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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부탱 논란' 왜 최민정만 반칙이고, 항의도 못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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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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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최민정이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을 마친 뒤 전광판을 통해 최종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최민정은 패널티를 받아 실격처리됐다.(강릉=노컷뉴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 사상 첫 500m 금메달을 노렸던 에이스 최민정(20 · 성남시청). 1위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넘어 실격까지 당하는 충격적인 상황을 맞았다.

최민정은 13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42초569를 찍은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에 간발의 차로 뒤졌다. 날 들이밀기로 경합한 가운데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폰타나에 불과 22cm 차이였다.

처음에는 최민정이 은메달의 주인공이 되는 듯했다. 사상 첫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500m 은메달도 한국 여자 쇼트트랙에서는 처음 나온 값진 성과였다. 최민정도 손을 흔들며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화답했다.

하지만 잠시 뒤 경기장이 술렁거렸다. 최민정에게 페널티가 주어져 은메달조차 잃게 된 것. 심판진이 비디오 판독 결과 최민정의 임페딩 반칙을 내리면서 4위로 처졌던 킴 부탱(캐나다)이 구제를 받아 동메달을 차지하게 됐다. 부탱은 팀 동료와 펄쩍 뛰며 기뻐했다.

'이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최민정이 13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500m 결승 레이스를 2위로 마무리한 뒤 응원해준 팬들을 향해 답례를 하고 있다.(강릉=노컷뉴스)

 

당초 실격 사유는 최민정이 막판 코너를 돌다 폰타나를 밀치는 장면에서 나온 것으로 보였다. 전이경 SBS 해설위원도 "마지막 코너에서 (최민정이) 손으로 미는 장면이 잡혔는데 은메달을 넘어 우승을 바라보다 다소 무리한 동작이 나온 듯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심판진은 최민정이 부탱에 반칙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선태 대표팀 총감독은 ""공식적으로 최민정이 부탱을 추월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무릎을 건드려서 임페딩 반칙을 줬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규정에 임페딩은 '고의로 방해, 가로막기(블로킹), 차징(공격), 또는 몸의 어느 부분으로 다른 선수를 미는 것'으로 나와 있다.

다만 석연찮은 점은 있다. 최민정은 부탱과 경합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반칙을 범했다기보다 서로 주고받은 장면이 보이기 때문이다.

최민정은 결승 레이스에서 부탱과 3번 정도 접촉이 있었다. 스타트에서 2위로 나선 최민정은 초반 인코스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서 부탱과 팔이 다소 영키면서 3위로 처졌다. 이후 2바퀴를 남긴 가운데 최민정은 코너를 돌며 아웃코스를 공략하려던 중 부탱의 오른손에 왼팔이 살짝 밀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시 3위로 처졌던 최민정은 속도를 냈고, 반대편 코너를 돌면서 2위로 올라섰다. 이때 빙판을 짚는 최민정의 왼팔이 부탱의 무릎을 막아선 모양새가 됐고, 부탱은 손으로 이를 뿌리쳤다. 이 과정에서 최민정은 완전히 2위로 올라서 폰타나와 선두 경쟁까지 벌였고, 부탱은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와도 충돌해 4위로 처졌다.

'문제의 장면' 최민정(가운데)이 13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 결승에서 킴 부탱(오른쪽)을 제치는 과정에서 왼팔을 무릎 쪽으로 대고 있다.(강릉=노컷뉴스)

 

하지만 심판이 문제삼은 것은 최민정이 추월 과정에서 왼팔로 부탱의 무릎을 건드린 장면이다. 다만 임페딩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자주 생긴다. 최민정도 "내가 잘했다면 부딪힘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면서도 "심판들이 보는 카메라와는 조금 각도가 달랐는데 내가 좀 실격 사유가 됐다고 봐서 판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심판진이 부탱이 미는 동작은 넘어갔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이에 대한 항의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심판에게 항의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많은데 ISU 규정에는 '심판의 판정은 최종적인 것으로 이에 대한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도 "아쉬운 점은 있지만 분명히 (최민정이) 나가면서 건드린 부분도 있다"며 판정에 수용할 뜻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우승할 자격이 있다"며 최민정을 위로했다.

물론 부탱의 동작에 고의성이 짙어 보이진 않았다. 경기 후 부탱은 결승 레이스 중 접촉 장면에 대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빙판을 떠나려고 했는데 크리스티가 '기다려 보라'라고 하더라"면서 "나는 레이스 상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무슨 일인지 몰라서 그저 '무슨 일이야? 지금 무슨 상황이야?'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부탱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다가 동메달을 받게 된 것을 알고 기뻐하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이 먼저인데...' 최민정(가운데)이 13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 결승 도중 2위로 도약하려고 하자 킴 부탱(오른쪽)이 손을 뻗어 살짝 밀어내고 있다.(강릉=노컷뉴스)

 

이런 가운데 엉뚱하게 불똥이 부탱에게 튀었다. 최민정의 다소 억울한 실격과 부탱이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는 모습이 대비되면서 일부 국내 팬들이 분을 참지 못한 것. 경기 뒤 부탱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비난과 악플이 순식간에 도배됐다. 판정은 ISU 심판진이 내렸는데 부탱이 화풀이의 대상이 된 모양새다.

국내 팬들은 2014년 소치올림픽 500m 결승에서 박승희(스포츠토토)와 부딪힌 크리스티에 대해서도 SNS 폭탄을 안긴 바 있다. 당시 박승희는 1위를 달리고 있었으나 넘어지던 크리스티와 충돌로 금메달이 무산됐고 동메달을 대신 받았다. 이에 화가 난 국내 팬들이 비난을 쏟아냈고, 크리스티는 최근 인터뷰에서 당시 정신적 충격이 심각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쇼트트랙은 순위가 중요한 만큼 선수들 간의 충돌이 빈번하다. 특히 가장 짧은 거리의 500m는 더하다. 때문에 쇼트트랙에서는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순위 싸움의 긴박한 재미와 논란의 판정은 쇼트트랙의 피할 수 없는 양날의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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