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나 갈 수 있다고요. 정말 2년 전 악몽이 재현되는 상황입니다." 11일 제주공항에 내린 폭설로 활주로가 한때 폐쇄돼 항공편 결항이 속출하면서 일부 저비용항공사의 결항편 승객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이스타항공으로 김포 등지로 가려던 결항편 승객들은 하루나 이틀 뒤에나 좌석이 나온다는 항공사의 연락을 받았다.
2016년 1월 한파와 폭설로 활주로가 장기 폐쇄됐을 당시 저비용항공사가 순번제로 대기표를 배부하는 바람에 여객터미널 내 체류객들이 대거 발생하자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 탑승 항공편을 안내하도록 개선했다.
그러나 정작 남는 항공좌석이 거의 없어 길게는 이틀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관광객 이모(42·여)씨는 여동생들과 서울로 돌아가려고 하는 데 비행기가 결항했다는 소식을 통보받았다.
이씨는 "내일까지 정규 항공편들 좌석이 만석이라서 모레 운항하는 항공편을 타야 한다고 항공사에서 안내해줬다"며 "추운 날씨에 어린 조카들을 데리고 계속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 항공사의 이날 결항 항공편은 총 7편이다. 이 때문에 승객 1천400명 이상이 발이 묶였다.
항공사에서 12일까지 투입하는 정기편에는 남은 좌석이 편당 4∼5석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날 밤 9시 214명을 태울 수 있는 대체 항공기 1편을 투입기로 했으나 체류객을 조기에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항공사 관계자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 결항편 승객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며 "다른 항공사에도 결항편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부탁했다"고 밝혔다.
제주공항에는 이날 체류객 5천여 명이 몰려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체류객들은 여객터미널 바닥에 앉아 빵과 김밥을 먹으면서 항공편이 운항하기를 기다렸다.
편의점과 커피숍, 음식점에는 먹을 것을 사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제주도는 체류객들이 야간 시간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생수 7천개와 모포, 매트, 빵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야간 운행 택시 등 시내권 이동을 위한 교통편도 지원하고 있다.
2016년에는 1월 23일부터 40시간 동안 강풍·폭설로 활주로가 폐쇄됐다.
이로 인해 체류객 9만여 명이 발생, 큰 혼란이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