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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대표 연출가 이윤택도 성추행 의혹 휘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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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 미투 운동 동참 … "부끄럽지 않은 선배 되려고"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 페이스북 캡처.

 

문학계 원로인 시인 고은에 이어 연극계 대표 연출가 이윤택(67)도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성폭력 가해자라는 의혹이 '카더라'로 돌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그를 지목하는 피해자의 폭로 글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새벽 대학로에서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김수희(극단 미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하는 글을 남겼다.

김 대표는 "10년도 전의 일이다. 극단 일이 워낙 많고 힘들다 보니 버티는 동기가 거의 없었고 내가 중간 선배쯤 되었을 때다"면서 "'오구' 지방공연에 전 부치는 아낙으로 캐스팅이 됐다. 주로 사무실에서 기획 업무를 많이 했지만 공연이 많다보니 나같이 연기에 재능이 없는 사람도 작품에 투입이 됐었다"고 했다.

이어 "여관방을 배정받고 후배들과 같이 짐을 푸는데 여관방 인터폰이 울렸다. 밤이었다. 내가 받았고 전화 건 이는 연출이었다. 자기 방 호수를 말하며 지금 오라고 했다. 왜 부르는지 단박에 알았다. 안마를 하러 오라는 것이다"고 전했다.

연출에 대해 김 대표는 "그는 연습 중이든 휴식 중이든 꼭 여자 단원에게 안마를 시켰다. 그게 본인의 기를 푸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업을 이어나갈 수가 없다고 했다. 안 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 그리고 자기 성기 가까이 내 손을 가져가더니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며 "내 손을 잡고 팬티 아래 성기 주변을 문질렀다"고 폭로했다.

이어 "나는 손을 뺐다. 그리고 그에게 ‘더는 못하겠습니다’란 말을 꺼냈다. 그의 방에 들어와 처음 했던 말이었던 거 같다. 나는 방을 나왔고 지방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밀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도 한두 편의 작업을 더 하고 극단을 나왔다. 정해진 일정이었고 갑자기 빠질 수 없어서였다"고 남겼다.

그 후 김 대표는 '대학로 골목에서, 국립극단 마당에서 그를 마주치게 될 때마다 도망 다녔다. 무섭고 끔찍했다"면서 "그가 연극계 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가슴 속 깊이 숨겨두었던 일을 꺼낸 것은 한 기사를 보면서다. 김 대표는 "오늘 그 연출이 국립극단 작업 중 여배우를 성추행했고 국립극단 작업을 못하는 벌 정도에서 조용히 정리가 되었었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여전함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많이 고민하다 글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구체적인 실명은 남기지 않았지만, 연극계 대표 연출가 이윤택으로 좁혀진다는 게 연극계 견해다. 연극 '오구'는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적 기획전인 '굿과 연극'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윤택이 작/연출 모두 맡았다. 그는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2009년 동아연극상 대상을 받았다.

연출가 이윤택. (자료사진/노컷뉴스)

 



앞서 지난 12일 '뉴스1'의 보도('미투' 연극계도 '속앓이'…성폭력 의혹 유명 연출가 '쉬쉬')에 따르면, 국립극단이 연극계를 대표하는 유명 연출가 A씨를 극단 직원들이 반대해 제작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A씨가 과거 국립극단에서 공연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국립극단 직원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어서다.

이어 매체는 "이 문제가 알려지지 않은 것은 국립극단 직원들이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해 A씨를 국립극단 작품에서 참여시키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출가 A씨가 국립극단 작업에 참여하지 못하자, 한때 연극계에선 정치적 이유에서 출연과 지원을 배제한 '블랙리스트'가 작동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국립극단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그동안 미술·문학·영화계에서 다양한 폭로가 나왔지만, 공연계 특히 연극계는 상대적으로 폭로가 없는 편이었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는 소위 '좁고 작은 바닥'이라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꼽았다.

그럼에도 최근 전 사회적으로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연극계 안에서도 '더 이상 침묵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기사 : 공연계도 '미투'…"내 여후배·여제자 위해 동참")

김수희 대표의 글에도 수많은 연극인들이 댓글로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드디어, 혹은 이제야, 라는 생각. 민망하고 참담하고. 그러면서도 그대의 용기에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오**), "올것이 왔구나.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고맙다. 용기 내줘서."(박**), "연극계의 미투(me too)운동을 지지하면서, 몇몇 연극인들의 미투 고백과 선언을 읽다가, 성폭력 사건 이후에도 같은 연극계에서 가해자들과 공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하는 생각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동료 연출가의 용기있는 고백에 경의를 표합니다"(김**) 등의 응원글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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