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부산의 한 대학교수가 교양 수업 도중 '몰카' 사진을 수업 자료로 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15일 부산대학교 페미니즘 소모임 '싫다잖아' 측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교양 과목 '성의 과학' 수업자료로 몰래카메라 사진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싫다잖에 측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이 모 강사가 진행한 성의 과학 수업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의 '몰카' 사진이 다수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음증 관련 부분을 설명하던 해당 강사는 짧은 치마를 입고 무릎에 명품 가방을 올려놓은 채 술에 취해 자는 여성의 모습을 소개하며 "술 먹고 쓰러진 건 그냥 (몰카를) 찍으라고 한 거나 마찬가지다", "술이 떡이 돼서 취해있으면 사진 찍혀도 할 말이 없다", "명품을 들면 다냐. 욕먹어도 싸지"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찍힌 또 다른 사진을 소개하면서 "남자가 이런 거 봐야지. 안 볼 수 있나. 꼭 봐야지"라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과 관련해 이 모 강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주장하는 부분과 내 입장에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수업 때의 발언에는 맥락이 있는데 특정 발언들만 부각됐다"고 항변했다.
◇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용되는 '몰카' 자료
2016년 당시, 부산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마이피누'에는 "성과(성의 과학의 줄임말) 오늘 수업 저만 듣기 불편했나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부산대 온라인 커뮤니티 '마이피누' 캡처
글쓴이는 "관음증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굳이 몰카 찍힌 여성분들의 사진을 교수가 보여줬다. 평소 교수님께서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해오시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도 모르게 찍힌 몰카 사진을 꼭 수업 시간에 보여주셔야 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몰카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그 사진에 찍힌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측면은 고려하지 않으셨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들의 강의 자료는 바뀌지 않았다.
이 모 강사의 남편인 김 모 교수는 이듬해인 2017년 2학기 같은 교양 수업을 진행하며 몰래 촬영된 사진을 수업자료로 또다시 사용했다.
특히, 수업 자료로 사용한 사진 옆에 '초 섹시한 쩍벌녀.. 팬티 다 보여주네 ㅎㅎ' 등 자극적인 문구가 적혀있어 음란 사이트에서 사진을 그대로 다운받은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 "노출 사진 안 보면 남자가 아니다?" 부적절한 발언도김 교수는 문제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사진을) 보는 건 괜찮다. 안 보면 남자가 아니다"라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싫다잖아 측에 따르면, 수업 자료에 불편함을 느낀 한 학생이 수업을 마친 뒤 교수에게 수업자료에 몰래카메라 사진을 사용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좋은 지적 고맙다"고 답했지만, 다음 수업 시간에 피해자 얼굴만 지운 채 해당 사진을 그대로 사용했다.
학생이 교수에게 한 번 더 "몰래카메라 사진을 모두 뺐으면 좋겠다"고 전달하자 교수는 "네가 하는 말은 다 알아들었다. 하지만 판단은 내가 한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수업 자료 사진을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말로만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사진을 사용해야 학생들이 더 경각심을 갖기 때문에 이런 사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수업 전에 몰래 찍힌 사진을 유포하는 것이 범죄임을 언급했다. 다만 수업에서는 '교육용'으로 자료가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몰카 유포'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이 이의를 제기하기 전에 공개했던 원본 사진도 머리카락 등에 의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사진이었으며, 학생의 지적이 있고 나서 다른 강사들과 상의해 해당 사진을 다음 수업부터는 사용하지 않기로 한 상태였다. 그런데 사건이 커져 버려서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몰카 사진을 보는 것이 괜찮다'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을 말한 것이 아니라, KBS 기획 프로그램인 '남자의 몸'이라는 프로그램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고 인용했던 것인데, 해당 학생이 일부만 전해 와전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해당 수업은 오는 겨울 계절학기 폐강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학본부는 폐강 이유에 대해 수강 인원 미달과 교수의 장기해외출장으로 인한 공석을 꼽았다.
한편, 부산대 성평등상담센터는 지난달 사건을 접수해 현재까지 두 차례 조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센터 측은 "학생들의 주장과 교수의 입장에 상반되는 부분이 있어 3차 위원회를 열고 진상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