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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 女王들, 화려한 양위·멋진 마무리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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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화려한 마무리를 꿈꾼다' 소치올림픽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따냈던 이상화(오른쪽)와 박승희는 조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수 생활의 멋진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자료사진=노컷뉴스, 대한빙상경기연맹)

 

세계 빙상계를 주름잡았던 두 여왕들이 선수 생활의 화려한 마무리를 꿈꾼다. 조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영광스러운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빙속 여제' 이상화(29)와 4년 전 소치의 '쇼트트랙 여왕' 박승희(26 · 스포츠토트)다.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3연패에 도전하고, 박승희는 한국 빙상 최초로 쇼트트랙까지 두 개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한다.

둘은 나란히 12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동계 전국체육대회 여자 500m에 출전했다. 이상화는 38초21의 기록으로 여유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세계 신기록(36초36)과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의 36초79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빙질이 다른 데다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출전한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이상화는 레이스 뒤 "내심 대표 선발전 당시 기록(38초52)보다 늦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면서 "38초50 정도를 예상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밝게 웃었다. 이어 "100m와 코스 공략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는데 좋았다"고 덧붙였다.

벌써 네 번째 올림픽이다. 고교생이던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5위로 데뷔한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뒤 2014년 소치에서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다.

이상화는 "토리노 때는 고등학생이라 아무것도 몰랐고, 밴쿠버 때는 3위 안에 들겠다는 목표로 출전했다"고 예전 일을 떠올렸다. 이어 "소치를 앞두고는 세계신기록도 세우고 월드컵도 석권했기 때문에 목표를 금메달로 바꿨다"면서 "그래서 소치 대회 준비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마지막 올림픽은 축제의 장이다. 이상화는 "우리나라에서 한번 열릴까 말까 하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평창이라는 말만 들어도 울컥한다"면서도 "금메달이 목표지만 이번 대회는 즐기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의 기세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이상화는 고다이라를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전성기라면 모를까 이상화는 고질인 무릎 부상으로 "현재 85%의 몸 상태"다. 이상화는 "도전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하다"면서 "그렇게 경기를 한다면 또 좋은 결과가 있을지 모른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상화(왼쪽)와 박승희가 함께 국가대표팀에서 훈련하는 모습.(자료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박승희의 표정도 밝았다. 4년 전 소치 대회에서 박승희는 여자 쇼트트랙 1000m와 계주 3000m까지 2관왕에 올랐다.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한국 빙상 선수로는 최초로 2개 종목 올림픽 출전의 역사를 썼다.

이번 올림픽에 박승희는 여자 1000m에 나선다. 사실 이 종목 랭킹 20위 밖으로 메달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박승희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박승희는 "사실 소치 대회 뒤 은퇴를 하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4년을 더 뛰었다"면서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고 싶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종목에서 올림픽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은데 두 종목에서 꿈의 무대를 밟는다. 박승희는 "빙상 최초라는 말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뛰는 것이 좋다"면서 "메달을 생각하고 뛰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박승희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중 어떤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을까. 이 질문에 대해 박승희는 잠시 생각하더니 "두 종목 모두 멋지게 해낸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세계 빙상계의 정상에 섰던 이상화와 박승희. 이제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무거웠던 여왕의 왕관을 내려놓고 영광스러운 양위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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