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최남수 퇴진을 위한 YTN 총력투쟁 출정식'을 열었다. (사진=김수정 기자)
영하 11도. 체감온도 영하 16도. 칼바람이 부는 날씨,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을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 이하 YTN지부) 노조원들이 채웠다. 최남수 사장에게 최후통첩을 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파업'에 나서겠다고 알리는 자리였다.
25일 정오, YTN지부는 '최남수 퇴진을 위한 YTN 총력투쟁 출정식'을 열었다. 이를 위해 YTN 노조원들은 일제히 연차를 냈다. 해외특파원들도 현지시각 25일에 맞춰 휴가계를 내는 '연차휴가 투쟁'이었다. 이날 출정식에는 '연대'의 의미로 언론노조 25개 지·본부의 깃발이 등장했다.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싸워왔다. 해고도 당했고 감옥도 갇혔고 눈물밥을 먹어왔다. 우리는 모두 언론사 중 YTN이 가장 먼저 정상화될 거라고 믿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최남수 사장 여러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언론노조는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합의를 했다. 박 지부장과 저는 가능한 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협상에 임했지만 (최 사장은) 합의를 깼다. 그러고는 계속 말 바꾸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언론사는 신뢰를 먹고 산다. 무너진 YTN 공정보도를 다시 세우는 것은 신뢰를 얻는 일"이라며 "신뢰를 저버린 최남수는 YTN에 단 1초도 머물러서는 안 된다. 먼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 그것이 YTN 동지들, 언론민주화를 원하는 전국 언론노동자들, 광화문에서 적폐청산 외쳤던 촛불시민들에 대한 예의"라고 충고했다.
각각 지난해와 올해 파업에서 승리하고 재정비 중인 KBS-MBC 구성원들의 응원도 더해졌다. 고대영 사장 해임 이틀 후인 지난 24일 업무에 복귀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과 MBC본부 김연국 본부장이 YTN지부를 격려했다.
성 본부장은 "출근저지 영상 속 최 사장을 봤다. 야비하고 책임질 줄 모르고 도망치기 바쁘고 말 바꾸더라. 고대영, 김장겸 같은 모습이었다"며 "저는 YTN 동지들의 힘을 믿는다. 고대영은 몰래 출근이라도 했는데 최남수는 출근도 제대로 못 하지 않나. 그런 사장 내려와봤자 얼마 못 간다. 곧 YTN에서 마지막 언론 적폐청산 종지부 찍는 승리의 소식이 있을 거라 본다"고 전했다.
이날 총파업 출정식에 등장한 언론노조 25개 지·본부 깃발들 (사진=김수정 기자)
김 본부장은 "지난해 MBC 싸움을 통해 실감했다. 이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지 못한다. 최남수는 이제 끝났다"면서 "우리 YTN 동지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미래를 그려나가며 희망찬 시간을 보내는 것만 남았다. 완전한 언론자유, 완전한 적폐청산이 되는 그 날까지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은 최 사장을 '어디 잔치 열리는지 찾아다니는 각설이'로 규정한 후 "언론개혁하자는 밥상이 최남수 배 채워주려고 하는 밥상인가. 단 한 숟갈도 용납할 수 없다"며 "최남수 사장은 당장 떠나십시오"라고 말했다.
2012년 이후 6년 만에 파업을 코앞에 둔 YTN지부를 이끄는 박진수 지부장은 "정말 죄송하다"면서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광장을 메웠던 '언론개혁'의 요구가 있었기에 싸움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0만 촛불 국민들은 언론을 엄중하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보도, 뉴스 똑바로 해라' 그 목소리가 아직까지 들린다"며 "(최 사장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가겠다. 우리가 갈 길은 오로지 이들과 마지막 일전을 해서 승리의 기쁨보다는 보도국 독립을, 우리의 안위보다는 YTN의 정상화 길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YTN지부는 최 사장이 △MB의 기만적 재산 환원과 4대강 사업을 칭송하는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 △몰상식한 성(性) 의식을 드러낸 것 △사장 선임의 조건이었던 노사 합의를 파기한 것 △합의 파기 후 노조 비난에 몰두한 것 등을 거론하며 "최 사장이 1월 31일까지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2월 1일자로 전면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됐다는 이유로 어디까지 최남수 사장을 옹호하며 지킬 것인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망국 행위와 그 폐해는 절차적 정당성이 리더의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YTN 사태의 주범 김호성 상무도 혼란의 책임을 지고 본인의 약속대로 즉각 사퇴하라"고 말했다.
YTN지부는 총력투쟁 출정식에 앞서 이날 오전 8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에서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고 퍼포먼스와 약식 집회를 벌였다. 정문 앞에는 기자들이 내려놓은 마이크와 카메라가 놓여 있었고, 최 사장과 싸움에서 승리하겠다는 의미의 부적도 등장했다.
YTN지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2017년 임금교섭 결렬과 YTN 정상화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에 따르면, 투표자 328명 중 261명이 찬성해 찬성률 79.57%로 가결됐다. 이는 구본홍 사장 퇴진을 요구했던 2009년(72%), 배석규 사장 퇴진을 요구했던 2012년(65.6%)보다 높은 역대 최고치다.
박진수 YTN지부장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