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아틀랜틱 카운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장규석 워싱턴 특파원)
렉스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기꺼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며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하자 중국이 반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틸러슨 장관이 무조건적인 대화를 제안함에 따라 중국이 북핵 해법으로 주장하고 있는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에 이목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의 루캉(陸慷)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틸러슨 장관의 제안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생각과 제안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제안했다"며 "양측이 서로 마주 보며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러면서 루 대변인은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4노(NO) 원칙'(북한 정권의 교체와 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 38선 이북으로의 미군 파견을 추구하지 않는다) 입장을 밝혔고, 한반도에서 절대 전쟁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에 대해서 유관 각국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속보로 타전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CCTV의 인터넷판인 앙시망(央視網)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과 한국 국제교류재단 공동 주최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며, 미국이 사실상 북한에 양보한 사실을 제목으로 크게 다뤘다.
이어 "미국은 여전히 외교방식을 통한 문제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 북한이 준비된다면 미국은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협상을 시작하기를 바란다"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환구시보(環求時報)의 인터넷판인 환구망(環求網)은 "북한이 의지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말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또 틸러슨 장관이 "북한을 오라고 해서 핵포기 문제만을 논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그들은 이미 대량의 투자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충분히 현실적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환구망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해 "틸러슨 장관은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하면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한 것으로 여긴다"며 "외교적 수단과 함께 군사적 수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그동안 주변국들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별 효과를 보지 못했던 쌍중단 제안이 틸러슨 장관의 제안을 기점으로 다시 재조명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일각에서 한국 정부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미루자고
미국에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틸러슨 장관의 제안마저 갖춰지게 되면 표면상으로 ‘쌍중단’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이 같은 변수들이 14일 열리게 될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에 주변국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