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이강두 역을 맡은 배우 이준호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대본을 받은 게 벌써 작년 6월이니, 배우 이준호(2PM 준호)가 '그냥 사랑하는 사이'와 연을 맺은 지도 8개월 가까이 된다. 전작 '김과장'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났던 '그사이', 그리고 그가 맡을 이강두라는 역할은 이준호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여기서 더 나빠질 순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냥 견딜 만 해." 이강두의 삶은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 만큼 만만치 않았다. 끔찍한 사고를 당한 후 자신만을 바라보며 수발을 들며 연신 미안하다고 한 엄마는, 강두가 이제 좀 멀쩡히 움직일 수 있게 되니 그제야 쓰러졌다.
나이도 어렸고, 사고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했던 강두는 자신의 선에서 애를 썼지만 치료비와 생활비로 빚마저 얻어 신용불량자가 됐다. 희망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는 뒷골목 청춘, 이준호가 만난 이강두는 그런 인물이었다.
이준호는 상처를 지닌 이강두에 몰입하기 위해 자신을 괴롭혔다. 촬영지인 부산에 방을 따로 구해 자취를 시작했고, 마른 몸을 만들고자 1일 1식을 했다. 장차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될 하문수(원진아 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키우고자 원진아의 인스타그램도 들락거렸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준호를 만났다. 5개월 동안 이강두로 살아온 그는 조금 여윈 모습이었다. 또, 아직 캐릭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않아 자신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 '이강두'와 가까워지기 위해 한 것들'그사이'의 촬영지는 부산이었다. 거의 날마다 촬영 일정이 있어서 이준호는 아예 부산에 거처를 마련했다. 매일 깨끗이 청소도 해 주고 쾌적한 호텔이 아니라 그냥 방을 구했다. 이준호는 '커튼도 안 열고 문도 웬만하면 열지 않은 채'로, '이게 강두의 삶'이라는 생각으로 자취를 시작했다.
이준호는 정서적으로 황폐한 이강두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해 방을 고를 때도 신중했다. 지인에게 '이렇게 피폐해질 수 있는 공간이 있느냐'고 추천을 받았다. 최소한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곳으로 타협점을 정했고, 센텀시티의 모처에서 5개월여를 보냈다.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던 이준호는 1일 1식까지 했다. 그는 "1일 1식을 하면서 운동을 했다. 오랫동안 달렸다. 너무 좋은 몸을 만들면 안 돼서 근육 운동도 안 했다. 근데 인부 분들은 몸이 좋으시더라. 저는 집에 샌드백 설치해 놓고 쳤다"고 말했다.
이준호는 상처를 지니고 사는 이강두 역에 몰입하기 위해 1일 1식, 운동, 자취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사진=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게 고생한 덕에 그는 7㎏를 뺐다. 인터뷰 때에는 2㎏ 찐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준호는 "드라마 중에는 강두 옷을 입어서 크게 이상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집에 있는 옷을 입었는데 너무 왜소한 거다. 지금은 좀 먹으면서 (예전대로) 돌아오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열심히' 하게 만드는 걸까. 이준호는 "하는 김에 열심히 하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수를 할 때도 작품을 할 때도 무조건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기 싫고, 폐 끼치고 싶지 않다. 그냥 그런 기본적인 마인드가 있다"고 답했다.
◇ 결국 남는 건 '사람'의 소중함강두는 어린 나이부터 고초를 겪은 불운한 인물이었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할멈(나문희 분)도 마리(윤세아 분)도, 상만(김강현 분)도 강두의 편이었다. 그도 "강두는 정말 인복이 많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호는 "강두가 혼자 자기를 소모해가면서 살 때도 옆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주위 사람들 때문에 살지 않나. 사람과 하는 사랑, 그게 살길인 것 같다. 우리가 평범하게 살 때는 되게 사소한 것 같지만, 그들에게는 그게 진짜 전부였으니"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재영(김혜준 분)이 '오빠 자존심이 뭐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근데 강두는 최소한의 선을 지키고,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진심을 다해서 살아왔다. 그러니 자기 간을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고. 진짜 잘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강두는 친구 같은 사이였던 할멈의 유산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언급하자 이준호는 "사실 유산은 너무 적다는 생각을 했다. (땅이) 몇천 평은 된다고 했는데…"라고 말해 주변을 빵 터뜨리게 했다.
"할멈에게 유일한 친구가 강두였던 것 같아요. 이것도 너무 판타지라고 봤는데 비슷한 일이 기사로 났더라고요. 버림받은 노인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돈이 많아서 친구로 지내던 사람에게 유산을 상속해줬고, 물려받은 사람은 그걸 또 기부했다는… 진짜 미쳤다, 대단하다 싶었어요. 할멈도 강두한테 그런 믿음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우리 드라마에 있는 게 전부 판타지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걸 알게 되면서 저도 강두 역할을 진정성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사이'의 사랑은 평범함을 가장한 판타지
'그냥 사랑하는 사이' 마지막회는 강두(이준호 분)와 문수(원진아 분)이 사랑을 확인하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사진='그냥 사랑하는 사이' 캡처)
'그사이'는 지난 2014년 이후 3년 만에 부활한 JTBC 월화드라마의 첫 작품이라는 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를 연출한 김진원 감독과 '비밀'을 쓴 유보라 작가가 뭉쳤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여주인공 원진아가 120: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드라마에 합류한 '신예'라는 것도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한 경험을 공유하는 강두와 문수는 처음엔 딱히 서로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만남이 거듭되면서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고 그 감정은 사랑으로 무르익는다. 이준호는 원진아 캐스팅 소식을 듣고 나서 원진아 인스타그램을 들어가서 그가 살아온 흔적들을 살폈다.
"이 친구에 대해 물음표밖에 없으니까 너무 신선하고 너무 기대되는 거예요. 어떻게 연기해 줄까. 문수로서 강두를 어떻게 보살펴 줄까.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그게 너무 재밌는 거죠. 정형화되지 않았달까. 신인 배우라서 더 좋았어요. 감독님이랑 얘기할 때 '저는 신인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라고 했는데,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원진아) 기사를 봤는데 저를 좋아하려고 노력했다고 하더라고요. 비슷한 맥락인 거죠. 하나씩 보면서 '이렇게 살아온 친구구나' 했어요. 목소리도, 키도, 아무것도 모르니까 계속 눈에 담았죠."
'그사이'에 나오는 사랑은 화려하거나 환상적이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은 것까지 때로 노출해야 하는 곤란함이 녹아 있어 오히려 현실적이었다. 이준호는 이를 '평범을 가장한 판타지'라고 표현했다.
이준호는 "문수라는 존재는 소금이다. 그래서 강두한테는 이 사람밖에 없는 거다. 모두가 떠나갈 때 나를 잡아준 사람"이라며 "마지막 부분을 보며 시청자분들은 답답하거나 아쉬워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강두는 (문수를) 무조건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눈에 담은 순간부터 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강두는 자신보다는 서주원(이기우 분)이 문수를 행복하게 하리라고 생각해 일부러 문수를 밀어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사랑하니까 보내주는 상황'이었다. 예전에는 '무슨 소리야. 사랑하면 계속 사랑해야지. 웃기고 있네'라고 생각했던 이준호는 '그사이'를 하면서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상황을 비로소 공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두는 험한 일을 하며 살아왔지만 생각은 올곧았던 애였다. 그래서 최소한의 자존심과 자부심을 지키고 살았다. 이렇게 살아가는 나로서는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다는 죄책감도 가졌고"라며 "더 좋아하니까 밀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분노를 세상에 표출했던 앤데 문수를 만나서 금세 사랑에 빠져, 걷잡을 수 없이 좋아지게 되는데 알고 보니 걔도 아픔을 가진 애였고. (사고 때) 나랑 같이 있었고. 그러니 얘는 나랑 같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고구마'(이야기 전개가 답답할 때 주로 쓰이는 관용어) 같이 된 면이 있다"고 전했다.
정말 문수 같은 사람이 본인 앞에 나타났다면 어땠겠냐는 질문에 이준호는 잠시 망설이다 "그런 인연이라면 결혼하지 않았을까"라며 수줍게 웃었다. '그사이'의 강두와 문수는 그만큼 끈끈했고 깊은 감정을 공유하는 애틋한 사이였다.
배우 이준호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노컷 인터뷰 ② 이준호 "무대 위 행복 못 잊어… 2PM, JYP 역사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