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투깝스'에서 차동탁 역을 맡은 배우 조정석 (사진=문화창고 제공)
돌아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정석이라는 믿고 보는 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했지만, 방송사 편성이 확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본인 때문에 일어난 일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전작 '질투의 화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육체 이탈한 영혼 공수창(김선호 분)이 차동탁(조정석 분)의 몸에 들어와 공조 수사를 벌이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의 '투깝스'는, 이처럼 만만치 않은 시작을 했다. 거기에 상대역이었던 아이돌 출신 연기자 혜리의 연기력 논란과, 참신한 소재에 비해 매끄럽지 않은 대본 등으로 잡음이 겹쳤다.
물론 조정석은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방송이 끝난 후에는 '오늘도 조정석이 하드캐리'(혼자서 이끌고 나갔다는 의미)했다는 반응이 꼭 뒤따랐다. 수많은 사람 중 자신을 콕 집어 '잘했다'는 칭찬을 조정석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서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 대본이 재미있어 시작한 '투깝스'
조정석은 '투깝스'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다. 대본을 '애저녁에' 받았다고 표현했을 만큼. 그러나 방송사 편성은 자꾸만 늦춰졌다. 혹시 부담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초반 분량 텍스트를 보고서 되게 재밌다고 느껴서 일찍 결정했다"며 "다른 배우들 캐스팅에도 시간이 걸렸고 (영화) '마약왕'을 촬영하고 있어서 괜찮았다"고 답했다.
'투깝스'의 불운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파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정석은 MBC에서 했던 전작 '더킹 투하츠' 때에도 파업을 경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그런(작품 외적인) 것들은 생각을 잘 안 하는 편"이라고만 말했다.
조정석에게 '투깝스'는 작지 않은 도전이었다. 1인 2역을 소화해야 했다. 강직한 경찰과 꾀 많고 껄렁거리는 사기꾼이라는 상반된 캐릭터였다. 1인 2역을 한 소감을 묻자 "(그게) 이 작품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석은 "일단 재밌기도 했지만 보통이 아니구나 하는 부담감이 들었다. 분량 자체가 보통이 아니어서. 촬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전 재밌었다"고 전했다.
조정석은 '투깝스'에서 강직한 형사 차동탁과 잔꾀 많은 사기꾼 공수창 두 가지 역할을 해냈다. 왼쪽부터 배우 조정석, 김선호, 이호원 (사진=피플스토리컴퍼니 제공)
본인이 인정할 만큼 압도적인 분량에 1인 2역까지. 벅차지 않았냐는 질문에 "체력관리에 신경 쓴 건 확실히 있다. 1인 2역에다 분량이 워낙 많으니 제가 아프면 큰일이 나는 거다. 촬영할 게 없어지니까"라며 "보양식도 많이 먹고 틈틈이 운동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격렬한 액션씬은 쉽지 않았다. '투깝스'를 찍는 3개월 동안 조정석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3~4시간밖에 안 됐다. 그는 "제가 나름 강철체력이라는 얘기를 들으며 살아왔는데 (드라마) 중후반부터는 체력이 굉장히 떨어져 많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반에 수갑 차고 하는 (액션) 씬과 창고 씬이 있는데 그것만 며칠을 촬영했다. 그때 너무 소진하지 않았나 싶다"며 "액션 연기는 재밌다고 생각해 시작했는데 해 보니 보통이 아니더라. 세상에 쉬운 게 없다, 역시"라고 말했다.
◇ "오늘도 조정석이 하드캐리"에 대한 본인 반응은드라마 분량의 90% 정도는 조정석이 나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투깝스'는 조정석의 활약에 많은 부분을 기댔다. 거기다 인지도와 연기력 면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주인공'이었다. 정작 본인은 기댈 곳이 없어 지치지 않았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지 않아도 조정석은 현장에서 '선배'에 속하는 입장이었다. 혜리, 김선호, 임세미 등 주·조연 배우들은 나이도 연기 경력도 적은 편이었으니. 조정석은 "'질투의 화신', '오 나의 귀신님' 때도 부담감은 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부담감이 크다거나 기댈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남자주인공으로서 이 작품의 무게중심을 잘 잡고 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다. 근데 앞으로 제가 뭘 하더라도 (부담감은) 똑같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회 방송분이 끝나고 으레 나왔던 "조정석의 하드캐리"라는 반응은 어떻게 봤을까. 그는 "일단 그건 대본 구조상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던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은 제 칭찬을 해 주시는 거니까 기분은 되게 좋다"고 밝혔다.
'투깝스'에서 사기꾼 공수창 역을 맡은 김선호와 사회부 기자 송지안 역을 맡은 혜리 (사진='투깝스' 캡처)
하지만 그는 드라마에서 자신만 돋보이는 것보다, 서로 다른 매력의 배우들이 잘 스며들어 '앙상블'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연기를 대결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는 말로 잘 알 수 있듯.
조정석은 "앙상블, 이 공기를 형성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같이 주고받으면서. 누구 하나가 돋보이고 튀어버리면 톤 앤 매너가 바뀌면서 작품이 약간 산으로 갈 수 있다"며 "얼마나 조화롭게 만들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드라마 '투깝스'가 조정석에게 남긴 것조정석은 '투깝스'에 나오는 다양한 인물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중에서도 열혈 기자 송지안 역의 혜리와 자신의 몸에 빙의하는 사기꾼 공수창 역의 김선호와 특히 자주 부딪쳤다.
조정석은 혜리에 대해 "저는 좋았다. 되게 솔직한 친구다. 그런 솔직한 연기가 되게 좋았다. '연기하고 있네' 이러면 거짓말을 하는 뉘앙스여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혜리 씨는) 연기할 때도 솔직함이 묻어나는 친구라서 저는 좋았다"고 밝혔다.
김선호를 두고는 "너무너무 좋은 배우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겸손하고 되게 센스 있고 순발력도 좋고 감성도 풍부한 아주 좋은 배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제 신인 때 보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연기할 때의 센스를 언제 느꼈는지 묻자 조정석은 "되게 사소한 것들이었다. 선호가 연기할 때 다 좋지만 선 굵게 연기하다가도 호흡을 잘게 쪼개서 디테일하게 훅 들어올 때가 있다. 선을 굵게만 가 버리면 지루하거나 1차원적일 수도 있는데 호흡을 쪼개 다른 사람에게 던져주고 하더라. 선호가 그런 게 있었고, 저와도 쿵짝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 조정석 (사진=문화창고 제공)
조정석은 자신보다 연기를 늦게 시작한 배우들이라고 해서, 나서서 직접 조언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저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눌 뿐이라고. 이 장면이 방송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 같으니 이렇게 만들어 보자, 하고 제안하는 식이었다.
그는 "그런 건 있다. '조금 더해도 될 것 같다' 이런 것. (어떻게 할지는) 본인의 선택이긴 하지만. 예를 들어 선호 씨가 재미있는 대사를 하는 상황인데 약간 주저한다면 '선호야 조금 더 해도 톤을 해치지 않을 것 같아'라고 하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투깝스'가 배우 조정석에게 어떤 드라마로 남을지 질문하자 조정석은 "제작발표회 때 제가 말했던 10%는 못 넘겼고, 또 엄청난 기대 속에 시작한 것에 비해 시작이 미흡했지만 점점 그걸 이겨내서 극복하지 않았나 싶다. 저는 '투깝스'가 재미없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저는 제가 했던 작품에 대한 프라이드는 항상 있어요. 시작도 끝도 그런 생각으로 했고요. 저를 끝까지 믿어준 작가님한테도 너무너무 감사함을 느껴요.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남았어요. 잘 극복해 나가면서 결실도 봤고. 1인 2역이라는 도전에서도 나름 성과를 거두지 않았나 싶어요."
(노컷 인터뷰 ② 조정석의 연기관 "고민은 치열하게, 연기는 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