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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시공' 부영…이번엔 락스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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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파악도 안 하고, '땜질식' 하자 보수" 입주민 '분통'

"한 번 고쳐서 (하자가) 안 나면 괜찮은데, 하나 고치면 다른 게 생기고, 또 다른 게 생기고…"

'부실시공'의 대명사가 된 부영아파트가 이번에는 무성의한 '땜질식' 하자 보수로 또다시 입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겨울철 습기(결로)로 생긴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해 표백제 일종인 '락스'를 과도하게 사용해 피부질환을 호소하는 입주민들이 속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화성 향남2지구 부영임대아파트 하자보수팀이 결로와 곰팡이를 제거한다며 표백제(락스)를 과다하게 사용해 주민들이 두통과 아토피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화성갑지역위원회 제공]

 

◇ 락스 뿌리고, '영하 10도'에 환기 시키라고?

11일 부영주택과 경기도 화성시 향남2지구 부영임대아파트 입주민 등에 따르면 최근 두 달여 동안 입주자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결로와 곰팡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부영11단지에서 3년을 살다 지난달 결국 집을 옮길 수밖에 없었던 이지영(39.여.가명)씨

이씨는 "가구들을 빼고 보니 집이 온통 곰팡이 천지였다"며 "이런 곳에서 3년을 살면서 얻은 것은 아이들 아토피밖에 없는 것 같다"며 울분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어 "곰팡이가 폈다고 하니 벽지 다 뜯어놓고 락스로 왕창 뿌려 놓고, 며칠 뒤에 벽지 발라주고 가고, 또 곰팡이 피니 다시 락스 뿌리고 또 벽지를 발랐다"며 "눈으로 안 보인다고 곰팡이가 사라지는 게 아니지 않냐"고 부영의 하자 처리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부영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생후 5개월 된 아기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부영 하자보수팀이 '락스'를 곰팡이 핀 방 벽에 바르고 난 뒤 온몸에 빨간 반점과 함께 물집이 잡히는 피부질환이 생겼고, 이 아기의 엄마도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기 엄마 김모씨는 부영측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락스를 바르고 나서 환기를 많이 시켰는데도 아기에게 아토피가 생겼다. 아기가 아파하고 힘들어해서 너무 속상하다"면서 "동네 병원에서 치료하다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서울 병원으로 다니고 있다"며 눈물로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가족은 방안에 가득한 락스 냄새 때문에 다섯 식구가 거실에서만 생활하다, 최근에서야 부영측으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아 리콜처리를 받고 다른 집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입주민 박연숙씨는 "곰팡이 없앤다고 락스를 들이 부어놓고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 며칠을 환기시키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어린 아이들도 있는데 어떻게 문을 열어 놓으라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2지구 부영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이 방마다 습기로 인해 핀 곰팡이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원인 파악도 없이 '땜질식' 하자 보수에 '분통'

더욱이 향남2지구 부영아파트의 겨울철 결로현상으로 인한 곰팡이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다.

2년째 부영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김미선(37.여.가명)씨는 지난해 겪은 곰팡이와의 전쟁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다른 집과 마찬가지로 안방과 작은방에 곰팡이가 생겨 락스를 뿌려, 한 달 가까이 거실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자 보수를 하는 것을 보면 원인 제거이 뭔지 찾지도 않아요. 곰팡이는 습기 때문에 생기는 건데, 그걸 찾아서 조치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곰팡이만 없애는 데 급급한 거예요."

올해는 다행히 방안에 곰팡이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작은방쪽 베란다 천정과 벽에는 곰팡이로 범벅이 됐다.

김씨는 "아기가 기관지가 약해서 비염을 달고 사는데, 여기 와서 곰팡이 때문에 더 심해진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이번 겨울을 나고 이사를 가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부영과 마찬가지로 임대아파트를 많이 짓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하자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LH 관계자는 "하자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먼저 확인하고, 원인을 제거한 후에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하자 처리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영측 관계자는 "아토피가 락스 때문인지, 아니면 곰팡이 때문인지 저희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분들에게도 원만하게 조치를 취해 드렸다"며 "이번 문제 이후에 냄새가 없는 프랑스제 곰팡이 제거제로 바꿔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자 원인 제거와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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