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쩜 그리 말을 잘할까' 김하늘이 23일 평창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 뒤 인터뷰를 마치고 언니 최다빈과 한국 피겨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강릉=노컷뉴스)
최연소이자 최단신이었지만 생각까지 어리고 작지 않았다. 어쩌면 가장 어른스럽고 거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대표 김하늘(16·수리고 입학 예정)이다.
김하늘은 23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7.03점에 예술점수(PCS) 54.35점을 합쳐 121.38점을 받았다. 21일 쇼트프로그램 54.33점까지 총점 175.71점을 얻었다.
프리스케이팅과 총점에서 모두 개인 최고점을 넘었다. 김하늘은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얻은 프리스케이팅 111.95점과 총점 173.10점)이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이날 최고의 연기를 펼친 김하늘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21일 21위에 머물렀던 쇼트프로그램의 아쉬움을 훌훌 날린 연기였다. 21일 쇼트프로그램 21위에 그쳤던 김하늘은 최종 순위를 13위까지 끌어올렸다.
'눈물의 연기' 김하늘이 23일 평창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펼치고 있다.(강릉=노컷뉴스)
경기 후 김하늘은 눈물의 의미에 대해 "3차까지 간 올림픽 선발전도 그렇고 여기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거 같다"면서 "그 힘든 시기만 떠올라서 연습 과정이 생각나서 부모님 생각도 나서 많이 눈물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밖에서 지켜보고 계신 코치님과 위에서 응원해주신 부모님, 팬들이 더 떨렸을 것"이라면서 "제가 더 담담하게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마음을 비우자 결과가 따라왔다. 김하늘은 "사실 쇼트프로그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서 프리스케이팅이 부담됐다"면서도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서 쇼트 21등을 해서 1그룹에 들었기 때문에 사실 더 떨어질 곳 없다는 생각으로 그냥 내가 연습한 거를 믿고 즐기는 마음으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제 중학교를 졸업한 어린 선수답지 않은 인터뷰가 이어졌다. 김하늘은 "태릉에서 훈련하다 강릉에 와서 컨디션이 최하로 떨어졌다"면서 "훈련 때도 넘어졌는데 안 아픈 데까지 아팠을 정도"라고 돌아봤다. 그러나 김하늘은 "그게 걱정됐지만 즐기려고, 올림픽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큰 무대잖아요"라면서 "그러니까 할 수 있는 기량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올림픽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 최단신(149cm)에 대한 부담도 훌륭하게 이겨낸 김하늘이다. 서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유쾌하게 넘겨낸 고교 입학 예정 선수다. 김하늘은 일단 "태릉에 있으면 제가 국가대표 중 가장 작다"면서 "항상 위축되기도 하면서 그냥 다들 귀엽게만 봐주셔서 아 나는 언제쯤 클 수 있을까 했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어쩜 그리 예쁘니?' 대한민국 김하늘이 21일 오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 경기에서 연기를 마치고 코치에게 볼 뽀뽀를 받고 있다.(강릉=노컷뉴스)
마음고생도 심했다. 김하늘은 "사실 저희 유전자가(취재진 폭소)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들까지, 특히 외가 쪽은 160cm 넘는 분이 한분도 안 계시고 아빠도 160cm 중반대셔서, 이런 말 말 해도 되나?(웃음) 사실 어릴 때부터 클 거라 기대는 안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어도 생각보다 많이 작기 때문에 엄마에게 '피겨 하면 마르고 키도 커야 하는데 왜 나를 작고 통통하게 낳아줬느냐'고 원망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머니부터 작지만 강했다. 김하늘은 "엄마는 '그걸 네 강점으로 만들어라. 키가 작아서 불리한 점도 있지만 남들보다 더 힘을 빨리 쓰고 더 잘할 수 있는, 단점보다 강점이 많을 것이다'고 하시더라"면서 "그래서 조금 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는 속이지 못하는 법. 김하늘도 멋지게 극복해냈다. 김하늘은 "사실 키는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다"면서 "그래서 일본의 우노 쇼마 선수를 보면서 동정감?(기자들이 동질감이라고 얘기해줬다)을 느끼고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쇼마 선수(159cm)도 남자 선수 중에는 많이 작은데도 이번 올림픽만 해도 상위권(은메달)에 들었고 작다고 해서 링크에서는 작은 게 느껴지지 않았다"면서 "그걸 보면서 나도 무릎도 꾹꾹 눌러서 사용하고 스케이팅과 팔 동작을 크게 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가슴에 품은 꿈도 어떻게 보면 작지만 가장 크고 원대했다. 김하늘은 "내 목표는 김하늘이라는 선수를 (사람들이) 기억해주는 것"이라면서 "김하늘 하면 최연소 타이틀보다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기 후 하고 싶은 일을 묻자 여전히 어른스러운 답이 나왔다. 김하늘은 "최다빈 언니 경기가 남아서 간절하게 제가 기도발이 조금 세거든요(기자들 폭소)"라면서 "열심히 기도해서 다빈이 언니가 잘 해서 대한민국도 뒤지지 않는 나라라는 것을 꼭 보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다음에 나온 답이 "다빈 언니도, 나도 힘든 시기 많았고 둘 다 우여곡절 많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올림픽이 끝났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빨리 가족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10대다운 것이었다.
이제 김하늘은 4년 뒤를 보고 있다. 김하늘은 "2022년(베이징올림픽)까지 도전할 것"이라면서 "사실 4년 후에 어떻게 될지 잘 모르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김하늘은 얼마나 더 자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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