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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간 바뀐 게 없다" 故이민호 군 부모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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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제주도, 제주도교육청 관계 기관 조속한 대책마련 촉구

지난해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열린 고 이민호 군의 영결식. 유족들이 민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어제도 민호를 보러갔고, 3일 전에도 보러 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아무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유족이 나서 기관에 문의하고 대책을 찾고 있습니다. 너무 지치고 힘듭니다."

지난해 제주에서 현장실습을 받던 고(故) 이민호 군이 숨진 지 100일. 유족들은 여전히 아들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힘든 건 여전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도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치료를 받기도 모자란 시간에 유족들은 다시 기자들 앞에 나섰다. 먼저 하늘로 떠난 민호와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현장실습생들을 위해서다.

고 이민호 군의 유족과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26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후속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민호의 사망사고는 어느 한 개 기관의 책임이 아닌, 여러 정부기관의 책임 하에서 발생한 사고"라며 "사망 100일이 지났지만 사망에 대한 진상조사는 지지부진하고, 사고 업체에 대한 검찰조사도 진척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현장실습 중 사망한 고 이민호 학생 사망 100일 기자회견 (사진=문준영 기자)

 

대책위는 또 "근로복지공단 또한 노동부의 조사를 이유를 들어 유족에게 지급되어야 할 보상 업무가 늦어져 보상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 이민호 군의 죽음은 여러 관계 기관이 만들어낸 사고였다.

사업장의 안전보건조치 의무위반과 상관없이 도외 기업 유치와 제품연구 등의 명목으로 막대한 국비와 도비를 지원한 지자체와 산업통상자원부.

안전인증이 되지 않은 기계를 돌아가도록 공장을 제대로 관리ᐧ감독하지 않은 산업안전보건공단과 고용노동부.

현장실습에 파견된 학생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릴 동안 이를 인지하지 않은 교육기관과 현장실습생의 죽음이 발생했음에도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해온 교육부의 책임이 만들어낸 인재였다.

정영조 민주노총제주본부 청소년노동 인권사업단장은 "장례식 그 이전과 이후에 달라진 게 없다. 2018년도 3월이면 신학기가 시작한다. 도내 특성화고 학생들 수백명이 다시 어른들 계획에 따라 현장실습에 나가야 한다"며 "여전히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단장은 "사고 원인은 고용노동부와 교육당국, 제주도의 관리감독 소홀과 구조적인 문제였다"며 "지난해 12월 정부합동조사가 이뤄졌지만 결과가 아직도 발표되지 않아 여전히 법적 책임을 지는 기관이 없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유족특별급여 지금 지연 문제에 대해서도 "근로복지공단이 학생 과실이 5%, 10%만 있어도 급여를 지급하지 않으려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사진=자료사진)

 

제주도교육청의 추모비 건립 문제도 지지부진하다.

대책위는 "다시는 고 이민호 학생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청 내에 조형물 혹은 추모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교육청은 다른 장소에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유족과 대책위의 사전 논의 없이 공장을 재가동한 문제도 지적했다.

대책위 김혜선 노무사는 "고용노동부 제주근로지도개선센터 소장이 유가족 대책위와 공장 방문해 사고 경과를 보고했다. 그곳에서 작업 중지를 해제할 때 유족과 대책위를 공장으로 데려와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말해주기로 했다"며 "하지만 근로지도개선센터는 아무 말 없이 공장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또 "고용노동부에서 유족급여 등의 계산에서 기초가 되는 평균 임금과 관련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2개의 계약 서 중 어느 것으로 임금을 산정할 것인가. 이게 진행이 안돼 모든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실습생의 경우 업체의 열학한 노동 환경 방지 등을 위해 학교와 업체가 현장실습 표준 협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1일 7시간 근로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는, 일종의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협약서다.

하지만 민호는 업체와 따로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 2개의 계약서 중 어느 것으로 임금을 산정할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 늦어지면서 모든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민호는 현장실습 기간 동안 휴일 근무, 12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절차가 늦어지면서 결국 피해는 유족에게 돌아가고 있다. 생업 복귀는 물론 제대로 된 상담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유족이 나서 관계 기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장에 참석한 고 이민호 군의 아버지는 전보다 한껏 수척해져 있었다. 민호 아버지는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 너무 지치고 힘들다"며 조속한 해결을 호소했다.

(사진=자료사진)

 

대책위는 광주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의 (주)제이크리에이션 작업장 재발방지 대책 설명과 고용노동부의 조속한 진상규명, 허술한 현장실습 지도와 도교육청의 지도 관리 소홀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또 올해 현장실습개선안에 대한 대책위와의 충분한 논의와 학생 안전과 인권을 기리는 기념비 교육청 내 설치 등을 촉구했다.

현재 유족들은 대통령 면담을 진행 중이다. 다음 달 초에는 서울로 상경해 산업재해로 희생당한 반올림 유족 등을 만나 연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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