사실 혜원이의 삶, 재하의 삶, 은숙이의 삶 모두 다 너무 개인적인 삶들이다. 다 같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감성은 있지만.

엄마가 떠나갈 때도 저는 여운이 남았다. '아, 이 사람도 이 사람의 삶이 있는 거구나. 혜원이는 혜원이의 삶을 살면 되는 거구나' 생각했다. (엄마가 혜원을 떠난 게) 공격받을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희 엄마도 저를 키울 때 제 삶과 본인의 삶을 분리하셨던 느낌이라 (혜원에게) 와닿는 점이 있었다. 방목형이었던 것 같다.

▶ 언론 시사회 때는 혜원에게 재하와 은숙이 어떤 존재인지 물었다. 그렇다면 혜원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일까.

끝에 가서는 좀 달라졌을 것 같은데,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어른'이다. 늘 나보다 앞서있는, 항상 내가 지는. 엄마의 삶을 제 삶과 함께 생각했었던 게, 나중에 가서는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 엄마는 엄마의 삶을, 나는 내 삶을 산다는 걸 인정한 거다.

▶ 만약 자식이 생긴다면 극중 엄마처럼 행동할 것인가.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 저는 아마 방목형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상상할 수 없는 지점 같다. 내게 아이가 생긴다? 그 아이가 나로부터 자아 형성이 된다? 일단 너무 무섭다. 혜원이가 그만치로 잘 자랄 수 있었던 건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방목해도 사랑한다면 잘 클 수 있지 않을까. (웃음)

▶ 엄마가 떠난 설정인데, 엄마는 어디로 갔을까.

소리 선배님 오시면 엄마 어디 갔냐고 계속 물었다. 농담처럼 많이 물었다. (어디 갔는지는) 관객들 (상상의) 몫인 것 같다.

문소리와 김태리는 '리틀 포레스트'에서 엄마와 딸 호흡을 맞췄다.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 결말이 딱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열린 문으로 끝나서 좋았다. (결말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졌다고 말하는 건, '이렇게 생각해 주세요'라는 것밖에 안 되는 것 같다.

▶ 문소리 씨와는 '아가씨', '1987'(마지막 구호 외치는 것을 문소리가 했다)에 이어 이번엔 엄마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아가씨' 때는 한 번도 못 뵀는데 홍콩 가서 (선배님이) 상 받으실 때 너무 좋아서 (웃음) 언제 같이 (연기)하나 했는데 심지어 모녀로 만나서 행복하게 촬영했다. '1987' 하면서도 조언을 많이 들었다. 연기적으로도 너무너무 좋아하는 선배님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 영화에서 재하가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뭐가 해결돼?"라고 할 때 혜원이 움찔하는 장면이 있다. 왜 그랬을까.

일단,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약간 빈정 상했을 것 같다. 너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창피했던 것도 있고. 혜원이는 자존심이 강한 아이니까. 그래서 얼른 도망을 간 거였고. 돌이켜서 곰곰이 곱씹어 보건대, 혜원이가 여태까지 도시에서 생활한 것, 도시로 떠나기 전에 엄마에게 했던 걸 보면 '나는 열심히 살고 있어'라는 생각에 눈이 멀어서 그저 자신을 몰아붙이고 살았던 것 같다. 실제로는 자기 삶을 제대로 관통하고 있지 못했던 거다. 도시에 가고 싶은 건 엄마가 떠나도 난 알아서 잘할 수 있다는 마음에서였을 뿐, 그게 정말 네 길이냐고 물으면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열심히만 살고,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계속 피하면서 직시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 아닐까.

▶ 실제로 골치 아픈 일 있을 때 바쁘게 지내는 것으로 푸는 편인가.

저는 잠을 많이 자는 편이다. 잠으로 해결 안 될 때가 많은데 그러면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에게 털어놓는다. 다른 것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마음을 털 수 있는 영화나 책을 본다거나 이 생각(고민)을 지워버릴 수 있는 걸 한다.

▶ '리틀 포레스트'는 말 그대로 '작은 숲', 즉 내려놓는 공간 같다. 김태리에게 '리틀 포레스트' 같은 공간이 있나.

정말 복잡하고 정리가 안 될 때는 등산을 한다. 산에 올라가면 참 좋다. 태생이 중요한 게, 아빠가 굉장히 산을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매일 가셨다. 근데 저를 안 데리고 갔다. 그러다 보니 산을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에 산=좋은 것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

▶ 또, 극중 고향 집처럼 힘들면 돌아갈 만한 공간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어디에서 위로를 받는지.

항상 바뀌는 것 같은데 (그런 곳은) 너무 필요하다. (웃음) 요즘은 사람한테 위로를 받는다. 고양이를 두 마리 기르는데 고양이한테 힐링 받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 촬영장에서 배우 김태리, 진기주, 임순례 감독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 '리틀 포레스트'는 '아가씨' 끝나고 바로 선택한 작품이다. 언론 시사회 때 생각보다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서 조금 의외였다.

'1987‘보다 먼저였다. '1987' 제안받은 건 아마 이거 겨울 편 찍은 다음일 거다. 비교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얼만큼이 많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들어오는 것 중에 가장 끌리는 것을 선택한 거다. 밖에서 (저를) 보는 시선과 내부적인 것과는 또 다른 지점이 있는 것 같다.

▶ 이번에 원톱 주연을 맡으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 같다. 신인 티를 좀 벗은 것 같은지.

신인 티를 벗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웃음) 전 아직 신인이다. (현장이) 너무 어렵다. 한참은 지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첫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어느 정도 촬영했나.

사전제작이라서 되게 초창기다. 아직 사람들이 말하는 (드라마 현장의) 속도감은 없는 것 같아서 (영화와) 크게 다르진 않다.

▶ 드라마를 처음 하게 됐는데 소감은.

너무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드라마에 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가 많이 나오니까. (웃음) 제가 드라마를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해 보려고 한다.

▶ 현재 검토 중인 다른 작품이 있는지.

아직은 없다. 드라마가 워낙 기니까, 좀 집중해서 하려고 한다.

▶ 과거 극단에 계셨던 거로 아는데 최근 연극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미투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말하기가 되게 조심스러운 것 같다. 영화보다 제 얘기가 주목받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샘처럼 나오고 있는데, (그에 대한 의견은) 제가 조금 더 생각이란 걸 해 보고 말해야 할 것 같다.

▶ 개봉 앞둔 영화와 찍고 있는 드라마 말고 요즘 가장 관심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연극계 '미투' 사건들이 좀 많이, 정신이 간다.

▶ 김태리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인정이다. (제대로 된 인정이 아닌 건) 분간하려고 하지만, 여튼 되게 좋은 것 같다. (효과가) 오래 가진 않지만 우울의 나락에서 저를 건져내는 데 굉장히 좋은 미끼가 된다.

배우 김태리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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