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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민간극장 직원도 성추행…피해자 무마 시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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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측 "오씨 사과, 공연 취소"…피해자 만남 거부 후 오씨 잠적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연출가 오태석 씨. (자료사진/노컷뉴스)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연극계 거장 연출가 오태석(78) 씨가 연락을 두절한 채 잠적했다. 그가 이끄는 극단 목화 측은 '연출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회피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잠적한 오 씨가 자신의 논란을 무마하기 위해 극단 단원과 대책회의도 하고 피해자와 만나려 한 것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럼에도 극단 측은 오 씨의 성추행 논란과 관계 없이 '우리는 연극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20일 저녁 서울시 중구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극단 목화의 공연 ‘템페스트’(연출 오태석, 2/1 ~ 2/21)가 올랐다. 이날 공연장에는 성추행 논란 이후 연락이 두절된 오 씨를 만나기 위해 4~5개 매체 기자가 공연장을 찾았다. 하지만 오 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공연 종료 뒤 만난 극단에서 중책을 맡은 단원 A씨는, 오 씨의 행방과 극단 입장을 기자들이 묻자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쏟아지는 질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옆 단원과 ‘내일 있을 마지막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며 유유히 주차장으로 걸어가 차에 탑승했다.

그를 향해 기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다른 단원 B씨가 "우리도 (오태석) 연출님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입장을 밝힐 수 없어 죄송하다"고 대신 말했다.

극단 내 고참급 배우 C씨는 전화 통화에서 “무슨 (극단) 입장이 있느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논란과 관련해 연출과 아무런 이야기도 한 바 없느냐 묻자 “무슨 얘기를 하냐, 우리는 공연 중이라 연극만 하면 된다”고 답했다.

연극 '템페스트'. (사진=서울남산국악당 제공)

 

◇ 성추행 폭로 글 올라오자 단원과 대책회의 … 피해자 만나려고도

오 씨의 성추행 논란은, 이윤택 씨에 대한 연극인들의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 직후인 설 연휴부터 등장했다. 연극계 내에서 이 씨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파다했지만, 오 씨에 대한 것은 흔치 않아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피해자인 연극인 D씨와 E씨가 남긴 구체적인 성추행 사례에서 오 씨의 이름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추정은 충분히 가능했다. 특히 피해자가 실명으로 글을 올렸기에 오 씨와 극단 단원들은 파악을 할 수 있었다.

피해자의 폭로를 본 뒤 오 씨가 취한 행동은 극단 단원과 대책회의를 하고, 피해자와 접촉하려 한 것이었다. 취재 결과, 극단 한 단원은 16일 오후 피해자에게 연락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그 단원은 '미투' 글을 보고 새벽에 오 씨와 만났다. 이어 "피해자가 (성추행) 트라우마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오 씨의 이야기를 피해자에게 전달했다.

피해자는 만남을 거부했다. 피해자는 "오태석 연출과 1대1로 만나, 나 혼자 사과를 받는 게 핵심이 아니다”며 “오태석 연출이 어른스럽게 스스로 반성하고 책임 지기를 바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의 바람과 달리, 오 씨는 책임을 지기보다 잠적하기를 선택했다.

오 씨는 단원이 피해자에게 연락한 날까지만 극장에 나타났고, 이후 잠적했다. 공연장 관계자는 “오 연출이 설날인 16일까지는 공연장을 찾았고 이후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 씨를 만나기 위해 20일 오전에는 자택을, 오후에는 극단 목화 연습실을 찾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휴대전화가 없는 오 씨를 대신해 아내가 모든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져, 오 씨의 아내와 통화를 시도했다. 오 씨 아내는 “통화할 일이 없다. 전화를 안 받겠다”며 끊었다. 그 이후부터 전화는 받지 않았고, 문자에도 답하지 않았다.

연출가 오태석 씨. (자료사진/노컷뉴스)

 

◇ 민간극장 직원 성추행으로 공연 취소된 일도 있어

SNS로 폭로된 글 외에 오 씨의 또 다른 성추행 사례도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오 씨가 2008년 서울 소재 민간 극장에서 올리려던 공연이 그의 성추행으로 인해 기획 단계에서 취소된 것이다.

극장 관계자에 따르면 오 씨가 기획회의 첫날 극장 기획팀 직원을 성추행했고, 다음 날 사과했다. 그러나 극장 측에서 오 씨와 더 이상 공연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공연을 취소했다.

현재 잠적 중인 오 씨는 곧 해외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극단 목화가 오는 28일(현지시간)부터 3월 1일까지 페루 리마축제 개막작으로 ‘템페스트’를 공연하기로 돼 있다. 지금과 같이 언론의 집중을 받는 상황에서 그에게 해외는 잠시나마 도피처가 될 것이다.

3월 17일에는 신작 '모래시계'(3/15~25)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 선정작’으로 선보인 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기로 돼 있다. 하지만 성추행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라, 공식석상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오 씨는 1963년 대학시절 동인제 극단 회로무대를 창단한 이래 40여 년 동안 극작가, 연출가, 제작자로 활동했다. 동랑레파토리 극단 연출을 거쳐 1984년 제자들과 함께 극단 목화(목화레퍼터리컴퍼니)를 창단해 전통 연희를 기반으로 동서양의 연극적 요소가 어우러진 작품을 선보였다.

대표작으로 ‘템페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자전거’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등이 있다. 오 씨는 제28회 동아연극상 대상(1992), 제29회 백상예술대상 연극희곡상(1993), 제36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2004), 보관 문화훈장(2014)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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