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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은 기본, 욕설은 옵션'…사람에 치이는 평창 자원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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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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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급인력 횡포에 조직위는 뒷짐

온수 제한공급·세탁시설 부족 등 열악한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는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일부 유급인력과의 마찰 때문에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앞서 1년 전에도 같은 문제로 홍역을 치른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후속 대책을 내놨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일 페이스북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한 익명의 자원봉사자가 불만 섞인 글을 올렸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 반말에 욕설까지…차라리 그만둘까 생각도

한 자원봉사자는 1일 페이스북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대신 전해드립니다'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유급인력에게 욕을 듣는 등 하대를 당했다"며 "우리가 유급인력들의 하청업체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지금 당장 봉사 포기하고 싶지만 너무 억울해서 자꾸 오기가 생긴다"며 "며칠 전까지 자원봉사를 하게 돼 설레던 내가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 포기를 못하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봉사하러 왔지 무시당하러 온 게 아니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마라" 등의 댓글로 거들었다.

◇ 올림픽 준비서부터 불거진 갈등 '터질 게 터졌다'

이러한 갈등은 1년 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해 3월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대학생 A(22·여) 씨도 비슷한 또래의 유급인력에게 욕설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A 씨에 따르면 당시 A 씨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3, 4시간 가량 아무런 지시도 받지 못한 채 우두커니 서서 떨고 있었다.

한참 지나서야 이 모습을 본 담당 매니저는 미안해하기는커녕 "밥 먹었으면 빨리 빗자루로 눈부터 치워야지 뭐하고 서있느냐"고 핀잔했다.

된서리를 맞은 A 씨와 동료들이 매니저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일을 하던 그때 뜬금없이 한 유급인력 직원이 다가와 "뒷담화하지 마라. 미친X들 아니냐"며 반말로 으름장을 놓았다

A 씨 등이 '갑자기 왜 욕을 하느냐'고 응수하자 해당 직원은 "너희들이 욕이 안나오게 해야 (욕을) 안 한다. 자원봉사하러 왔으면 일이나 똑바로 할 것이지"라며 계속해서 언성을 높였다.

이후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로 선발, 사전교육에 참석한 A 씨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직위 관계자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본 대회에서도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A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결국 똑같다. 설마 했는데 이런 대치 상황이 또 벌어졌다는 걸 보니 봉사현장 투입을 앞두고 마음이 좋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보낸 숙지사항. (사진=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 조직위, '함께 방법 찾아라' 구체적 지침은 '無'

조직위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직원들에게 관련 공지를 내리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조직위는 이 문서에서 '함께 해결방안을 찾는 노력이 최선이다'거나 '봉사자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라' 등 추상적인 방법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평창 조직위 관계자는 "올림픽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자원봉사자는 여러분의 업무를 함께 나누는 동료'라고 교육하고 있지만 일부 직원들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무리 이야기해도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 일선 현장에서 갈등이 있었던 건 유급인력과 자원봉사자 사이에 업무분장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라며 "올림픽 들어 근무시간, 강도 등으로 차등을 두거나, 특히 봉사자 스케줄링을 모니터링해 배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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