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대표팀 김보름이 지난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단체 팀 추월 스피드스케이팅 준준결승전 관련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사진=노컷뉴스)
과연 김보름(25·강원도청)은 재기할 수 있을까. 이른바 '왕따 주행' 논란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 생긴 깊은 상처를 딛고 올림픽 메달을 걸 수 있을까.
김보름은 24일 오후 8시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김보름은 준결승 1조에서, 후배 박지우(한체대)는 2조에서 경기를 펼쳐 결승행을 노린다.
매스스타트는 김보름이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랭킹 1위를 달렸던 종목이다. 비록 올 시즌은 부상으로 월드컵 랭킹은 10위지만 김보름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였다. 2016년에도 은메달을 따낸 김보름은 이번 대회 우승 후보 중 1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19일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악재가 생겼다. 당시 박지우, 노선영(콜핑팀)과 함께 출전한 김보름은 3명이 함께 달리는 팀 추월에서 논란을 빚었다. 막판 박지우와 함께 스퍼트를 올렸지만 노선영이 3초 이상 크게 뒤처지면서 팀 워크가 깨진 듯한 모습이 나왔다. 경기 후에도 노선영이 혼자 울고 있는데도 다른 2명 선수가 신경을 쓰지 않는 장면도 포착됐다.
김보름은 이후 인터뷰에서 7위에 그쳐 준결승 진출이 무산된 원인이 노선영에게 있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당시 김보름은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기록이 잘 나왔는데 팀 추월은 마지막 선수가 (기록으로) 찍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앞선 중계 인터뷰 때는 실소를 하는 모습도 잡혔다.
19일 강릉 오발경기장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에서 한국의 노선영이 결승선을 통과해 홀로 트랙을 돌고 있다.(강릉=노컷뉴스)
노선영을 따돌리는 듯한 분위기에 네티즌들이 분노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대표팀의 팀 워크에 대한 진상 조사와 김보름의 국가대표 박탈에 대한 청와대 청원이 55만 명을 넘었다. 김보름은 20일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을 인정했지만 비난의 시선이 쉽게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당초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출전 포기까지 고려했지만 심리 치료 뒤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스스타트는 김보름이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기대할 만한 종목이다.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김보름은 1500m 21위, 3000m 13위, 팀 추월 8위에 그쳤다.
만약 김보름이 이번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에서 기대했던 성적을 올린다면 조금이나마 상처와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예상했던 바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아무래도 논란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를 피했던 노선영은 23일 훈련 뒤 각종 논란과 의혹에 대해 "올림픽이 끝나면 다 말하겠다"고 밝혔다. 김보름 역시 24일 매스스타트에서 기대한 성적을 올린다면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과연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김보름이 이를 극복하고 재기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