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대기 구단주 겸 대표이사가 8일 오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전하고 있다.(대구=삼성)
프로야구 삼성이 새 구단주 겸 대표이사의 취임사를 통해 2018년 재도약을 힘차게 다짐했다. 최근 2년 동안의 부진을 딛고 명가 재건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삼성은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임대기 삼성 구단주 겸 13대 대표이사 사장의 공식 취임식을 열었다. 김한수 감독과 코칭스태프, 홍준학 단장을 비롯한 구단 임직원 전원과는 첫 상견례였다.
신임 임 구단주는 198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삼성전자 홍보실, 제일기획 광고팀장, 국내광고 부문장, 삼성미래전략실 홍보담당부사장, 제일기획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삼성 라이온즈 구단주 겸 대표이사로 내정돼 이날 공식 취임했다.
이날 임 구단주는 8분에 가까운 취임사를 통해 구단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취임사는 임 구단주가 구단 직원의 도움 없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임대기 구단주가 직접 작성한 취임사. 군데군데 직접 수정한 부분이 눈에 띈다.(대구=노컷뉴스)
요지는 명가 삼성의 재도약이다. 임 구단주는 "사자가 더 높이 뛰기 위해서는 다리를 더 많이 움츠린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2년의 부진이 더 큰 도약을 위해 움츠린 기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 5년 연속 정규리그 정상을 이룬 삼성은 이후 2년 동안 9위에 머물러 명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임 구단주는 "2018년은 움츠렸던 사자가 더 큰 도약을 시작하는 때"라고 공언했다. 재도약의 방법도 제시했다. 임 구단주는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은 평소 저의 지론"이라면서 "즉 계획을 세울 때는 큰 그림을 보고(See the big picture), 액션 플랜을 세울 때는 작은 단계까지 치밀하게 수립한다(Take small steps)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안도 밝혔다. ▲ 선수단의 운영에서 1, 2군의 선순환 구조 정착 ▲ 선수 평가에 2A(Attitude, Ability), 즉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임전 자세, 경기 능력 ▲ 철저한 자기 관리 ▲ 선수 발굴에서 빅 데이터 활용 등이다. 특히 임 구단주는 "2016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시카고 컵스와 제휴한 '빅데이터 스카우팅'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임 구단주는 취임사 말미에 삼성의 상징인 '블루 블러드'(푸른 피)를 언급하며 "사자가 자세를 바꾸면 밀림이 긴장한다고 했다"면서 "사자의 도약은 이미 시작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옛날 사자가 아니다"면서 "성숙한 사자로 돌아가 밀림 전체를 볼 줄 아는, 밀림에 기여하는 사자가 되자"고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임 구단주는 김한수 감독과 함께 올해 구단의 캐치프레이즈를 공개했다. 'NEW BLUE! NEW LIONS!(새로운 푸른 색, 새로운 라이온즈)다. 이후 구단 직원들과 악수를 일일이 나누며 도약을 다짐했다.
삼성 임대기 구단주 겸 대표이사가 8일 오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코칭스태프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삼성)
임 구단주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취임사에 대해 "2년 동안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새롭게 도약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우리가 우승 전력은 아니고 큰 돈을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냉정하게 자평하면서도 "지난해는 김 감독에게 리빌딩을 당부했지만 올해는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성적이 조금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 역시 크게 동감하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는 부진했기 때문에 나 역시 '도약'이라는 말을 많이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구단주와 얘기를 나누면서 같은 생각이라는 걸 알았다"고 화답했다. 이어 "올해는 포수 강민호가 와서 젊은 투수들을 이끌어줄 수 있다"면서 "또 지난해 좋지 않았던 외국인 투수와 우규민, 김상수 등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대 최강의 팀으로 군림하다 2년 동안 침체에 빠졌던 삼성. 과연 사자 군단이 올해 위용을 되찾아 명가 재건의 기틀을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