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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환경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비스페놀A'(BPA) 노출은 여아의 사회성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스페놀A는 잘 알려진 환경호르몬으로 몸에 들어가면 내분비 시스템을 교란한다. 플라스틱과 에폭시, 레진 등의 원료물질로 물병, 스포츠용품, 캔의 코팅제 등에 쓰인다. 이 때문에 개인별 식생활 습관이 비스페놀A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현재 체중 60㎏인 성인의 비스페놀A 하루 섭취 허용량은 3㎎ 정도다.
서울대 의대 환경보건센터 홍윤철 센터장과 임연희 교수 연구팀은 2008~2011년 사이 304명의 임산부를 모집해 이들에게서 태어난 아동을 4년 뒤 추적 관찰한 결과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임산부의 산전뇨(尿)로 비스페놀A 수치를 측정하고, 4년 뒤에는 해당 임산부가 낳은 아동의 신경인지행동발달장애를 확인했다. 검사에는 자폐 등을 진단하는 데 활용되는 사회적 의사소통 설문지(SCQ)가 활용됐다.
그 결과 엄마의 임신 중 비스페놀A 노출량이 2배가 되면 여아의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는 58.4% 증가했다. 304명 임산부의 비스페놀A 노출량 평균치와 아동의 SCQ 검사 평균을 기준으로 삼은 결과다.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는 아동과 쌍방향 대화가 되는지, 어색한 시점에 개인적인 질문이나 이야기를 늘어놓는지, 대명사를 혼동하는지 등을 측정해 판단한다.
연구대상 아동들은 모두 의학적으로 자폐 진단을 받지는 않았으나, 정상인 범주 내에서 비스페놀A 노출에 따라 사회성 발달이 지연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일부 아동 중에서는 자폐 진단 바로 직전 단계인 16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대개 SCQ 검사에서 17점 이상은 자폐로 진단된다.
다만 남아에게서는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비스페놀A가 체내에서 에스트로젠 같은 여성호르몬이 수행해야 할 일을 막거나 교란시켜 태아 발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엄마의 비스페놀A 노출량에 따라 태아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임산부 등은 가급적 비스페놀A 노출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임산부의 비스페놀A 노출량이 기준을 넘어 특출나게 높은 편이 아닌데도 태아의 발달 지연에 영향을 끼쳤다"며 "비스페놀A는 캔에 담긴 음식, 음료 등에서 노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 국제환경보건학회지(Environmental Health)에 게재됐다.