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급조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선수들에게 분명 좋은 기억인 동시에 아쉬움도 남겼다. 이한형기자
짧았던 약 2주의 호흡만으로는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없었다.
남과 북이 사상 처음으로 단일팀을 이룬 여자 아이스하키는 10일 강원도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스위스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별예선 B조 1차전에서 0-8 완패를 당했다.
객관적인 실력에서 분명 열세였던 경기였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최고의 무대는 분명 선수들에게 생각 이상의 부담이었다. 결국 부담은 선수들 모두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는 원인이 됐다.
경기 후 만난 단일팀의 주장인 박종아는 “많은 국민 앞에서 하는 경기라 긴장이 많이 됐다. 응원에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걱정도 컸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해본 적이 없어 긴장했다. (나뿐 아니라) 우리 팀이 다들 긴장할 거 같아서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12명의 북한 선수 가운데 가장 기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정수현은 “최고의 응원을 받았는데 경기 성과가 따라주지 못해 자신들이 민망스럽다”면서 “우리가 스위스 선수보다 육체나 기술이 딸린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신력에서까지 지고 싶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졌지만 하나의 정신으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달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남과 북은 물론, 세계적인 관심 속에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이한형기자
세계랭킹 6위 스위스와 싸운 단일팀은 세계랭킹 22위 한국, 25위 북한의 조합이었다. 제 아무리 힘을 모은다고 할지라도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형국이었다.
이에 대해 박종아는 “많은 전지훈련을 통해 수비가 탄탄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경기를 통해 더 보완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아쉬워했다. 정수현 역시 “최상급 선수들과 처음 경기라 긴장됐다. 오늘 경기로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 팀이 최상급 팀으로 나아가기 위해 피나게 노력할 것이다”라고 각오를 불태웠다.
갑작스럽게 단일팀이 구성돼 채 20일도 훈련하지 못하고 치른 실전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정수현은 “갈라진 둘보다 합쳐진 하나가 더 세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북과 남이 하나로 나가면 모든 데서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박종아도 “(한국은) 선수층이 얇아서 경쟁구도가 아니다 보니 좋은 경쟁을 할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박종아는 “다른 측면으로는 북측 선수들이 오면 우리는 못 뛰는 선수가 생긴다. 그런 측면에서는 우리 선수에게 안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 4년간 함께 땀을 흘리고도 올림픽 무대를 함께하지 못한 동료를 향한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