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방기(新技訪記)'는 새롭고 독특한 기술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카야 토마스(Kaya Thomas) 'We Read Too' 앱 개발자 (사진=카야 토마스)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책을 찾아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 맨해튼 남쪽에 위치한 스태튼아일랜드 출신의 한 흑인 여학생이 '돈 안되는' 앱 개발에 뛰어든 이유입니다. 요즘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분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우리에게 작지만 특별한 의미를 남기는 사례는 흔하지 않죠.
카야 토마스(Kaya Thomas)는 대학 1학년이던 2014년 미국 시사잡지 타임(Time)에서 모바일 개발 부문 인턴으로 일하던 중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유색인종 작가의 책을 검색할 수 있는 전용 앱 '위 리드 투(We Read Too)'를 개발했습니다.
비록 영어만 지원하지만 이 앱은 iOS에서 2만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최근 인기에 힘입어 안드로이드 앱도 출시했습니다.
토마스는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종종 불만에 휩싸였습니다. 토마스는 "청소년 때 도서관과 학교에서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에 동화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합니다.
'위 리드 투' 앱
대부분 백인 주인공이 모험을 떠나고 백인 중심의 생각이 담긴 백인 작가의 책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는 그러나 자신이 동화될 수 있는 작가의 책을 찾았고 다양한 유색인종 작가의 책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대학에 진학해 언론사에서 인턴 활동을 하면서 이 문학적 격차를 줄이는 이 앱을 개발했습니다. 흑인은 물론 라틴계, 아시아계, 원주민(인디언) 및 다양한 비백인 문학 도서 600권 이상을 검색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비교적 단순한 도서 검색 앱으로 만들어진 '위 리드 투'는 사용자가 원하는 유색인종 작가의 작품이나 주인공이 등장하는 아동·청소년 도서를 검색해줍니다. 저자나 제목별로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책을 분류하는데, 각 도서의 정보에는 줄거리, 표지 사진, 소셜 미디어에서 책을 공유하거나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있는 링크가 있습니다. 장르별로 사용자에게 책을 무작위로 추천하는 '발견(discover)'기능도 지원됩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를 통해 1만5천달러 이상 모금에도 성공하면서 1000권 이상의 도서를 지원하는 서비스 확장 프로젝트도 시작했습니다.
토마스는 "내가 고등학교에 다녔을 때, 저를 비롯해 많은 친구들이 자기 자신의 신체적 특징 때문에 존중 받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을 알았고, 나와 비슷한 '소녀'를 찾아 많은 책을 찾았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진입장벽을 원하지 않는다'며 앱을 무료로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처음 300권에 불과했던 검색 데이터는 700여권에서 1000여권 이상으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이 세상의 모든 유색인종 아동·청소년 도서가 검색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고, 더 많은 도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양성이 획일성을 밀어내고 서로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이 커뮤니티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토마스는 유색인종 도서에 보육교사나 교원, 도서관 사서 등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95년생인 카야 토마스(Kaya Thomas)는 명문사립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Univ.)에서 환경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코드아카데미(Codecademy)를 접한 이후 컴퓨터 과학으로 전공을 바꿨습니다. 현재는 컴퓨터 과학자이자 개발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소녀를 위한 기술 교육 비영리단체 BGC(Black Girls Cod)의 활동에 영감을 받아 자원봉사 멘토 활동을 했고, 기술 기업에 흑인과 히스패닉 인종을 취업시키는 활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 코드2040(CODE2040) 회원에 올랐습니다.
소녀들에게 기술 기반 분야로의 진출을 장려하는 코딩 지원 및 훈련을 제공하는 구글의 '메이드 위드 코드(Made with Code)' 이니셔티브 활동가와 '2016 올해의 글래머스 칼리지 우먼(Glamour 's 2016 College Women)'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기술 정보 매체 테크 크런치와 모던 뷰 컬처(Modern View Culture) 등 다양한 언론에서 작가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다양한 인종과 열려있는 문화를 가진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서도 여전히 백인 중심의 경영은 여전합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테슬라 등 글로벌 기술을 주도하는 이민자의 나라,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현실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험과 교육 환경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그런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론 씁쓸합니다. 그러나 기술이 그런 차이를 점점 좁히고 있습니다. 의미있는 'We Read Too' 앱을 한 번 설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러분이 감명깊게 읽었던 비영어권 책도 함께 등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