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KBL)
12일 오후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와 원주 DB의 경기에서 4쿼터 도중 갑자기 경기가 중단됐다. SK가 78-66으로 앞선 4쿼터 종료 5분27초를 남기고 심판의 휘슬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DB는 SK 테리코 화이트의 골밑 돌파를 막아내고 속공을 시도하고 있었다. 화이트는 돌파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는지 코트 위에 넘어져 있었다. 공격 코트에 DB 선수가 SK 선수보다 많은 '아웃 넘버' 상황이었다. DB가 공격을 시도하려는 순간 휘슬이 불렸다. DB 선수들은 당황했다.
선수가 쓰러져 고통을 호소할 경우 심판이 재량으로 경기를 중단시키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흐름을 끊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선수 보호를 위해 경기를 중단시킨 게 아니었다. 심판은 본부석을 향했다. 비디오 판독을 하자는 것이었다.
화이트가 슛을 시도할 때 반칙 선언은 없었다. DB는 수비리바운드를 잡았고 김주성은 넘어진 화이트를 넘어 공격 코트를 향했다. 이후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DB는 유리한 상황에서 득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화이트가 넘어지고 한참이 지나 휘슬이 불렸다.
비디오 판독 결과 변화는 없었다. 심판은 경기 재개를 선언했다. 두경민을 비롯한 DB 선수들을 펄펄 뛰었고 이상범 감독 역시 황당하다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심판에게 항의했다. 유리한 공격 기회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심판은 왜 갑자기 경기를 중단시켰을까. 경기 후 이상범 DB 감독이 취재진에게 설명해줬다. 그는 논란의 장면에 대해 "심판의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상범 감독은 "심판이 와서 정확하게 설명해줬다. 듣고 이해했다. 김주성이 넘어진 화이트를 넘어가는 과정에서 심판은 김주성이 화이트를 밟았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게 맞다면 고의적인 반칙을 선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처음에는 그 상황이 뭔지 몰랐는데 그래도 심판이 와서 설명해주니까 이해는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경기 중단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건 사실이다.
비디오 판독은 일반적으로 경기가 잠시 중단된, '볼 데드' 상황에서 이뤄진다. KBL 규정에 따르면 매쿼터 종료시 버저비터 여부, 4쿼터 또는 연장쿼터 2분을 남기고 24초 공격제한시간 내 슛 성공 여부, 아웃 오브 바운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경기 중에는 성공한 야투가 2점인지 3점인지, 파울이 발생하고 그 야투가 실패했을 때 자유투가 2개 또는 3개인지, 자유투를 던져야 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확인하거나 실격 퇴장 선언을 위한 확인이 필요할 때 그리고 계시기 오작동을 정정해야 할 때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다.
규정 마지막 항에는 '이 규칙에 의해 정해지지 않은 사항에 대해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다'고 나와있다. 굉장히 포괄적이고 애매한 조항이다. 이 하나의 문장은 심판이 경기가 진행되는 상황일지라도 고의적인 파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날 4쿼터 종료 5분27초 전에 벌어진 경기 중단 상황을 납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단 비디오 판독을 하겠다는 콜 사인이 너무 늦었다. DB가 소중한 공격 기회를 날렸다고 생각해도 할 말 없는 장면이었다. 운영의 묘가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