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위안부TF)'가 27일 박근혜 정부의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의 거짓말 논란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유일한 외교부장관으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권이 막을 내릴 때까지 운명을 같이 했다.
윤 전 장관은 위안부 합의 직후인 지난해 1월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자리에 참석해 "한일 외교장관 간 위안부에 대한 발표문 외에 합의문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김한길 의원이 "한일 간 비공개 합의문이 있느냐"고 거듭 묻자, 윤 전 장관은 "제가 아는 한 없다"고 답했다.
윤 장관은 올해 1월에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출석해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시설물이나 조형물 설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입장"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원해영 의원이 "우리나라 외교 역사의 가장 치욕적인 외교 참사"라고 지적하자, 윤 전 장관은 "외교 참사라는 것은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2주년을 하루 앞두고 외교부가 공개한 당시 협상과정을 보면 윤 전 장관의 언급은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TF는 "일본 쪽은 협상 초기부터 소녀상 이전 문제를 제기하였고, 합의 내용의 공개 부분에 포함시키기를 희망하였다. 한국 쪽은 소녀상 문제를 협상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우려하여 이 문제가 합의 내용에 포함되는 것을 반대하였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결국 이를 비공개 부분에 넣자고 제안하였다"고 적시했다.
이는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윤 전 장관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은 물론, 당시 합의에 참여한 외교부도 소녀상 이전 문제가 합의에 포함되면 국민 정서를 정면으로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 정서를 건드릴 것을 우려해 민감한 부분을 비공개로 묶는 데도 적극적이었던 것이 확인된 셈이다.
윤 전 장관과 당시 외교부는 합의 이후에도 "'(소녀상 문제는)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함'이라는 공개 합의는 소녀상 이전을 한국 정부가 합의한 것도, 약속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안부TF가 공개한 비공개 부분에는 일본 쪽이 소녀상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가 대응하는 형식으로 같은 내용의 발언을 다시 반복해, 한국 정부가 소녀상 이전 약속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공개 합의문과 달리 비공개 부분에는 일본 측이 "소녀상을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구체적인 한국 정부의 계획을 묻고 싶음"이라는 언급이 포함됐고,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다"고 답하는 형식으로 일본의 소녀상 이전·철거에 일부 동의하는 방식을 취했다.
위안부 TF는 "정부는 국회, 언론 등이 공개된 내용 외의 합의가 있는지를 물은 데 대해 소녀상과 관련해서 그런 합의는 없다는 취지로 답변해 왔지만, 비공개 부분에서 일본 쪽이 소녀상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대응하는 형식으로 같은 내용의 발언을 다시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기로 약속하지 않은 의미가 퇴색됐다"고 평가했다.
결국 외교부 수장이었던 윤 전 장관이 올해 1월 국회에서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입장"이라며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킨 것도 결국 비공개 부분에 포함된 내용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외교부 장관이냐"며 윤 전 장관의 발언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