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염력' 연상호 감독은 왜 'B급 코미디'를 '로망'했나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노컷 인터뷰] "자기 복제하면서 영화 계속할 수는 없어"

영화 '염력'의 연상호 감독. (사진=NEW 제공)

 

2년 전 한 애니메이션 감독이 첫 실사 영화로 천만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 그 해 칸국제영화제까지 초청된 이 영화는 국내에서 비주류로 취급받는 좀비 소재로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염력'은 그런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이유만으로 뜨겁게 조명받았다.

'염력'이 과연 '부산행'만큼 파괴력 있는 영화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현실 세계의 문제와 밀접하게 닿아 있는 초능력자의 이야기는 마냥 즐겁고 신나지 않다. 끊임없이 좀비와 생존 사투를 벌이는 '부산행'처럼 오락적 긴장감이 대단하지도 않다.

연상호 감독이 '염력'을 통해 꿈꾼 'B급 코미디'란 막연히 웃기는 것이 아니라, 해학과 풍자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반이었다. 그래서 '염력'을 보고 우리는 용산 참사를 떠올리거나, 그 이전에도 수없이 삶의 터전을 잃어갔던 서민들의 아픔을 느끼게 된다.

어찌 보면 무모해보이지만, 연상호 감독의 도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다음은 연상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 좀비에서 초능력이라는 소재의 이동이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어떤 연유에서 이런 소재를 선택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 B급 영화 코미디 장르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있었다. 상업적으로는 쉽지 않은 소재가 맞다. 그러나 대중적이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원래 주성치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집요한 B급 코미디 영화에 대한 탐구가 '소림축구'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 그러나 처음에 홍콩 영화에서 주성치가 가지고 있는 상업성은 마니아적인 B급이었다. 그것이 이제는 굉장히 주류가 된 거다. '부산행' 이후에 무엇을 할까 생각했을 때 코미디가 하고 싶었다. 코미디는 만들기 아주 어려운 장르이고 만든 후에도 인정을 받기 박한 장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 배우 류승룡과 심은경의 캐스팅 비화도 궁금하다. 애니메이션 '서울역'에 이어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된 이유가 있을까.

- 류승룡 선배는 B급 유머에 대한 감각이 엄청나게 좋다. 심은경 배우도 한국의 짐 캐리 같다고 인정하는 그런 분이다. 사실 '부산행' 이후에 처음 투자배급사에 '염력' 시나리오를 보여줬을 때는 굉장히 낯설어 했다. '부산행'처럼 고쳐보자든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 때는 무언가 하기에 시기상조인가보다 해서 시나리오를 접었다. 류승룡 선배와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염력' 이야기가 나왔는데 본인이 그걸 하면 좋겠다고 하더라. 심은경 배우는 이미 '부산행' 때부터 실사 영화를 하면 또 같이 길게 작업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던 상태라 시나리오를 줬었다. 류승룡 선배와 심은경 배우가 한다고 했으니 설득을 해서 제작에 들어가게 된 거다.

영화 '염력'의 연상호 감독. (사진=NEW 제공)

 

▶ 정유미가 맡은 홍상무 배역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여태까지 정유미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는데 다른 배우들은 감독님의 애정이 엄청나게 들어간 캐릭터라고 하더라.

- 내가 배우들을 편애하지는 않고, 캐릭터는 평등하게 만든다. (웃음) 현장 자체가 B급 코미디 같은 구석이 있어서 시나리오에 나와 있지만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배우들도 의견을 많이 냈고, 결정이 되면 거기에 몰입을 했다. 정유미는 실제로 보면 좀 재미있다. 그런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 마지막 홍상무 차가 구겨질 때 벤츠는 조금 약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벤틀리 정도까지는 가야 되는거 아니냐고 했는데 나는 홍상무가 보기와 달리 을이라고 생각해서 벤츠 정도가 적당하다고 봤다. 벤츠 정도면 정말 제일 좋은 차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가 보더라. 벤틀리라는 차는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다.

▶ 애니메이션에서 실사 영화로, 또 이번에는 초능력으로. 사실 감독으로서 안전하고 쉬운 선택을 해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 자기 복제를 하면서 영화를 계속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실사) 영화를 이제 시작하는 입장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나를 가두기에는 이런 것, 저런 것을 많이 해보는 편이 좋은 것 같다. 물론, 매번 잘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사실 초능력 소재가 위험한 게 아니라 B급 유머나 코미디, 그런 것들이 터부시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젊은 친구들 문화를 보면 그런 것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접근을 해보고 싶었다.

▶ 보통 커다란 흥행작을 만든 뒤에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터부시되는 그런 장르를, 한 마디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장르를 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이라고 생각하는데.

- 대중영화를 만들 때 보면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데 대중적이지 않은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유행처럼 돌고 돌아서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한 번 해봐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좀비를 다루는 방식과도 비슷한데 미국에서 쓰고 있는 방식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을 시켜서는 같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한국은 어쨌든 한국만의 방식으로 가야 한다. 코미디 역시 너무 리얼하게 가기 보다는 다른 장르성을 넣어서 일종의 농담 같은 느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영화 '염력'의 연상호 감독. (사진=NEW 제공)

 

▶ 코미디 장르가 예전만큼 대중에게 선호받지 못하고, 흥행에 한계를 가진 장르로 변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코미디 영화가 진지해지면 '왜 이렇게 코미디가 진지하려고 해?'라는 물음이 있다. 그러나 찰리 채플린 영화들처럼 코미디는 과거부터 무겁고 큰 주제를 풍자적으로 다뤄왔다. 불편할 수 있는 메시지를 코미디로 풀어내는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그걸 해학이라고 한다. 그것이 코미디 영화의 자연스러운 진수였었는데 어느 새 휘발성 장르로 되어가고 있더라. 그런 것을 복기하기 위해 이번 영화를 하고 싶기도 했다.

▶ 그래서인지 이번 영화가 분명히 B급 코믹 장르임에도 용산 참사나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인한 사회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다. 영화 '공동정범'을 모두 함께 보러 갔다고 이야기를 들어 조금 놀랐다.

- 철거민을 연기하는 배우들에 대한 연기톤 이야기들이 있었다. 처음 참고했던 것은 영등포 쪽방촌을 다룬 다큐멘터리였는데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들이 많이 있었다. 8주기 특별 시사회에서 영화를 봤는데 '공동정범'이 굉장히 인물 중심의 영화라 연기적으로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아 특별상영을 하면 좋겠다고 해서 다함께 영화를 봤다.

▶ 항상 연상호 감독의 현장은 즐겁고 재미있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배우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 사람들이 잔뜩 찌푸리고 있는 공간에 있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가뜩이나 일도 힘들지 않나. 모든 걸 재미있게 해도 힘이 드는 일인데 얼굴 찌푸리는 걸 보고 싶지가 않고, 서로 힘들다. 그래서 밝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 사실 영화 엔딩을 보면 석헌의 초능력이 딸 루미가 원하는 바를 완벽히 이뤄준 것은 아니다. 보통 히어로물의 결말과 상당히 다른 형태인데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 엔딩에 가장 도움을 줬던 음악은 장기하의 '별일없이 산다'였다. 어마어마한 초능력이 있고, 이를 억누르는 엄청난 체계보다 더 힘이 있는 건 장기하의 노래가 주는 감수성이다. 누가 지고, 이기는 것이 아닌 이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싸움은 인간 대 비인간의 싸움이고, 비인간이 상징하는 건 빈 공터, 인간에 대한 상징은 큰 맥락이나 주제와 맞닿아 있었던 것 같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