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부인’ 이윤택에 더 뿔난 연극인들 “똥물 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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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없었다'는 주장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 아니라는 논리"라고 반박

연극 연출가 이윤택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문 논란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이윤택(67)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분노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특히 그가 성폭행에 대해 ‘강제가 아닌 합의하에 이뤄졌다’고 말하는 점에 대해 연극인들은 크게 분노했다.

이 전 예술감독은 이날 오전 서울시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추가로 제기된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물리적 폭력 등 강제로 이뤄진 관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였다는 의미이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 전 예술감독의 성추행 사실을 SNS로 최초 폭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성관계였다고 말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 자수를 한 셈이다. 우리는 다음 수순을 밟는다. 감옥 갈 준비나 하라”는 짧은 입장을 남겼다.

공개 사과 기자회견장에서 ‘사죄는 당사자에게, 자수는 경찰에게’라는 피켓을 들고 나타난 배우 홍예원은 “피해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공개사과 방식자체가 2차 가해"라며 "(성폭행 의혹 부정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며, 내용은 ‘술 먹었는데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반박했다.

설유진 극단 907(소속 배우가 과거 이윤택에게 성추행 당한 바 있음) 대표는 “성폭력의 정의를 물리적인 것에 한한 발언이라면 교육이 필요하고, 본인이 주장하는 성폭행이 아닌 합의하의 성관계라는 주장은 본인의 권력과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해 온 수십 년의 세월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페미연극제를 기획하고 있는 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는 “사과는 피해자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명시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면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말하지 않고 그저 잘못했다고만 한다.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걸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자신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할 수많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성추행은 인정하면서, 자신이 피해자의 이름을 기억하는 성폭행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건 사과가 아니라 협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상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도 “아직 그가 진심으로 뉘우친 것 같지 않다”고, 김소연 연극평론가는 “이건 사과가 아니다. 성폭행 고발을 부인하기 위한 기자회견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는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는 “성행위는 있었지만 성폭행이 아니라니,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정말 착잡하다”고 밝혔다.

익명의 한 30대 여성 연출가는 “위압이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폭행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며 “이윤택이 가진 권력과 입지만으로도 피해 당사자에게는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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