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기적을 만들어낸 박항서 감독(오른쪽)과 이영진 수석코치. (윤창원 기자)
"동남아를 한 번 개척해보자."
박항서 감독은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을 떠나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뒤 이영진 전 대구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파트너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32년을 이어온 인연. 이영진 전 감독은 박항서 감독의 수석코치 제안을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그렇게 박항서 감독-이영진 수석코치가 합작한 베트남 매직이 시작됐다.
베트남은 1월 중국에서 열린 23세 이하(U-23)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베트남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성적. 베트남은 박항서 열풍에 휩싸였다.
박항서 감독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영진 수석코치와 배명호 피지컬 코치와 함께 호텔에서 생활했기에 외롭다는 생각은 못했다"면서 "예상을 넘는 성적을 올리는데 가장 고마운 사람은 이영진 수석코치다. 같이 떠나자고 했을 때 아무 조건 없이 동행해준 가장 고마운 사람"이라고 공을 돌렸다.
둘의 인연은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이영진 수석코치가 럭키금성(현 FC서울)에 입단하면서 박항서 감독과 인연이 시작됐다. 둘은 룸메이트로 우정을 쌓았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박항서 감독이 코치로, 이영진 수석코치가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런 박항서 감독의 러브콜이었기에 무조건 고개를 끄덕인 이영진 수석코치다.
이영진 수석코치는 "여러 인연도 있었고, 사람에 대한 믿음도 있었기에 같이 가자고 했을 때 무조건 간다고 했다"면서 "베트남에 가서 한 번 도전해보겟다는 감독님 생각에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또 나도 가서 경험해보고, 도전이 될 수 있기에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항서 감독은 "이영전 수석코치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면서 "비행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중국 시장이 막혔을 때다.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둘이 가서 동남아를 한 번 개척해보자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 둘 다 부지런하니까 성실한 것만 보여주자고 했다. 그런 보습을 보여주면 후배들에게 문이 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출발했다"고 웃었다.
감독과 수석코치로 호흡을 맞춘 지도 3개월이 훌쩍 넘었다. 서로에게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이영진 수석코치가 입을 열었다.
이영진 수석코치는 "결승전 때 나는 감독님 만큼 긴장하지 않았다. 예선부터 조금 즐기시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항상 즐기려고 노력했다"면서 "마지막 1분을 즐기지 못해 화가 났다. 그 때 감독님이 위로해줬는데 미웠다기보다는 아쉬웠다. 휘슬이 울렸을 때 최선을 다했으니 됐다고 말했는데 그게 아쉽고,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