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의원(왼쪽)은 윤성빈이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을 따는 현장에서 직접 응원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경기장 출입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사진=노컷뉴스)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강원도 평창과 정선, 강릉 일대에서 열립니다. 대한민국 선수단과 함께 경기장 곳곳을 다니며 미처 기사에 싣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깨알 같은 이야기. 오해원의 깨톡(TALK)]을 통해 전달합니다.지난 9일 공식 개막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전 세계 92개국에서 모인 2925명의 선수가 102개의 금메달은 연일 뜨거운 분위기에서 주인을 하나둘씩 찾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에는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남자 스켈레톤의 윤성빈(강원도청) 선수가 두 번째 올림픽 출전 만에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요. 은메달을 가져간 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OAR)의 니키타 트레구보프보다 무려 1초63이나 빠른 기록입니다. 0.01초의 차이로도 희비가 엇갈리는 스켈레톤이라는 점에서 윤성빈과 트레구보프의 격차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록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김지수(성결대) 선수도 선전하며 자신의 국제대회 최고 성적인 6위에 오른 것도 분명 윤성빈의 메달 못지않게 한국 썰매 종목의 쾌거였습니다. 김지수 선수가 스켈레톤에 입문한 지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 감동이 컸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멋진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드는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마 TV중계를 지켜보신 분들도 같은 의문이 들었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바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엄격하게 출입이 제한되는 선수준비구역에 등장한 박영선 의원인데요.
해당 구역은 피니시 하우스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주행을 마친 선수들이 맞은편의 관중과 인사하고 다음 주행을 준비하는 등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이 곳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김지용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단장,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등과 함께 박영선 의원이 등장한 겁니다.
가족도 들어갈 수 없던 곳에서 박영선 의원이 이기흥 회장, 유승민 IOC선수위원 등과 함께 윤성빈 선수를 격려하는 모습은 TV 중계로도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박 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서 두 선수와 만난 사진과 함께 소감도 올렸죠.
박영선 의원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과 함께 출입한 구역은 엄격하게 출입이 제한되는 선수준비구역으로 특정 비표를 소지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 평창=오해원기자
여기서 드는 의문은 '과연 박영선 의원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저곳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였습니다. 윤성빈 선수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출입증이 없어 경기가 끝난 뒤 선수준비구역에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직접 제 눈으로 지켜본 뒤에는 더욱 그 의문이 커졌습니다.
CBS노컷뉴스는 곧바로 대한체육회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관련 문의를 했습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 박영선 의원이 선수준비구역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적법한 과정을 거쳤다면 과연 어떤 출입증을 발급받았는지 등을 문의했습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박영선 의원과 동행 여부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CBS노컷뉴스와 연락이 닿은 체육회 관계자는 "오전에 코리아 하우스에서 선수단 차례 행사가 있어 스켈레톤 경기장에 늦게 도착했다. 3차 시기가 끝나고 도착했는데 보니 현장에 박영선 의원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직위와 통화에서는 의문이 더 커졌습니다. 박 의원의 출입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채 출입증 발급 여부를 확인해보겠다는 답이 왔습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는 이 기사가 출고되는 현재까지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과연 박영선 의원은 선수준비구역 출입증을 발급받았을까요? 그랬다면 매우 큰 문제입니다. 경기와 관계없는 인물에게 해당 출입증이 발급됐기 때문이죠.
백지선 감독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 아이스하키 대표팀 스태프의 선수촌 및 경기장 출입증이 전원 발급되지 않아 크게 화를 냈다. (사진=노컷뉴스)
한 가지 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끄는 백지선 감독이 개막 전 불같이 화를 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스하키는 많은 선수와 장비 탓에 스태프도 많은 종목입니다. 하지만 개막을 앞두고 우리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일부 스태프의 출입증이 발급되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내기 위해서는 모든 스태프의 출입증이 발급되길 원했던 백지선 감독이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화를 냈던 것이죠.
결국 뒤늦게 모든 스태프의 출입증이 발급됐지만 올림픽 출전을 위해 4년 넘게 고생했던 이들의 마음고생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선수의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태프도 받지 못할 뻔했던 출입증을 현역 국회의원이 받았다면…이 문제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반대로 박영선 의원이 선수준비구역 출입증을 받지 못했다면? 그렇다면 문제는 더욱더 큽니다. 올림픽은 경기와 관련된, 관련되지 않은 모든 구역의 출입을 위해서는 해당 구역의 출입에 필요한 출입증이 발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출입이 제한됩니다.
하지만 박 의원이 출입증이 없는 상태에서 경기장에 진입했고, 또 선수준비구역까지 들어갔다면 이번 올림픽의 보안에 상당한 구멍이 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됩니다. 자칫 출입증이 없는 인원이 나쁜 마음을 먹고 경기장에 진입해 사고를 쳤다면…이는 상상도 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겠죠. 혹여 특정 인사의 초대로 출입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박 의원의 출입은 많은 이의 동의를 얻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엄격하게 출입이 제한되는 구역에 등장한 박영선 의원은 선의 여부를 떠나 분명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규정을 위반했다.(사진=노컷뉴스)
박영선 의원의 선수준비구역 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저는 CBS노컷뉴스는 물론, 타사가 작성한 사진 기사 및 뉴스 동영상을 상당히 많이 확인했지만 출입증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절묘하게 평창 동계올림픽 응원 머플러가 목에 둘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박영선 의원의 행동이 절대로 악의가 없었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선의와 악의를 떠나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문제를 지적해봅니다. 일반인에게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을 일입니다. 현역 국회의원이라 가능했다면 이 역시 문제입니다.
출입증이 발급되었더라도, 발급되지 않았더라도 어느 쪽에서도 큰 문제가 분명한 행동이었습니다. 설날 기분 좋은 윤성빈 선수의 금메달 소식에 유일했던 옥에 티. 갑질 논란을 떠나 IOC가 엄격하게 적용하는 규정을 위반한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박영선 위원 본인은 물론, 조직위 차원의 분명한 반성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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