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필굿뮤직 제공)
가수 앤원(Ann One)이 다시 힘찬 날갯짓을 시작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곡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는 것은 무려 14년여 만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01년 가수 활동을 위해 한국으로 왔고, 이듬해 1집을 내고 데뷔했다. 이후 2004년 '혼자하는 사랑'을 타이틀곡으로 한 2집 '피닉스 라이징(Phoenix Rising)'을 발매했고, 2007년 업타운 출신 정연준과 슬로우잼(Slow jam)으로 앨범을 낸 이후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앤원은 음악 팬들에게 '앤'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가수들의 가수'로도 불린다. 1집 수록곡 '아프고 아픈 이름...'과 2집 타이틀곡 '혼자하는 사랑'는 현재까지도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즐겨 부르는 대표 오디션 곡으로도 유명하다.
"떨리고 설레고 반갑고 그렇네요." 새 싱글 새 싱글 '디스 에인트 러브 러브(This Ain’t Love)' 발매를 기념해 지난 26일 서울 합정동에서 만난 앤원은 컴백 소감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타이거JK, 윤미래와의 인연으로 지난해 필굿뮤직에 새 둥지를 틀고 다시 날갯짓을 시작하게 된 그는 인터뷰를 통해 10년 넘게 가요계를 떠나 있었던 이유와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계속 음악 활동을 했어요. 작곡 공부하면서 미국 알앤비 뮤지션 앤더슨 팩(Anderson Paek) 앨범에 참여했고, (윤)미래와 (타이거)JK의 곡을 작곡하기도 했어요. 유명 음대인 MI(Musicians Institute)에서 교수 생활도 겸하고 있고요."
▷ 컴백하기까지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나요.
"마음의 상처가 컸어요. 한국에서 가수 생활을 할 때 사기를 정말 많이 당했거든요. 아직도 전 1집과 2집에 대한 저작권료를 전혀 못 받아요. 지금이야 많이 좋아졌지만 예전에는 그런 부분이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아 저처럼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았죠. 당시 홍보팀이 곡 홍보비를 챙겨 도망가는 일도 있었고요. 여러모로 상처를 받은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고 한국으로 오기가 무서웠어요."
▷ '혼자하는 사랑'과 '아프고 아픈 이름...'은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인데, 안타까운 이야기네요.
"두 곡 모두 발표 당시 활동 당시 반응이 좀 있긴 했는데, 제가 한국을 떠난 이후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줄 잘 몰랐어요. 한 번은 엠넷(Mnet) 오디션 프로그램 예선을 제가 재직 중인 학교에서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제작진 분들이 '혼자하는 사랑'이 '오디션 금지곡'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신기하기도 했고요."
▷ 영화 '슈가맨을 찾아서'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가끔 이메일이나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노래 잘 듣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눈물 날 정도로 너무 감사한 일이었죠. 답장을 보내기도 했고요."
▷ 미국에서 가수 활동을 해볼 생각은 없으셨나요?
"지금과 달리 제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K팝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속상한 일이었죠. 그래서 가수 활동보다는 제 개인 음악 작업에 집중했고요. 사실 인종차별은 아직도 심해요. 현지에서 인정받고 있는 가수는 박재범 씨 정도밖에 없죠. 그래도 요즘 아이돌 그룹의 활약 덕분에 K팝이 알려지고 있는 것 같아 기뻐요. 지소울, 딘 등 실력있는 블랙뮤직 아티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도 긍정적으로 지켜보고 있어요."
▷ 다시 한국 활동을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미래와 JK의 도움이 컸죠. 진짜 친한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됐어요. 못다 한 한을 풀고 싶기도 했죠. 짙은 알앤비 소울, 재즈 등 들려드리고 싶은 음악이 많았는데 과거 활동 당시에는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앨범을 만들 수밖에 없었거든요."
▷ 신곡 '디스 에인트 러브'(3월 1일 발매)로 한을 푼 셈이네요.
"네. (웃음). 제가 직접 작곡한 작품이에요. 사랑에 배신 당해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로해주는 곡이죠.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한 곡인데 제가 과거에 발표한 곡들과는 느낌이 조금 다를 거예요. 예전부터 선보이고 싶었던 끈적한 알앤비 트랙이죠."
▷ '낯설다'는 반응이 나올 것 같기도 해요.
"이번 싱글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작업물을 선보이려고 해요. 실험적인 곡뿐만 아니라 대중성 있는 발라드곡도 선보일 예정이죠. 라이브 퍼포먼스도 많이하고 싶어요. 1,2집 때는 공연을 아예 못했거든요. 재즈 공연도 열어보고 싶고요."
▷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을까요.
"그동안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등 여러 음악 프로그램에서 섭외 제안이 왔는데 다 거절했어요. 그만큼 상처가 깊었거든요. 이제는 많이 오픈되어 있는 상태라 섭외 제안이 온다면 받아들일 생각이 있어요."
▷ 마지막으로 활동 각오를 들려주세요.
"한국에 블랙뮤직 팬들이 많아져서 좋아요. 앞으로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좋은 음악을 들려드릴 예정이니 지켜봐 주세요. 목표는 음악으로 힘을 드리는 것.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음악으로 대신 풀어내주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