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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의 에너지 충전법 "무료함 느낄 때까지 가만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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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흥부' 흥부 역 정우 ②

14일 개봉한 영화 '흥부'에서 흥부 역을 맡은 배우 정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관객과 시청자로서 바라본 배우 정우 연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아 모두가 그에게 주목하게 했던 대표작 '응답하라 1994' 때는 정우의 애드립만 따로 모은 편집 영상이 나온 적도 있다. 극과 동떨어지지 않게 스며들면서도, 포인트를 주는 연기가 장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우는 '연기하는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이었다.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무게에 가끔 버거워하기도 하는.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의외라고 여겼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정우의 라운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연기에 대해 엄격해서 자기를 괴롭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가 그렇다는 걸 잘 몰랐다"고 멋쩍게 대답한 정우는 에너지 충전 방법부터, 재미있게 본 영화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노컷 인터뷰 ① 정우 "'흥부', 故 김주혁 한다는 얘기에 출연 결정")

일문일답 이어서.

▶ '흥부'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나.

아무래도 연기자 선배님들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보다 호흡의 밸런스를 보려고 했다. 그걸 보고 좀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만약 전혀 예상 못 한 쪽에서 작품 제의가 오면 망설이는 편인가.

배우들이 작품을 할지 정할 때는 시나리오를 먼저 보지 않나. 우선 그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면 어떤 사람이 썼을지 상상하게 되지 않나. 저는 그 사람에 대해 전혀 모를 수도 있으니까. 당연히 어떤 분인지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을까.

▶ 원작인 '흥부전'을 참고했나.

따로 챙겨서 정독하진 않았다. (촬영하면서) 옛날에 봤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다시 기억은 나더라. 소설책과 부채는 미술감독님이 선물해 주셨다. 나중에 꺼내보면 이 작품이 다시 기억날 것 같다.

영화 '흥부'의 출연진. 왼쪽부터 배우 故 김주혁, 천우희, 정우, 정진영, 김원해, 정해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혹시 참고한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

작품 들어가기 전에는 (작품과 관련된 것들에) 의식을 안 하려고 한다. 일부러 굳이 찾아봐서 염두에 두고 어떤 장면의 연기를 표현한다든지 그렇진 않단 소리다. 그러면 티가 나는 것 같다. 머릿속에 잔재가 남아있으면 연기에 영향받을 것 같기도 하고.

▶ '흥부'에서는 우리 정치 상황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 있다. 폭정에 화가 난 백성들이 횃불을 들고 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영화 속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측면이 있는데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장면마다 의미를 부여한 건 감독님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연출자의 몫이다. 기존에 그런 메시지를 가진 작품은 '광해'나 '변호인' 등 많이 있어서 그 부분이 막 새롭거나 하진 않았다. 영화적으로 좋은 메시지를 가진 건 어느 영화든 공통적이지 않을까.

▶ 전작 '재심'은 우울한 메시지를 진지하게 풀었다면, 이번 '흥부'는 좀 더 유쾌해진 것 같다.

사실 '재심' 때도 저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제가 어떤 감정으로 한 발짝 나아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초반에는 자신의 이익과 권리를 찾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정의를 찾아가는 인물이었다. 사연이 있는 캐릭터이긴 했다. ('흥부'도) 조혁이라는 인물을 만나 정의롭게 변하는 인물인데 영화 전체를 보면 거창하게 느끼실 수 있지만, 그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상대 캐릭터에 영향을 받아 변화되는 인물인 거다. 저는 거기에 중점을 뒀다.

▶ 꾸러기 같은 모습에서부터 진지한 면까지 여러 종류의 연기를 했는데 어떤 역할을 할 때 편하고 즐거운가.

모든 연기를 할 때 사실 편안하지는 않다. (웃음) '재심' 때는 감독님이 그러셨다. 편하게 연기하는 것 같아서 촬영 때도 편안해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웃음) 편해 보이려는 걸 찾으려고는 한다. 관객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연기를 지향한다.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배들, 동료 배우들도 티를 안 낼뿐이지 뒤에서는 치열하게 하실 거다. 제가 그런 부분에 투박해서 (이렇게) 드러나는 것 같고. (웃음)

▶ 이번 영화를 찍으며 느꼈던 '어려움'의 순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흥부'도 그렇지만 매 작품 제게 닥쳐오는 고민과 힘듦은 약간씩 다른 것 같다. (웃음) '이거 이상은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은 든다. 촬영하면서도 부딪친다, 어떤 한계에. 때로는 (제 안의 모습을) 감독님이 꺼내 주시기도 한다. 스태프들 도움을 받기도 하고, 배우들 도움을 받기도 하고.

배우 정우를 업계 관계자들에게 널리 알린 영화 '바람' (사진=필름 더 데이즈 제공)

 

▶ 연기와 관련해서는 자기를 좀 괴롭히는 스타일인 것 같다.

몰랐다, 저도. (웃음) 와, 피곤하죠. (웃음) 즐기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대사만 딱 외운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건 생각 없이 그냥 하는 것 같다. 물론 백지상태에서 딱 하는 게 정답일 때도 있지만 매번 그렇진 않으니까, 이런 점이 어려운 것 같다.

예를 들어 '바람'이라는 작품도 친구들과 어울려서 풀어진 채로 부담 없이 한 작품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프리(사전 작업) 단계에서 굉장히 오래 걸렸다. 6개월 정도? 그래서 현장에서 즐겁게 놀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저만 준비한다고 된 건 아니고, 다 같이 노력한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 '바람'을 찍고 나서 30대 후반이면 입지를 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인터뷰를 했다. 현재 본인이 생각하는 위치는 어떤가.

30대 중반이면 입지를 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모르겠다. 돌아볼 정도의 경력이 쌓인 건 아니어서, 그냥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가는 거다. 그러다 보면 느끼는 날이 있지 않을까. (웃음) 아직 멀었다. 한참 남았다. 이제 시작이다.

▶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심엔 사람이 있다. 친구, 가족, 현장에서 호흡 맞추는 식구가 될 수도 있다.

▶ 연기적인 것 말고 평소에 어디서 힘을 얻는지 궁금하다.

저는 진짜 가만히 있으면 에너지가 차는 것 같다. 숙소든 집이든 좀 지루하게, 생각 없이 있으면 에너지가 찬다. '아, 이렇게까지 가만히 있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웃음) 무료함이 느껴질 때까지 해야 한다. 또 수다 떨고 전화통화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고민거리가 있으면 그걸 나누기도 하는데 (에너지를 채울 때는) 가만히 있는다고 보시면 된다. (웃음)

배우 정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연기를 시작한 때와 현재의 자신이 좀 달라졌나.

아예 안 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좋게 변하려고 노력한다. 노력하는 모습만큼은 변하지 않으려고 한다.

▶ 혹시 최근에 본 영화 중 재미있게 본 게 있다면.

'베이비 드라이버'! 예고편 보고 되게 재밌겠다 싶어서 찾아봤다. '택시운전사'도 재밌게 봤다. 예전엔 뮤지컬 영화를 크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라라랜드' 진짜 재밌게 봤다. 여러 번 봤다. 야~ 진짜! 음악이 저는 (느낌이) 많이 왔던 것 같다. 아직도 많이 듣고 있다.

▶ '흥부'는 계속해서 희망을 얘기하는 영화 같다. 올해 이루고 싶은 바람은 무엇인가.

매번 개봉할 때마다 관객들이 개봉하는 제 영화를 보고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즐거움이든 감동이든 메시지든 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항상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계속 (다른 작품을) 촬영 중이어가지고 누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랬는데 새해 오는 것조차도 사실 잘 몰랐다. 서울도 되게 오랜만에 왔다. (웃음) 정신없이 보내고 있지만 그것에 또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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