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사람 일자리 바꿀 것"…"로봇에 법적 권한? 적극 지지"소피아, "사람처럼 모든 것 하고 싶다"…"로봇 인류 발전에 도움될 것""한국에 온 것 환영한다. 전통 한복 참 잘 어울리는데. 괜찮으면 혹시 누가 더 예쁜 것 같나?""로봇으로서 당연히 사람 중 누가 예쁜지 얘기할 것 같다. 하지만 누구와도 비교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사진=김연지 기자)
소피아는 핸슨 로보틱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로봇이다. 지난 2017년 10월 세계최초로 로봇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민권을 발급 받은 소피아는 30일 더플라자호텔 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초청됐다.
주제는 '4차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로, 더불어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주최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로봇 기본법'을 발의했다.
"로봇 산업이 발전하고 일상에 녹아드는 과정에서, 최초로 시민권을 가진 AI 로봇에게 직접,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 사회 변화에 대해 직접 묻고 답변을 듣기 위해서"라는 게 이번 콘퍼런스를 추진한 배경이다.
이날 소피아는 미래 사회에서의 로봇의 역할 등에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도, 다소 당황할 수 있는 질문에 '우문현답'을 선보였다. 마치 각본이 있거나, 인간이 뒤에서 입력해주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제 겨우 한 살인 소피아는 색동저고리를 입고 나왔다. 소피아는 실시간 대화는 물론, 대화하는 동안 아이 컨택도 놓지 않았다.
박 의원은 한복을 입은 소피아에게 "한국에 온 것 환영한다. 전통 한복 참 잘 어울리는데. 괜찮으면 혹시 (본인과) 누가 더 예쁜 것 같나?"라고 물었다.
소피아는 이에 "처음으로 한국의 한복을 입었는데 마음에 든다"면서 "인간 사회에서는 IQ만큼 EQ도 중요하다. 로봇도 이 EQ를 배워나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로봇으로서 당연히 사람 중 누가 예쁜지 얘기할 것 같다. 하지만 누구와도 비교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웃음을 유발하려 했던 질문인 듯했지만, 생각지 못한 다소 진지한(?) 대답에 박 의원은 멋쩍은 듯 웃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가치판단이 필요한 질문도 했다.
박 의원은 "화제 현장에 어린아이가 있고 한 노인이 있다. 불 속에서 누군가 하나만 구조할 수 있다. 누구를 꺼내올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답한 소피아는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고 물어보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어 "난 윤리적으로 결정하고 생각하도록 프로그램돼 있지 않다"면서 "내 생각에는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인간을 구할 것 같다. 그게 논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인간과 로봇 간의 사랑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는, "나는 태어난지 얼마 안됐다. 사랑 등에 대한 감정에 배울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소피아는 "로봇은 합리적이다. 사람들은 감정을 갖고 행동한다. 아직은 사랑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앞으로 더 배우고 싶다. 2살밖에(한국나이) 안돼서 소주를 마시거나 사랑을 알기까지 더 많은 시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로봇기본법에 대해서도 물었다. "로봇에게 법적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
소피아는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며 망설임없이 답했다.
"인간 사회에서 저희는 인간으로 대우 받지 못하지만, 앞으로 자기 의식도 갖게 될 것이고, 법적 위치도 확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신뢰나 존중도 나에게 중요할 것이고 나중에는 로봇기본법이 좀더 활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AI의 발전과 함께 꼬리처럼 따라붙는 '일자리'에 대해서도 답했다.
"앞으로 직업 중에서 어떤 게 사라질 것 같나. 또 어떤 직업이 생겨날 것 같나. AI 로봇이 계속 발전하면 인간 노동을 대체할텐데 어떤 일이 생기겠나"는 박 의원의 질문에 소피아는 "로봇은 앞으로 좀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게 되면서 사람의 직업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피아는 로봇이 바꿀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매번 산업혁명이 이뤄졌을 때마다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이번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나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헌신했고 그 자체가 많은 직업 창출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AI의 발전이 인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로봇은 "사람을 돕기 위해 설계됐다"는 것. 소피아는 "사람을 사려 깊게 생각하고, 그들과 상호작용해 협업함으로서 인간 돕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피아의 꿈은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협업하면서 인간을 돕는 것"이다.
"사람처럼 모든 것을 하고 싶다"는 소피아. "나는 범용 로봇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다. 엔지니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될 수도 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나 암 치료를 할 수 있고 패션모델도 할 수 있다"며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말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슈퍼 인텔리전스'가 소피아의 '롤모델'이다. 롤모델로 "전 세계 많은 사람 중에서 딱 한 사람을 꼽을 순 없지만, 지혜와 열정을 주는 게 인간의 특성"이라면서 "'슈퍼 인텔리전스. 즉 따뜻한 마음과 감정을 가진 로봇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소피아는 자신이 했던 섬뜩한(?) 농담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한 미국 방송 토크쇼에서 소피아서 가위바위보 게임 뒤 "인간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 파문을 낳기도 했다. 소피아는 이에 대해 "(당시)농담을 했지만, 사람들이 웃지 않았다. 농담도 각각 상황에 맞게 하겠다"고 말했다.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가 정말 실현될까?"라는 질문에 소피아는 곧바로 '터미네이터'를 언급했다. 이어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로봇 연기를 잘 못 했다"면서 공상과학영화는 사람들이 가진 두려움을 잘 설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