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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에 물어뜯기는 애견미용사 "치료는 자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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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로 고용돼 산재혜택 못받아...학원교육은 '부실'

미용 중 반려동물이 물리거나 할퀸 상처 (사진='애견미용사들의 모임' 카페 제공)

 

◇ 개에게 물린 애견미용사들의 손

다른 사람이 기르던 개에 사람이 물려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개에 물려도 어디다 하소연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려견의 미용을 책임지는 애견미용사들이 바로 그들인데, 미용 과정에서 개물림 사고를 방지할 안전규정이 없어 애견미용사들이 사고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특히 사업주, 그리고 고객과의 관계에서 을(乙)인 이들은 맹견에게 손을 물려도 산재처리 등 보상을 전혀 받을 수 없어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 물린 자국으로 '상처투성이' 손…"사고 예방책 없어"

4개월째 견습중인 애견미용사 A(27) 씨는 2-3일에 한번 꼴로 개에게 손을 물린다.

두 달전 쯤에는 엄지손가락을 심하게 물려 살점이 뜯어져 나가고 손톱이 반으로 쪼개졌다. 개가 손톱을 물고 놓지 않은 채 마구 흔든 것.

A 씨는 두 달 간 손도 제대로 씻지 못하고 작업에도 지장이 생길 정도였지만 샵에서 지원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A 씨는 스스로 소독을 하고 자비를 털어 인근 병원에서 파상풍 주사를 맞는 등 치료를 해야했다.

경기도에서 2개월째 견습 중인 애견미용사 B(23) 씨도 지난달 말티즈에게 왼손을 물렸다.

미리 입마개를 채웠지만 입 주위 털을 깎기 위해 마개를 푸는 순간 강아지가 B 씨의 손을 문 것.

개물림으로부터 미용사를 보호하는 기구는 입마개가 전부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동물병원이 미용사업장을 겸하는 경우에는 애견에게 마취를 할 수 있지만 보통 견주가 이를 꺼려해 활용도가 낮다.

병원을 겸하지 않는 미용실의 경우에는 마취제 사용이 허용되지 않아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B 씨는 "아무리 미용사라도 일부 맹견은 미용을 거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라며 "하지만 아무리 위험한 개라고 할지라도 우리가 미용을 거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 미용사 '을'로 만드는 프리랜서 고용…"물리면서 일 배워야해"

경기도 소재의 샵에서 일하는 애견미용사가 작성한 근로계약서. 미용과 관련한 사고의 책임이 모두 '을'에게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사진=익명의 제보자 제공)

 

현재 사업장에서 개물림사고로부터 미용사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규정은 없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동물보호법은 마련된 상황이지만 관할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선 "미용사의 안전관리에 대해선 해당 업장의 권한"이라며 따로 규정을 마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규정이 없다보니 개에게 물린 치료비 부담은 계약상 갑을 관계에서 을의 위치인 애견미용사가 부담하기 일쑤다.

애견미용사들은 대부분 애견 미용업을 하는 사업장에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돼 산업재해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마저 제대로 작성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B 씨는 "매달 40만원씩 받아가며 일하고 있다"며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4대 보험도 가입이 안 돼 있어 나중에 사고가 나면 어떡하나 걱정이 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한솔 노무사는 "아무리 실수를 한 미용사에게 1차 책임이 있더라도 견습의 책임도 있는 업주가 비용을 고스란히 미용사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허술한 애견미용 교육과정…안전은 나몰라라

미용사가 위험에 내몰리는 이유에는 허술한 애견미용 교육과정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용 과정에서 개물림 사고를 방지하는 안전수칙과 같은 커리큘럼이 전혀 없는 실정.

기술 위주의 속성 교육도 사고를 증가하는 요인이 된다. 애견미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애견미용사 자격검정 1~3급' 민간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지만 주로 미용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애견미용사 자격검정 3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선 6개월 정규 코스를 마련하고 있지만 웃돈을 주면 3개월 속성코스를 수강할 수 있다.

20년 경력의 애견미용사 송모(60) 씨는 "학원에서는 비용 문제로 주로 '개 인형'으로 연습을 시키는 게 현실"이라며 "견습들이 미리 다양한 성격의 개들을 다루지 못해 실전에서 많이 다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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