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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북미 비밀회동'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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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미국 부통령(왼쪽),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 (사진=자료사진)

 

북한과 미국이 평창올림픽 개막식 바로 다음날인 2월 10일, 한국의 주선으로 '비밀회동'을 갖기로 했지만 결국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펜스 미 부통령과 북한의 김여정 제 1부부장이 참석한 것을 계기로 한국의 중재하에 북미간 회동이 추진됐지만 약속 시간 몇시간을 앞두고 회동이 불발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보도는 미국측 주장이어서 전말을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적어도 3-4가지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흥미를 끈다.

첫번재는 김정은 위원장이 왜 동생 김여정을 보냈는지, 두번째는 북한이 개막식 하루 전 열병식을 왜 생중계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세번째는 우리정부의 대북라인이 북한 특사 방남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네번째는 김정은 위원장이 왜 김여정으로부터 '남한의 의중과 미국의 동향'을 보고 받았다고 밝혔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미국측에 북미 비밀회동이 가능한지를 물은 것은 1월 26일 이전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북측과 고위급 대표단 파견문제를 논의하면서 북미 비밀회동 의사를 타진했고 북측은 이에대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측에선 폼페이오 CIA국장이 북미 비밀회동 제의사실을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첫 보고했다. 이런 과정으로 볼때 서훈 국정원장이 북측과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청와대와 협의를 거쳐 미국측에 제의를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서훈 원장이 남북대화 성사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는 당시 분위기와도 일치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도 비록 비밀회동이지만 미국과의 고위급 첫 대화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갖고 김여정 제 1부부장을 보내는 파격적 결정을 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폼페이오에게 보고를 받은 트럼프 미 대통령은 2월 2일 펜스가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북미회동에 응할지, 응한다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논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미회동을 승인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에게 "비밀회동에서는 협상의 '협'자도 꺼내지 말고, 최대압박(Maximum pressure)에 대한 원칙만 북측에 강조하라고 내부 입장을 정리했다.

백악관 지침에 따라 펜스 부통령은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부터 한국에 오기까지 일관되게 강경발언을 쏟아낸다. 서울에서 탈북자를 만나고 오토 웜비어씨의 아버지를 평창 개막식에 초청하는 등 동선 또한 북한에 대한 압박으로 일관한다.

펜스는 개막식 이틀 전인 2월 7일 서울에 도착했다. 북미회동은 사흘 후로 정해져 있었지만, 접촉방식 등 세부내용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은 장소로 비밀이 보장되는 청와대를 제공하기로 했고 양자회동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북측에서는 김여정 제1부부장과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하고 미측은 펜스 부통령과 NSC관계자, CIA관계자 등이 배석하기로 했다.

펜스는 비밀회동을 코앞에 두고도 이미 백악관 회의에서 결정된대로 "올림픽이 북한의 선전장이 되지 않도록 막겠다"며 여전히 강경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북한은 개막식 하루 전에 열린 열병식을 일부 축소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펜스는 평창개막식 리셉션 만찬장에 앉지 않고 5분만에 퇴출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개막식에서 남북이 공동입장했지만 기립도 하지 않았다.

이를두고 워싱턴포스트는 "펜스가 북한의 프로파간다(propaganda)에 대항하는 전사(warrior)로 몸을 던졌다"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회동은 D데이인 2월 10일 당일 아침까지도 살아 있었다.

그날 아침 북한은 미측에 회동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펜스의 대북강경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유화발언을 해달라'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결국 비밀회동 추진은 예정시간을 몇시간 앞두고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 매체는 김여정 특사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의중과 미측 동향'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궁금했던 '미측 의중'이란, 이런 일련의 북미접촉 무산과정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화를 중재했던 청와대는 북미비밀회동 무산여부에 대해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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