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힘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입대 전 마지막'을 선언한 콘서트, 그룹 빅뱅(BIGBANG)은 혼신의 힘을 다해 춤추고 노래했다. 공연장을 꽉 채운 영원한 동반자 'VIP'(팬클럽명)과 함께.
빅뱅은 31일 오후 6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빅뱅 2017 콘서트 <라스트 댄스=""> 인 서울(BIGBANG IN SEOUL)'이라는 타이틀로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탈(脫) 아이돌'로 불리는 빅뱅인 만큼,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국내외 관객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관객 입장이 지연되어서 인지, 공연은 예정된 시간보다 약 20여분 늦게 시작됐다.
앞서 빅뱅은 지난 1월 같은 장소에서 데뷔 10주년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빅뱅10 더 콘서트: 제로 투 텐 파이널(BIGBANG10 THE CONCERT : 0.TO.10 FINAL IN SEOUL)'을 이틀간 개최해 6만 4천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바 있다. 당시 빅뱅이 "입대 전 마지막 완전체 콘서트"라고 밝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공연은 팬들에게는 깜짝 선물과도 같은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의무경찰 복무 중 물의를 일으켜 사회복무요원으로 전환된 탑은 이번 공연에서 빠졌다. 빅뱅은 '4인 체제'로 공연을 펼쳤으며, 탑의 파트는 녹음된 AR로 대체됐다.
올 한 해 동안 국내외를 오가며 개별 활동에 집중한 빅뱅은 군 입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팬들과 한 자리에서 추억을 쌓기 위해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88년생인 지드래곤과 태양은 내년 상반기 입대가 유력하며, 대성과 승리도 입대를 미룰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탑까지 합류한 다섯 명 '완전체'가 다시 모두 모이려면 어림잡아 2년 여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네요. 오늘 공연 시작 전부터 눈시울을 붉힌 스태프들도 있었어요. 소중한 시간, 뜨거운 공연을 함께 만들어 나갑시다 여러분." (승리)
"연말 마지막 날 저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와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인 만큼 최고의 공연을 만들 테니 함께 파이팅 해봅시다!" (대성)
"공연을 한 다는 것 자체로 기쁜 날이에요. 아시다시피 이번 공연을 하고나면 잠정적으로 여러분들을 만날 계획이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공연이 정말 중요해요. 여러분들의 저희를 기억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 노래할게요." (태양)
"여러 생각이 드는 그런 날이네요. 일단 너무 좋아요. 좋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어요. 너무 행복합니다." (지드래곤)
"다 같이 뛰어!". 입대 전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뒤 시작한 공연답게 네 멤버는 혼신의 힘을 다해 무대를 꾸몄다. 이날 '핸즈 업(HANDS UP)'으로 공연의 포문을 연 빅뱅은 팀과 솔로를 오가며 20여 곡을 불렀다. 멤버들은 어느 때보다 힘이 넘치는 모습으로 무대 이 곳 저 곳을 누볐다.
팀으로서는 '맨정신', '위 라이크 2 파티(WE LIKE 2 PARTY)', '에라 모르겠다', '루저(LOSER)', '배드 보이(BAD BOY)', '이프 유(IF YOU)', '하루하루',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뱅뱅뱅(BANG BANG BANG)' 등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은 히트곡을 선보였다.
솔로 무대도 빛났다. 먼저 태양과 지드래곤은 올해 발매한 솔로 앨범 수록곡을 불렀다. 태양은 '웨이크 미 업(WAKE ME UP)'과 '달링(DARLING)'을 선곡해 특유의 소울풀한 가창력을 뽐냈고, 지드래곤은 '개소리'와 '무제'로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오가는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지드래곤은 '개소리'를 부른 뒤 "이번 솔로 앨범을 내고 여러분들을 찾아뵐 기회가 없어 안타깝고 속상했다. 드디어 이 자리를 통해 보여드릴 수 잇게 되어 영광이다. 노래는 잘 못하지만 열심히 불러 보겠다"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후 대성은 일본어로 발표한 곡인 '디-데이(D-DAY)'와 '아.제.초(AZECHO)'로 재기발랄한 에너지를 발산했고, 승리는 과거 발표한 자신의 솔로 앨범 수록곡 '그딴 거 없어'와 '스트롱 베이비(STRONG BABY)'로 섹시한 무대를 연출했다. 특별한 '유닛' 무대도 있었다. 대성과 승리가 대성의 트로트곡 '날봐귀순'을 함께 불러 코믹한 무대를 연출한 순간엔 객석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드래곤과 태양이 '굿 보이(GOOD BOY)'를 부르는 순간엔 3만여 관객이 모인 고척돔의 열기가 그야말로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공연 말미, 빅뱅은 팬들에게 잠시 동안의 안녕을 고했다. 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는 순간이기에 눈물을 쏟지는 않았지만, 일순간 공연장의 분위기는 꽤 숙연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팬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눈에 많이 담아가려고 이 곳 저 곳 많이 봤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꽉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올해가 정말 입대 전 빅뱅의 마지막 콘서트네요. 슬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많은 추억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죠. 10년 넘게 무사히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에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 1막이 끝난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자이기 때문에 지켜야할 의무를 지키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여러분도 그때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시길 빌어요." (대성)
"어제 오늘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멤버들과 10년 전 데뷔 쇼케이스 영상을 보며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꼈고, 다시 한 번 팬 여러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분들의 사랑과 응원 덕분에 세계 곳곳에서 공연하고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여러분들을 만나는 것이 저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여러분들과 만나지 못해 슬프면서도,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을 만날 수 있겠단 생각도 들어요. 다섯 명이 다시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 때까지 저희를 꼭 기다려 주세요. 사랑합니다." (태양)
"공연 타이틀이 <라스트 댄스="">이지만, 마지막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어요.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신다면....곧 금방 더 좋은 모습으로 나가기 위한, 한 걸음 더 나아나기 위한 시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많은 일을 겪어왔기에 서로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들도 하던 대로 여러분들도 하던대로 재밌게 좋은 생각을 하며 지내면 꼭 좋은 일이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매년 그랬어요. 빅뱅은 좋은 일도 많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는데, 여러분과 함께이기에 이겨낼 수 있었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잘 안 잡히는 순간이네요. 더욱 더 성숙한 모습으로 나타날 테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세요. 다시 한 번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염치없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사랑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지드래곤)
"여러 분과 잠시 동안 이별해야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가슴이 벅차오르네요. 왠지 모르게 겁이 나요. 번지점프대 앞에 선 심정이에요. 빅뱅에 마지막으로 합류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여기 설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서도 떠올려보게 되네요. 회사에 민폐만 끼쳤던 것 같기도 하고요. 앞으로는 약하고 도움만 받던 승리가 아닌 회사와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승리가 되고 싶어요. 팬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빅뱅이 발표한 곡이 솔로곡 포함 280곡이 되는데요, 더 멋진 모습으로 다시 팬들 앞에 설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승리)
"너와 이 노랠 들으며 마지막 춤을 출 거야…이 순간을 기억해 언제까지라도". 예정된 공연이 끝난 뒤에도 팬들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빅뱅이 지난 10여년간 큰 사랑을 보내준 팬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 만든 곡인 '라스트 댄스(LAST DANCE)'를 다함께 열창했다.
이에 빅뱅은 무대에 다시 올라 '천국', '거짓말', '삐딱하게', '배 배(BAE BAE)' 등 히트곡을 부르며 화끈한 앵콜 무대를 선물했다. 네 멤버는 아껴두었던 이동식 무대를 활용해 팬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소중한 추억을 나눴다.
한편, 빅뱅은 30~31일 양일간 열린 이번 공연을 통해 약 6만여 명의 관객과 만났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는 마지막 날 공연장을 직접 찾아 빅뱅을 응원했다.
CBS노컷뉴스 김현식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