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이사장 사퇴 "언론자유 유린 시작, 못 막아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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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추천 소수이사들 "이렇게 KBS-MBC 무너지면 '쌍끌이 좌편향 보도' 재개될 것"

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이 가결된 당일(22일), 이사와 이사장직 사퇴를 밝힌 이인호 KBS이사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 파업 141일 만에 고대영 KBS 사장의 해임안이 가결된 직후,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도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KBS 최고의결기관인 KBS이사회의 이인호 이사장은 22일 오후 "KBS 이사장직과 KBS 이사직을 모두 사퇴하기로 결심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방송장악을 시도하지 않겠다던 대통령의 거듭된 약속에도 불구하고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임기가 보장된 사장과 이사장, 몇몇 특정 이사들의 퇴출을 자의적으로 요구하며 개별적으로 반인권적 압박을 가하는 것도 모자라 시청자인 국민을 볼모로 수개월째 파업을 벌여온 새노조를 비판하기는 고사하고 그들과 공조하며 사장과 이사들의 임기 전 퇴출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범법자로 규정하는 법치의 농단에 적극 가담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MBC에 이어 이제 KBS도 권력놀이를 하는 과격한 언론노조의 자유 무대가 된 셈"이라며 "이러한 마당에서 제가 대한민국의 대표 공영방송인 KBS의 이사장 자리에 더 이상 남아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의 시청자-국민 여러분뿐 아니라 이 나라와 한국방송공사를 세우고 지키며 발전시키기 위해 독립투쟁, 반공투쟁, 선진화 투쟁에 피와 땀을 아끼지 않으신 선열들과 무고한 희생자들 앞에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제 방송이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장악되면 풍부한 지식과 정보에 기초한 자유롭고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서 온 세계와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건전한 공론의 조성은 불가능해지고 국민의식이 편협하고 혼미해지면서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현상이 가속화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 이사장은 "이 나라의 이념적 정체성과 법치와 언론의 자유가 모두 함께 유린당하기 시작하는 순간에 뒤에 남게 되는 우국동지 이사들과 KBS 사원 여러분께는 오늘 같은 사태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막을 힘이 없었던 데 대해 미안하다는 말밖에 드릴 것이 없다"며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굳건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여당이 추천한 현 야권 이사 5인(변석찬·이인호·이원일·조우석·차기환) 역시 같은 날 입장을 내어 "오늘로 국민의 방송 KBS 역사에 오점 찍혔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오늘부로 이 나라 언론자유의 대의가 다시 한 번 무너지고 방송독립이란 명제가 짓밟혔다.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의 앞날도 불투명해졌으며, 지난 좌파 정부 시절 보아왔던 권력의 나팔수 방송으로 사실상 전락하는 길이 열리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고대영 사장 해임제청안 가결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조원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이들은 "지난해부터 국민과 시청자들이 우려해 온 이른바 민주당 방송장악 문건이 담고 있던 음모가 최종적으로 완성됐다는 점에서 새삼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방송 KBS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무를 가졌던 우리 소수이사들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에게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대영 사장 해임사유로 지상파 재허가 심사 결과 합격 점수 미달, 공사의 신뢰도와 영향력 추락의 책임 등을 들고 나왔지만, 어느 것 하나 온전한 해임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세상이 다 안다. 보도국장 재직시 금품수수 의혹, 보도본부장 재직시 도청행위 의혹 등이란 것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이미 무혐의 처리됐던 사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고대영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내고 가결시킨 다수이사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KBS가 처한 이런 상황에 국가기관과 문재인 대통령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렇게 KBS-MBC 두 공영방송이 무너지고 나면 앞으로 '쌍끌이 좌편향 보도'가 재개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방송환경 악화라는 차원을 넘어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정적인 중계는 물론 국가안보와 경제의 복합위기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며, 이 모든 것이 방송장악에 눈먼 사람들의 공동 책임이라는 점을 우린 새삼 경고해 둔다"고 말했다.

앞서 KBS이사회는 22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어 고대영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해임사유는 △지상파 재허가 심사 결과 최초로 합격점 미달 △KBS 신뢰도·영향력 추락 책임 △직무수행 능력 상실 △조직·인력 운용 실패 △허위·부실보고로 KBS이사회 심의·의결권 중대 침해 △보도국장 재직 시 금품수수 및 보도 누락 의혹, 보도본부장 재직 시 도청행위 연루 등이었다.

고 사장 해임은 청와대의 재가 이후 확정된다. 그동안 고 사장 퇴진과 KBS 정상화를 내걸고 파업을 진행해 온 새노조는 오늘(23일) 전국조합원총회를 열고 내일(24일) 오전 9시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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